'불완전함의 역설' 자제 제작 공연 7편…'헤다 가블러', '십이야' 해외투어
  • ▲ 안트로폴리스Ⅰ '프롤로그,디오니소스' 공연 사진.ⓒ국립극단
    ▲ 안트로폴리스Ⅰ '프롤로그,디오니소스' 공연 사진.ⓒ국립극단
    국립극단은 2026 시즌 라인업을 발표했다.

    내년에는 7편의 자체 제작 공연을 비롯해 공동기획, 기획초청 등 시대를 담은 연극들이 다채로운 형식과 이야기로 펼쳐진다. 국립극단 제작 '헤다 가블러'와 '십이야' 2편이 싱가포르, 홍콩 등 해외 연극제에 초청받아 국경을 넘어 세계 관객들을 만난다.

    국립극단은 올해부터 2027년까지 3개년간 '현존과 좌표'라는 표제 아래 무대의 심부를 연극의 본연이자 존재의 재현이라는 '인간'에 집중한다. '현존과 좌표'는 연극은 인간 삶에 대한 서사이자 존재의 재현이라는 화두로 인간으로서의 연극과 연극으로서의 인간이라는 상호 관계성을 좌표계에 빗대었다.

    2026년은 '불완전함의 역설'을 제재로 결점의 인간, 불완전성 속에서 비로소 꽃 피우는 삶의 드라마를 무대 위에 그려낸다. 4차 산업혁명이 몰고 온 AI시대에 불완전성이야말로 인간을 인간답게 하는 근원적 힘이다. 인간만이 감지할 수 있는 제3의 무언가, 그 행간의 여백을 들여다보는 작품들로 꾸린다.

    명동예술극장에서는 △삼매경(3월 12일~4월 5일) △그의 어머니(4월 16일~5월 17일) △역행기(9월 3~13일) △안트로폴리스Ⅲ '오이디푸스'(9월 24일~10월 18일) △안트로폴리스Ⅳ '이오카스테'(10월 28일~11월 21일) △안트로폴리스Ⅴ '안티고네/에필로그'(12월 2~26일), 국립극장 해오름극장에서는 △반야 아재(5월 22~31일)가 공연된다.

    이 외에도 △기획초청 Pick크닉 '셋톱박스'(1월 23일~2월 1일), '이상한어린이연극-오감도'(2월 6~14일)△제13회 현대일본희곡 낭독공연(8월 중) △제9회 중국희곡 낭독공연(8월 중) △제1회 세계희곡 낭독공연(8월 중) △창작희곡공모 대상 수상작 '역행기'(9월 3~13일) △온라인 극장 신작 '그의 어머니', '태풍' 등이 이어진다.
  • ▲ 연극 '삼매경' 공연 사진.ⓒ국립극단
    ▲ 연극 '삼매경' 공연 사진.ⓒ국립극단
    안톤 체호프의 희곡 '바냐 아저씨'에 한국적 변주를 더한 '반야 아재'(번안·연출 조광화)를 선보인다. 농부 바냐의 집에 퇴직한 교수와 그의 젊은 아내가 머물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를 그린다. 조광화 연출은 배경을 한국으로 옮겨와 원작의 혼란스러운 시대상과 현대적 감각을 더해 스러지는 인간의 욕망과 허상을 드러낸다.

    롤란트 쉼멜페니히의 '안트로폴리스' 5부작 가운데 3~5부작을 공연한다. 함부르크에서 2023년 초연, 2024년 재연 시 관객들이 10시간 이상을 극장에 머무르며 5부작을 3일 동안 몰아보기 하는 마라톤 공연을 시도해 주목을 받았다. 작품은 유럽사에 근간 중 하나인 고대 그리스 신화의 테베 왕가에 비극을 탐구했다. 

