李 대통령, 업무 보고 자리서 '환단고기' 거론"환단고기는 문헌이 아닌가" 논쟁거리로 격상한동훈 "대통령, 자기 취향을 보이는 자리 아냐""우리 역사는 위서 안 믿어도 충분히 자랑스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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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명 대통령이 정부 부처 업무 보고 자리에서 "환단고기는 문헌 아닌가"라고 발언한 것을 두고 한동훈 전 국민의힘 대표가 "환단고기는 역사학계에서 위서로 판명한 책"이라며 이 책의 진위에 대해 마치 아직도 의미있는 논쟁이 계속되고 있는 것처럼 공식석상에서 말한 것은 잘못이라고 지적했다.
- ▲ 한동훈 전 국민의힘 대표. ⓒ서성진 기자
환단고기(桓檀古記)는 계연수가 1911년에 ▲삼성기 상(上) ▲삼성기 하(下) ▲단군세기 ▲북부여기 ▲태백일사 등 5권을 엮고 해제를 단 책으로, 제자로 알려진 이유립이 1979년 출간했다. 이 책은 고조선 이전에 있었다고 전해지는 환국·신시배달국 등의 방대한 역사를 다루고 있으나, 출처가 불분명하고 후대에 첨삭·수정된 부분이 많아 주류 역사학계에서는 이를 위서(僞書)로 보고 있다.
그러나 이 대통령은 지난 12일 업무 보고에 참석한 박지향 동북아역사재단 이사장에게 '환빠(환단고기 추종자)'와 '환단고기'에 대해 알고 있는지를 물으며 "동북아역사재단은 고대 역사 연구를 안 하느냐"고 추궁했다.
이에 박 이사장이 "대통령님 말씀은 소위 재야 사학자들이라고 하는 그분들 얘기인 것 같은데, 그분들보다는 전문 연구자들의 이론이 주장이 훨씬 더 설득력이 있기 때문에 저희로서는 전문 연구자들의 의견을 받아들일 수밖에 없다"고 답하자, 이 대통령은 "증거가 없는 건 역사가 아니다? 사료가 물리적 증거를 말하는 건지, 역사적 문헌에 있는 걸 증거라고 하는 건지는 논쟁거리”라고 말했다.
이 대통령의 지적에 박 이사장이 "기본적으로 문헌 사료를 중시하고 있다"고 답하자, 이 대통령은 다시 "환단고기는 문헌이 아닌가"라고 되물었다.
한 전 대표는 지난 13일 밤 유튜브 라이브 방송에서 이 대통령의 이 같은 발언을 거론하며 "이재명 대통령이 '환빠' 운운하면서 이미 위서로 결론이 모아진 '환단고기'의 진위에 대해 마치 아직도 의미있는 논쟁이 계속되고 있는 것처럼 공식석상에서 말했다"고 지적했다.
한 전 대표는 "환단고기는 역사학계에서 거의 만장일치로 누군가 조작한 위서라고 결론난 것이고, 그 결론 난지 오래됐다"며 "2025년에 갑자기 대통령이 역사 업무 담당하는 동북아재단에다가 환단고기에 대해 의미있는 논쟁이 계속되고 있고 관점 차이일 뿐이니 대응하라고 공개적으로 말한 것은 대단히 잘못된 것"이라고 비판했다.
한 전 대표는 "이 대통령이 과거 이덕일 작가 등 환단고기 진서론자들을 응원하는 메시지를 여러 번 냈던 것이나, 민주당 도종환 전 장관 등이 그런 주장에 경도된 활동을 했던 것을 보면, 이 대통령이 실제로 환단고기 진서론을 믿는 것이거나 이 대통령 표현대로 본인이 환빠일 수도 있는데, 대통령 직은 설익은 자기 취향을 보이는 자리가 아니"라고 충고했다.
그러면서 "이 대통령이 실제로 환단고기를 믿는다면 앞으로 공적 자리에서 그런 말 꺼내지 말고, 안 믿는데도 그냥 아는 척 한 거라면 앞으로는 좀 더 책임있고 무게 있게 행동하길 바란다"며 "우리 역사는 환단고기 같은 위서 안 믿어도 충분히 자랑스럽고 위대한 역사"라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