곽규택 "미확정 판결문 공개는 여론재판""사생활·기업 비밀 유출 가능성 있어"우원식 국회의장 "나경원 발언 중단 합당"가맹법 개정안·연금특위 연장안 차례로 가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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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곽규택 국민의힘 의원이 11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제430회국회(임시회) 제1차 본회의에서 우원식 국회의장을 규탄하는 피켓을 두고 형사소송법 일부개정법률안(대안)에 대한 무제한토론을 하고 있다. 2025.12.11. ⓒ 이종현 기자
여권이 형사소송법 개정안을 국회 본회의에 상정하며 입법 절차를 속도전으로 밀어붙이자 국민의힘이 즉각 필리버스터로 맞서면서 11일 국회는 사법제도 개편을 둘러싼 정면 충돌 국면에 들어갔다. 하급심 판결문 공개 문제를 비롯해 재판 독립성과 인권 침해 우려가 쟁점으로 부상한 가운데, 국회의장의 발언 통제 논란까지 겹치며 본회의장은 긴장감이 이어졌다.곽규택 국민의힘 의원은 11일 국회 본회의 필리버스터 첫 주자로 나서 형사소송법 개정안의 하급심 판결문 공개 조항을 강하게 비판했다. 그는 "사법 신뢰 회복이라는 대의를 실현하는 방식이 하급심 판결문을 전면 공개하는 것이어야만 하는가라는 질문 앞에 분명한 반대 입장을 밝힌다"고 했다.형사소송법 개정안은 아직 확정되지 않은 형사 판결문까지 열람·복사가 가능하도록 범위를 넓히고, 판결문에 기재된 특정 문자열이나 숫자 등이 검색 기능을 수행할 수 있도록 관련 세부 기준을 대법원 규칙으로 마련하도록 했다. 이 법은 공포 후 2년이 지나면 적용된다.곽 의원은 이날 미확정 판결문의 공개는 단순한 정보 제공이 아니라는 취지로 "개인의 기본권, 인격권, 무죄추정의 원칙, 재판의 독립, 여론재판, 사회적 낙인"과 정면 충돌하는 사안이라고 지적했다.그는 하급심 판결문의 성격을 짚으며 "1심과 2심 판결문은 확정되지 않은 판단이며, 사실 관계 조사와 법리 검토가 동시에 이뤄지는 과정의 산물"이라고 설명했다.이어 "조사 과정의 조서를 통째로 인터넷에 올리자는 주장과 다르지 않다"고 지적했다.곽 의원은 또 "사건의 가장 구체적이고 민감한 사실 관계가 매우 상세히 적시돼 있다"면서 가해자·피해자의 진술, 사적인 대화, 의료·재산 정보, 기업 비밀까지 포함된 하급심 문서가 공개되면 인권 침해 위험이 극심해질 것이라고 우려했다.그는 법원의 판결문 익명 처리와 비식별화도 현실적 한계를 지닌다고 강조했다. 곽 의원은 서울 시내 특정 아파트, 연령, 성별 등의 간접 정보만으로도 "지역 커뮤니티에서는 신상 특정이 순식간에 이뤄진다"며 성범죄·가정폭력·아동학대 사건 피해자 보호가 사실상 불가능해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기업 비밀이 담긴 민사 판결문 공개에 대해서는 "영업상 정보 유출을 초래해 국가 경제에도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말했다. 또한 판결문 공개는 무죄추정 원칙을 사실상 흔들어 "여론이 유죄를 단정하는 구조를 만들 수 있다"고 경고했다.곽 의원은 "판사가 판결문을 작성할 때 법리와 사실 관계뿐 아니라 사회적 반응이나 언론 보도, 여론의 해석까지 고려하게 된다면 그것은 이미 독립된 재판이 아니다"라고 말하며 재판의 독립성 자체가 훼손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여야 원내지도부는 전날까지 법안 처리 여부를 두고 협상을 이어갔지만 합의에 이르지 못했다. 이에 따라 여권은 형사소송법 개정안을 11일 본회의에 상정했고, 국민의힘은 즉시 필리버스터 착수로 대응했다. 필리버스터는 시작 후 24시간이 지나면 재적 의원 5분의 3 이상 찬성으로 종결할 수 있어 일련의 법안 표결은 오는 14일 경찰관 직무집행법 개정안 처리 이후 마무리될 전망이다. -
