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문화재단 '리플레이', CJ문화재단 '스테이지업' 등 프로그램 다양세트는 없고 대사·음악만 有…대본으로 미리 만나는 연극·뮤지컬 인기
  • ▲ 서울문화재단은 지난 6일 서울연극센터 1층 라운지에서 낭독공연 '이강백전'을 진행했다.ⓒ서울문화재단
    ▲ 서울문화재단은 지난 6일 서울연극센터 1층 라운지에서 낭독공연 '이강백전'을 진행했다.ⓒ서울문화재단
    지난 6일 오후 서울연극센터 1층 라운지에는 낭독공연 '이강백전'(김광보 연출)을 보러온 관객들로 북적였다. 이강백(78) 극작가는 각종 은유와 반복, 우화를 통해 한국 사회와 인간 존재를 풍자하는 알레고리의 거장이다. 이날 그의 대표작 '파수꾼', '봄날', '북어대가리', '영월행 일기' 4편의 주요 내용을 발췌해 배우 박웅·신현종·윤상화·박완규·최나라의 목소리로 실감나게 들려줬다.

    서울문화재단은 지난해부터 한국 대표 극작가와 배우들이 함께하는 희곡 낭독 무대 '리플레이(Re; Play)'를 진행하고 있다. 올해는 '이강백전'을 시작으로 13일 '김수미전'(최서은 연출), 20일 '장우재전'(하동기 연출), 27일 '윤영선전'(채수욱 연출)을 매주 목요일 오후 4시부터 펼쳐냈다.

    낭독공연은 무대 세트 없이 대본을 보고 읽으면서 배우의 목소리와 감정만으로 작품의 깊이를 전달하는 독특한 공연 형태다. 장르(연극·뮤지컬 등)에 따라 음악과 노래, 움직임과 몸짓표현 등을 통해 관객과 소통한다. 낭독이라는 특성을 살려 관객들이 더욱 상상하고 몰입할 수 있는 가능성을 열어둘 수 있다는 점 등이 매력적이다.

    정식 공연으로 올리기 전 작품 개발 과정에서 완벽한 무대장치나 조명, 의상 없이 미리 공개하는 낭독공연이 관객 모집을 시작하자마자 매진이 될 정도로 인기를 끌고 있다. 연극·뮤지컬 제작사들은 낭독공연을 통해 무대화 발전 가능성을 확인하고, 공연 관계자들과 관객들의 의견을 듣고 이를 반영해 작품의 완성도를 높인다.
  • ▲ 왼쪽부터 연출가 김연민·부새롬·이준우·김정.ⓒLG아트센터
    ▲ 왼쪽부터 연출가 김연민·부새롬·이준우·김정.ⓒLG아트센터
    김일송 공연칼럼니스트는 "예전과 달리 낭독공연의 형식이 다양하게 분화됐으나 여전히 작품의 뼈대가 되는 '서사'를 선보이는 자리다. 관객은 능동적으로 무대를 상상할 수밖에 없는데, 여기서 연극성이 발현된다"며 "오히려 본공연이 낭독공연에서 상상했던 시각적·청각적 이미지를 그대로 답습하거나, 심할 경우 쫒아가지 못하는 경우도 있다. 그런 이유로 낭독공연을 선호하기도 한다"고 말했다.

    LG아트센터 서울은 27·29일, 12월 4·6일 국내 연극계에서 주목받으며 활동 중인 이준우·부새롬·김정·김연민 4명의 연출가와 함께 '리딩 스튜디오: 연출가 edition(에디션)'을 연다. 평소 관객들이 쉽게 접할 수 없었던 작품들을 낭독이라는 형식을 통해 친근하게 만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할 예정이다. 모든 프로그램은 무료로 각 회당 50명을 모집했으며, 지난 12일 티켓 오픈 3분 만에 전회 매진됐다.

