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민주 전병헌 "정의를 외쳐야 할 이들이 침묵"
  • ▲ 전병헌 새미래민주당 대표.ⓒ뉴데일리DB
    ▲ 전병헌 새미래민주당 대표.ⓒ뉴데일리DB
    "나치가 공산주의자들을 덮쳤을 때, 나는 침묵했다.
    나는 공산주의자가 아니었으므로. 그 다음에 그들이 사회민주당원들을 가두었을 때, 나는 침묵했다. 나는 사민당원이 아니었으므로.

    그 다음에 그들이 노동조합원을 덮쳤을 때, 나는 침묵했다. 나는 노동조합원이 아니었으므로. 그들이 나에게 닥쳤을 때는 나를 위해 말해 줄 이들이 아무도 남아 있지 않았다."

    독일 나치에 저항했던 마르틴 니묄러(1892-1984) 목사의 금언으로, 나치 전체주의의 만행에 적극적으로 동조하지는 않더라도 무관심과 침묵으로 방조하는 다수를 비판한 내용이다. 니묄러 목사는 나치 정권에 저항하다가 8년간 강제수용소에 투옥됐다.

    김대중 정부 시절부터 정치 활동을 시작해 민주당의 정통파로 평가받았던 전병헌 새미래민주당 대표는 니묄러 목사의 '나치가 그들을 덮쳤을 때'라는 시(詩)를 인용해 지성인들의 침묵을 비판했다.

    전 대표는 10일 당 최고위원회의에서 "지성의 침묵은 민주주의의 위기 앞 시대적 중증 병리현상"이라며 "시일야방성통곡 (是日也放聲痛哭)"이라고 적었다. 시일야방성통곡은 황성신문의 주필 장지연이 1905년 11월20일 일제의 강요로 체결된 을사조약에 분노해 쓴 논설이다.

    전 대표는 "과거에는 이 정도의 사안이 터지면 지식인들이 먼저 들고일어났다. 양심적 시국선언이 열 번은 넘게 울려 퍼졌을 것"이라며 "그러나 지금은 이상할 만큼 조용하다. 지식인도, 종교인도, 사회 지도층도 모두 침묵하고 있다"고 직격했다.

    그는 "바로 이 침묵이야말로 대한민국 민주주의가 맞이한 가장 큰 위기"라고 했다.

    그러면서 "대장동 일당의 항소 포기는 7400억 원대 범죄 수익을 보장해주는 결과로 이어졌고 국민 앞에서 법 정의가 조롱당했다"며 "사법부 무력화가 이제는 노골적으로 벌어지고 있다"고 지탄했다.

    또 민주당이 밀어붙이고 있는 비상계엄 전담재판부와 법 왜곡죄를 두고 "사법부 장악 시도"라고 비판했다. 그는 "계엄사 재판부와 같은 '내란전담특별재판부' 설치법까지 추진되고 있다. 이는 삼권분립의 기본을 정으로 훼손하는 것"이라며 "법원장 회의에서 터져 나온 '삼권분립 우려'는 결코 괜한 말이 아니다. 사법 독립의 근간이 송두리째 흔들리고 있다는 사법부의 절규"라고 강조했다.

    연어 술 파티 의혹과 관련, 재판부에 대한 기피 신청과 검사들의 집단 퇴정에 대해 이재명 대통령이 직접 감찰을 지시한 데 대해서도 전 대표는 "권력의 오만함을 그대로 보여준다"고 지적했다.

    또 이 대통령의 '그림자 실세'로 불리는 김현지 대통령실 제1부속실장의 국정감사 불참 논란과 인사청탁 문자에서 등장한 '현지 누나'를 지목하며 "공직 인사에 권력이 노골적으로 개입하고 있다는 국정농단의 신호"라고 주장했다.

    이어 "백해룡 경정의 황당한 음모론에 대통령실과 여권이 휘둘리는 모습은 민망할 지경"이라며 "국기 문란과 권위의 자멸"이라고 강조했다.

    민주당과 통일교 금품 로비 의혹으로 불거진 민중기 특검의 '편파 수사' 논란에 대해선 "특검을 특검해야 한다"고 지적했고, 이재명 대통령의 '종교해산' 주장에 대해선 "12개 혐의로 재판이 중지된 상태의 대통의 말이 얼마나 무게감을 가질 수 있겠느냐"고 했다.

    전 대표는 "지금 벌어지고 있는 이 모든 사태는 대한민국 민주주의의 중대한 위기를 의미한다. 그런데도 지식인들은 침묵하고 있다"며 "교수님들과 학계와 종교계도, 시민사회도 말이 없다. 그 침묵은 권력 카르텔에 대한 암묵적 동의인가. 알량한 진영논리에 양심도 상식도 팔아 치운 것인가"라고 개탄했다.

    이어 "정의를 외쳐야 할 이들이 침묵하는 이 순간은, 훗날 비겁함뿐 아니라 대한민국 민주주의 파괴의 부역자들로 기억될 것"이라며 나치 시대 니묄러 목사의 시를 인용했다.

    전 대표는 "70~80년대였다면 지금쯤 열 번 이상의 시국선언이 터졌을 것이다. 지금의 침묵은 그 시절보다도 더 암울하다"며 "니묄러 목사의 절규는 오늘날 우리 사회의 지식인들에게도 여전히 가슴 찡한 똑같은 질문을 던지고 있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