- ▲ 곽규택 국민의힘 의원이 11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본회의에서 형사소송법 일부개정법률안에 대한 필리버스터(무제한 토론)를 하고 있다. 곽 의원은 지난번 본회의에서 벌어진 나경원 의원 토론 중단사태에 대해 항의하는 내용이 적힌 손피켓을 들고 토론에 나섰다. 2025.12.11. ⓒ뉴시스
◆본회의장, 무제한토론 시작 전부터 고성·항의 이어져이날 본회의에서는 국민의힘 측의 무제한 토론 시작을 앞두고 국회의장 직권 개입을 둘러싼 공방도 이어졌다. 우원식 국회의장은 이날 본회의에서 국민의힘 측 무제한토론 요구를 소개한 뒤 며칠 전 국회에서 제기된 비판에 대해 의장의 입장을 직접 밝히며 발언을 이어갔다.우 의장은 지난 9일 국회 본회의에서 가맹사업거래의 공정화에 관한 법률 일부개정안(가맹사업법 개정안) 상정 직후 나경원 국민의힘 의원이 필리버스터 첫 주자로 나섰으나 우 의장은 발언이 안건과 무관하다며 마이크를 차단했다.그는 나 의원의 발언이 의제 범위를 넘어 국회법 위반 소지가 있다는 이유를 들었지만, 비교적 발언의 범위가 자유로운 필리버스터 도중 의장이 토론자의 발언을 강제로 중지한 것은 매우 이례적이라는 지적이 제기됐다. 마이크 차단 사례는 지난 1964년 4월 20일 이효상 당시 국회의장이 김대중 의원 발언 도중 마이크를 끈 이후 61년 만이다.우 의장은 이날 "나 의원은 무제한 토론이 시작되는 16시 27분경 가맹사업법에 대해서는 찬성하는데 민주당의 8대 악법의 철회를 요구하기 위해 필리버스터를 시작한다고 했다"며 "작심하고 의제 외 발언을 하겠다고 선언하고 시작했는데 이를 그대로 두고 볼 수는 없다"고 했다.이어 "과거에도 무제한토론 중에 의제를 벗어나는 경우가 있었던 것은 사실"이라면서도 "과거에는 의장이 의제에 맞는 토론을 요청하면 발언하는 의원이 원만한 의사 진행에 협조했다"고 주장했다.긴장은 우 의장의 발언 직후에도 이어졌다. 형사소송법 개정안이 상정되는 순간 필리버스터에 나선 곽규택 국민의힘 의원이 '61년 만에 국회의장이 필리버스터 방해한 곳'이라고 적힌 피켓을 단상에 올려놓자 우 의장은 "회의 진행을 방해하는 물건"이라며 "국회법을 지키는 것이 먼저"라고 불편함을 드러냈다.곽 의원은 '국회의장님, 또 마이크 끄시게요?'라는 내용을 담은 피켓을 올려놓기도 했다.앞서 본회의에서는 다른 주요 안건들도 처리됐다. 여야는 '가맹사업거래의 공정화에 관한 법률' 일부 개정안을 표결에 부쳐 찬성 238명, 기권 3명으로 통과시켰다.개정안은 가맹지역본부의 권한을 제도적으로 보완하고, 가맹점 사업자단체의 협상력을 높이고자 등록제를 도입하는 내용을 포함한다. 또한 가맹본부가 등록된 가맹점 사업자단체의 협의 요청에 응하지 않으면 제재를 부과하는 규정도 새로 담겼다.또한 연금개혁특별위원회의 활동 기한을 1년 연장하는 안건도 처리됐다. 표결 결과는 찬성 249명, 기권 1명으로, 특위가 내년까지 활동을 이어갈 수 있도록 결정됐다. -
- ▲ 2025년 정기국회 마지막 본회의가 열린 9일 오후 국회에서 열린 본회의에서 무제한 토론을 진행중인 나경원 의원 뒤로 여야 의원들의 고성이 오가고 있다. ⓒ서성진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