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T "금융당국이 관련 프로젝트 당분간 추진 말라 지시"
  • ▲ 스테이블 코인. 250708 일러스트=연합뉴스. ⓒ연합뉴스
    ▲ 스테이블 코인. 250708 일러스트=연합뉴스. ⓒ연합뉴스
    알리바바와 징둥닷컴 등 중국 주요 빅테크(거대 정보기술기업)들이 홍콩에서 추진하던 스테이블 코인 발행 계획을 중단했다. 중국 금융당국이 사실상 민간 주도의 디지털 화폐 발행에 제동을 걸면서 관련 계획이 무기한 보류 수순을 밟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연합뉴스 등에 따르면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는 18일(현지시각) 복수의 소식통을 인용해 이들 기업이 중국 중앙은행인 인민은행과 국가인터넷정보판공실(CAC) 등으로부터 스테이블 코인 관련 프로젝트를 당분간 추진하지 말라는 지시를 받은 뒤 계획을 전면 보류한 상태라고 전했다.

    알리바바 계열 핀테크기업 앤트그룹과 전자상거래업체 징둥닷컴은 홍콩의 스테이블 코인 시범사업에 참여하거나 가상자산 기반 금융상품을 발행할 계획을 세운 바 있다. 그러나 중국 당국이 민간기업의 실제 발행에 제동을 걸면서 사업이 무산될 상황에 놓인 것이다.

    복수의 인민은행 관계자는 FT에 기술기업이나 증권사가 어떠한 형태로든 화폐 발행에 관여하는 것이 부적절하다고 판단해 스테이블 코인 발행 계획 중단 방침을 전달했다고 설명했다.

    한 관계자는 민간 스테이블 코인 발행이 인민은행의 디지털 화폐 프로젝트(e-CNY)에 도전하는 것으로 인식됐다고 부연했고, 또 다른 관계자는 "화폐 발행에 대한 최종 권리가 중앙은행인지, 아니면 시장의 민간기업인지가 문제"라고 말했다.

    스테이블 코인은 달러 등 법정통화에 연동된 디지털 자산으로, 암호화폐 시장의 주요 결제수단이다. 국제결제은행(BIS)에 따르면 전세계 스테이블 코인 공급의 99%가 달러화에 교환가치를 고정하고 있다.

    FT는 "규제 당국 움직임은 각국 정부가 스테이블 코인 확산에 어떻게 대응할지 고심하고 있음을 보여준다"며 "중국은 특히 '화폐 발행권이 중앙은행에만 속하는가'라는 근본적 질문에 직면해 있다"고 분석했다.

    중국은 금융시스템 안정성을 흔들 가능성에 대한 우려로 2021년부터 가상화폐 거래와 채굴을 금지하는 등 보수적 입장을 견지해왔다.

    반면 홍콩은 디지털 자산 관련 규제 완화를 통해 아시아의 가상자산 허브로 도약하려는 전략을 펼쳐왔다.

    실제 홍콩금융관리국(HKMA)은 8월부터 일정 수준의 자본금, 유동자산, 준비금 요건 등을 충족한 사업자가 당국 허가를 받아 홍콩에서 스테이블 코인을 발행하거나 유통할 수 있도록 하는 스테이블 코인 관련 조례를 발효시키며 중국 본토의 정책 실험 무대로 주목받아왔다.

    주광야오 전 중국 재정부 부부장(차관)은 이에 앞선 6월 한 포럼에서 "미국이 스테이블 코인을 장려하려는 전략적 목적은 달러 패권 유지를 위한 것"이라면서 중국이 인민폐 연동 스테이블 코인을 개발해 이에 대응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주 전 부부장은 또 "홍콩의 시범 프로그램을 최대한 활용해야 한다"며 "위안화 스테이블 코인은 국가 금융전략의 전반적 설계에 통합돼야 한다"고 역설했다.

    그러나 저우샤오촨 인민은행 전 총재는 8월 말 다른 비공개 금융 포럼에서 "스테이블 코인이 투기와 금융 불안을 초래할 수 있다"면서 신중론을 제기한 바 있다.

    저우 전 총재는 "실제 수요를 면밀히 검토해야 하며 결제시스템 비용 절감효과도 제한적"이라고 우려했다.

    한편 인민은행은 스테이블 코인 프로젝트 중단 지시와 관련한 논평을 거부했으며 홍콩금융관리국도 이에 대한 언급을 피했다고 FT는 전했다. 국가인터넷정보판공실, 앤트, 징둥닷컴 역시 FT의 논평 요청에 응답하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