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년 만에 100경기…韓 남자축구 18번째 '영광'볼 간수·압박·기회 창출·체력·이해도 등 '대체불가''검증된 후계자' 부재…브라질-스페인式 '세대교체 실패' 우려
  • ▲ 대한민국 축구 국가대표팀의 '믿을맨' 이재성이 '센추리클럽(A매치 100경기 출전)'에 가입했다. 251010 인스타그램 갈무리. ⓒjaesung17
    ▲ 대한민국 축구 국가대표팀의 '믿을맨' 이재성이 '센추리클럽(A매치 100경기 출전)'에 가입했다. 251010 인스타그램 갈무리. ⓒjaesung17
    대한민국 축구 국가대표팀의 '믿을맨' 이재성이 10일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브라질과의 10월 A매치 평가전에서 '센추리클럽(A매치 100경기 출전)'에 가입했다.

    2023년 김영권(울산 HD FC, 112경기)에 이어 한국 남자축구 역사상 18번째로 센추리클럽에 가입하면서 '해버지' 박지성과 함께 A매치 최다출전 공동 17위에 이름을 새겼다.

    2015년 3월27일 우즈베키스탄과의 친선경기에서 성인 국가대표로 데뷔한 이재성은 이후 대표팀의 주축으로 활약해오며 10년여 만에 100경기를 채웠다.

    10년이 넘도록 이재성은 대표팀 중원을 지탱했다. 볼을 잃지 않고, 압박의 선봉장이 되며 필요할 땐 박스까지 침투해 마무리까지 해결하기도 했다. 그는 단순한 미드필더가 아니라 공수전환의 핵심축이자 대체 불가능한 선수다.

    문제는 그의 이름이 빛날수록 한국 축구의 한 가지 구조적 현실이 드러난다는 점이다.

    한국 축구는 오랫동안 6번(수비형)과 10번(공격형) 중심으로 양분됐다. 6번은 중원 싸움에서 거칠게 맞부딪히거나 영리하게 대인방어를 하고, 10번은 창의적 플레이로 공격의 시발점이 된다.

    그사이 공수 양면을 오가며 리듬을 만드는 '8번형' 미드필더, 이재성과 같은 밸런스형 8번은 점점 사라지고 있다.

    유소년 지도부터 프로시스템까지 전·후방 분리형 교육이 일반화됐다. 구단의 운영구조와 선발 시스템 역시 마찬가지다. 압박과 탈압박, 볼 간수와 전진을 동시에 수행하는 '양방향 미드필더'는 만들어질 여건조차 부족하다.

    이재성처럼 볼을 잃지 않고 끝까지 압박하며 공격까지 연결하는 선수는 결국 '예외적 결과물'로 남았다.

    최근 대표팀에서는 다양한 선수들이 '포스트 이재성' 후보군에 이름을 올리고 있다. 하지만 △홍현석(FC 낭트) △정호연(미네소타 유나이티드 FC) △김봉수(대전하나시티즌) 외에는 뚜렷한 대체자가 보이지 않는다.

    홍현석이 가장 유사한 유형으로 꼽히지만, 이재성의 체력·전술 이해도·헌신성까지 복제하기에는 아직 간극이 크다는 것이 중론이다.

    이동경(김천상무프로축구단)이나 배준호(스토크 시티 FC)는 공격 지향형이라서 10번에 더 가깝고, 백승호(버밍엄 시티 FC), 김진규(전북현대모터스)의 경우에는 딥라잉 플레이메이커로 이재성보다 한 칸 아래서 플레이한다.

    정호연은 미국프로축구(MLS)에서 아직 주전 자리를 확실히 잡지 못했고, 김봉수 역시 김천상무 복무를 마친 뒤 새롭게 합류한 대전 시스템에 적응하는 중이다. 잠재력은 인정받고 있지만, 두 선수 모두 '검증된 대체자'라 부르기엔 아직 이르다.
  • ▲ 대한민국 축구 국가대표 부주장 이재성이 쿠웨이트와의 2026 북중미 월드컵 아시아 3차 예선 최종전을 하루 앞두고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250609 ⓒ연합뉴스
    ▲ 대한민국 축구 국가대표 부주장 이재성이 쿠웨이트와의 2026 북중미 월드컵 아시아 3차 예선 최종전을 하루 앞두고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250609 ⓒ연합뉴스
    센추리클럽은 개인의 훈장이자 대표팀의 역사다. 그러나 한 선수가 10년 넘게 같은 자리를 지켜야 한다면 그것은 시스템이 멈췄다는 것이다.

    실제 브라질은 카푸(142경기), 다니엘 알베스(126경기)가 30대 후반까지 풀백 자리를 지켰다.

    '풀백 왕국' 브라질 대표팀의 영광을 함께 했지만, 시스템의 약점을 고스란히 드러내기도 했다. 2006년 독일월드컵 당시 36세의 카푸가 여전히 오른쪽을 책임졌고, 2022년 카타르 대회에서는 39세 알베스가 다시 소집됐다. 후계자 육성이 지연된 결과였다.

    스페인 역시 세르히오 라모스(180경기), 세르히오 부스케츠(143경기)가 한 세대를 독점했다. 카푸와 라모스의 경우 자국의 A매치 최다 출장자로 랭크되기도 했다.

    스페인은 2008~2012년 황금기를 누렸지만, 이후 부스케츠 중심의 미드필드 구조가 고착돼 전환속도가 늦어졌고, 라모스 역시 수비 라인 리빌딩을 지연시켰다.

    결과적으로 수비형 미드필더와 중앙수비수의 노쇠화는 2018년 러시아 대회와 UEFA 유로 2020에서 수비진 붕괴를 초래했다.

    이처럼 '대체 불가능한 베테랑'의 존재는 안정감을 주지만, 장기적으로는 인재 순환을 막는 악순환을 일으킨다.

    반대로 축구선수로서 받을 수 있는 가장 명예로운 상으로 꼽히는 '발롱도르' 수상자 중에도 센추리클럽에 가입하지 못한 이들이 있다. 완만한 세대교체 혹은 지속적인 경쟁 구도의 산물이다.

    호나우지뉴(2005년 수상)는 히바우두, 아드리아누 등과의 경쟁 속에서 꾸준한 출전시간을 유지하기 어려웠다. 카카(2007년) 역시 호비뉴, 주니뉴 페르남부카누 등과 치열한 경쟁을 벌였다.

    2022년 수상자 카림 벤제마 또한 올리비에 지루, 앙투안 그리즈만과의 경쟁 속에서 센추리클럽 달성이 쉽지 않아졌다.

    이재성의 100경기는 자부심이자, 동시에 한국 축구시스템이 비추는 거울이다. 이재성의 뒤를 잇는 또 다른 이재성이 등장하지 않는다면 이 기록은 영광이 아니라 결핍의 증거로 남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