    국립극단은 올해 1부작 '프롤로그/디오니소스'(연출 윤한솔)와 2부작 '라이오스'(연출 김수정)를 국내 무대에 처음으로 소개했다. 내년에는 3~5부작 '오이디푸스'(연출 강량원), '이오카스테'(연출 서지혜), '안티고네/에필로그'(연출 정영두)가 순차적으로 무대에 올라 인간이 건설한 도시의 처참한 잔향을 펼쳐놓는다.

    지난해 303대 1의 경쟁률을 뚫고 '국립극단 창작희곡공모'에서 대상을 수상한 김주희 극작의 '역행기'(연출 신재훈)가 명동예술극장에서 초연된다. 8년째 집 밖으로 나가지 않던 잉여인간 '이슈타르'가 삶을 끝내기로 마음먹었을 때 지하세계로 역행하면서 펼쳐지는 이야기를 담았다.

    국립극단은 올해 초연한 '삼매경'과 '그의 어머니'를 통해 레퍼토리 검증에 나선다. '삼매경'은 함세덕 작가의 '동승'을 연출가 이철희가 재창작했다. 영국 유명 극작가 에반 플레이시의 장편 희곡 데뷔작인 '그의 어머니'(연출 류주연)는 끔찍한 사건을 배경으로 하지만 모성애와 형제애, 사랑의 한계와 그 회복력에 대해 깊이 있는 서사를 펼쳐 보인다.
  • ▲ 연극 '헤다 가블러' 공연 사진.ⓒ국립극단
    ▲ 연극 '헤다 가블러' 공연 사진.ⓒ국립극단
    국립극단이 한국 연극의 세계화를 위해 총력을 기울인다. '헤다 가블러'(작 헨리크 입센, 연출 박정희)는 싱가포르 국제 예술 축제(SIFA)의 초청으로 내년 5월 싱가포르 드라마센터에서 공연된다. '십이야'(원작 윌리엄 셰익스피어, 각색·연출 임도완)는 홍콩 국제 셰익스피어페스티벌(HKISF)의 초청으로 6월 서구룡문화지구에 위치한 프리스페이스 더 박스 극장에서 막 올린다.

    '2026 기획초청 Pick크닉'의 초청작으로는 창작공동체 아르케의 '셋톱박스'(작·연출 김승철)와 공놀이클럽의 '이상한어린이연극-오감도'(구성·연출 강훈구)가 선정됐다. 다양한 극적 시도와 영리한 무대 언어를 구사하는 두 창작진은 명동예술극장을 또 다른 연극의 세계로 채워낼 예정이다.

    지난 9월부터 시작한 국립청년극단은 강원도 원주를 거점에 두고 프로덕션을 진행 중이다. 1월부터 2월까지 연극 '미녀와 야수'로 강원도 내 여러 곳을 순회할 계획이다. 20명의 청년 배우로 구성된 '국립청년극단'은 이번 순회 공연으로 지역 관객들과 예술로 소통하며 연극의 지역 접근성을 높일 계획이다.

    △화요일 저녁 열리는 인문학 강연 '명동人문학' △거리극 공연 '한낮의 명동극' △희곡 낭독 아카데미 '명동: 낭독으로 잇다' △매월 넷째 주 토요일 오전 11시 진행되는 '백스테이지 투어' 등 관객과 시민이 함께하는 참여형 예술 프로그램이 내년에도 명동예술극장의 곳곳을 채운다.

    박정희 국립극단 단장 겸 예술감독은 "인류사에 제동 없는 발전과 혁신의 속도가 기술의 진보를 쫓는 때에 국립극단은 원형과 본질로 다시 돌아가는 선택을 한다. 과거에서 오늘을 찾고 인간 존재의 본연에서 출발하는 연극들이 무대에 올라 시대의 질문을 던지길 바란다. 그 사명 아래 국립극단은 국경을 넘어 우리 연극의 도약을 이루고 민족 문화의 정체성을 이어 나가는 등 바라왔던 결실들을 이루게 될 것"이라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