    김지인 LG아트센터 홍보마케팅팀 팀장은 "마곡으로 옮긴 이후 본격적인 제작극장으로서 역할을 공고히 하고, 새로운 가능성을 모색해보고 싶었다. 한국의 다양한 창작자들을 만날 수 있는 기회를 만들고, 연출가들과 함께 새로운 텍스트를 발견하며 향후 제작 가능한 작품의 가능성까지 탐색해보자는 고민이 있었다. 이런 배경에서 우리가 주도적으로 '장'을 만들어보자는 취지로 '리딩 스튜디오'를 기획하게 됐다"고 밝혔다.

    이어 "관객들에게 연출가들을 자연스럽게 소개하는 동시에 LG아트센터 역시 연출가들과 직접 소통하며 제작극장으로서의 역할을 더욱 단단히 하기 위한 자리다. 관객들에게도 한국 연출가들의 시선과 작업을 가까이에서 만나는 특별한 경험이 될 것"이라면서 "향후 새로운 작품 개발을 위한 기반을 마련하고, 연출가들과 지속적으로 협업할 수 있는 구조를 만드는 바탕일 될 것이라 생각한다"고 전했다.
  • ▲ CJ문화재단 '스테이지업' 리딩공연 포스터.ⓒCJ문화재단
    ▲ CJ문화재단 '스테이지업' 리딩공연 포스터.ⓒCJ문화재단
    CJ문화재단은 12월 1~4일 오후 8시 서울 종로구 베리컴퍼니 2관에서 2025년 창작뮤지컬 지원사업 '스테이지업' 선정작 4편의 리딩 쇼케이스를 개최한다. △1일 '스타워커스'(송다영 작가, 김예지 작곡) △2일 'AH, MEN!'(전동민 작사, 이다솜 작곡) △3일 '공명'(서정 작사, 이삭 작곡) △4일 '아! 경숙씨!' 변지민(작·작곡) 등 4개의 작품이 관객과 만난다.

    CJ문화재단은 2010년부터 '스테이지업' 공모를 통해 능력 있는 신인 창작자와 작품을 발굴하고 있다. 수상 팀에게는 창작지원금을 지급하고, 전담 PD 매칭을 통해 워크숍, 내부 리딩, 전문가 맞춤형 컨설팅 등 작품의 기획개발 혜택이 주어진다. 2024년까지 총 1261편의 지원작 중 73편을 선정해 리딩 공연으로 소개했다. 이중 '여신님이 보고계셔', '풍월주', '라흐 헤스트', '홍련' 등 총 24편이 본공연 무대에 올랐다.

    뮤지컬 '유진과 유진', '광염 소나타', '데미안'을 제작한 낭만바리케이트도 12월 18~20일 서울 강동아트센터 소극장 드림에서 두 번째 작품 낭독회 '작곡열전'을 갖는다. 낭만바리케이트는 2023년 처음 시작한 '작곡열전'을 통해 '방구석 뮤지컬'과 '번 더 위치'를 정식 공연으로 선보였다. 올해는 12명의 창작진과 19명의 배우들이 참여해 하루에 2편씩 총 6편을 공연한다.

    작품은 △18일 오후 7시 30분 '2차원의 신'(작·작사 양소연, 작곡 오아영) △18일 오후 9시 '브로큰 넘버스'(작·작사 성재현, 작곡 양지해) △19일 오후 7시 30분 '죽음에 관하여'(작·작사 옥경선, 작곡 다미로) △19일 오후 9시 '살인 0난감'(작·작사 이창희, 작곡 루브) △20일 오후 5시 30분 'Meant to Meat'(작·작사·작곡 장심자) △20일 7시 30분 '나의 라임 오렌지나무'(작·작사 고이현, 작곡 김정우·오아영·서영우) 등이다.

    최승연 뮤지컬 평론가는 "낭독공연의 매력은 '미완의 상상력'에 있다. 순전히 대본(뮤지컬의 경우 작곡 포함)의 힘으로 창작진들의 아이디어 그 자체를 엿보며 향후 공연이 어떻게 완성될지 관객 스스로 상상할 수 있다는 점이 가장 큰 매력이다. 모두가 자신만의 프로덕션을 꾸리면서 공연을 볼 수 있다는 것이다. 간혹 연출 파트까지 결합되면 공연의 무대 콘셉트를 지켜보며 '날 것'의 맛을 느낄 수 있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