희토류 쥐고 달라진 중국 … 美中 무역전쟁 2차전 예고APEC 회담까지 20여일 … 갈등 미봉합시 불황 가능성공급망 불안, '수출 코리아'도 타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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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지난 2019년 6월 29일 일본 오사카에서 열린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를 계기로 한 회담에서 만난 모습. 출처=APⓒ뉴시스
APEC 정상회의를 앞두고 미중 관계가 다시 격전 모드로 전환할 가능성이 높아졌다. 정상회담 성사 여부가 불투명해진 가운데, 양국이 꺼내든 '카드'의 영향력은 무역을 넘어 기술·자원 공급망 전반으로 확산할 조짐이다. 특히 중국의 희토류 수출 통제 카드는 학계가 경고해 온 '자원의 무기화'의 실현 가능성을 보여주는 신호로 해석된다.11일 주요 외신들에 따르면 중국은 최근 희토류 관련 수출 허가 체계를 대폭 강화하고 수출 통제 대상 품목을 늘렸다. 중국 당국은 반도체와 인공지능(AI) 관련 응용 기술까지 수출 허가 대상에 포함시키면서 사실상 미국 첨단 산업의 핵심 소재에 직접 타격을 가하겠다는 의도를 드러냈다.또한 오는 14일부터 미국 관련 선박에 순t(톤)당 400위안(약 8만 원)의 '특별 항만 서비스료'를 부과하기로 해 해상 운송 경로까지 통제 범주에 포함시켰다. 이러한 조치에 대해 국제경제학계에서는 중국이 희토류를 전략적 억지 수단으로 활용하기 시작했다는 분석이 나온다.미국 싱크탱크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는 "희토류 통제는 미 국방 및 첨단기술 산업 공급망에 구조적 충격을 줄 수 있다"고 진단했다.이에 맞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전날 "11월 1일부터 중국산 수입품에 기존 세율에 더해 추가 100% 관세를 부과하겠다"고 발표했다. 그러면서 소프트웨어, 반도체 등 첨단기술 수출 통제 조치도 병행하겠다는 방침을 밝혔다.트럼프 대통령은 APEC을 계기로 추진했던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의 회담에 대해 "만날 이유가 사라졌다"며 정상회담 취소 가능성까지 내비쳤으나 이후 "중국이 어떤 말을 하느냐에 따라 후속 조치를 유연하게 조정할 것"이라며 협상 여지를 남겼다.미국 정부는 또한 기술·물류 분야에서 타격 범위를 넓히며 전방위 압박을 강화하고 있다.앞서 블룸버그 통신 보도에 따르면 트럼프 행정부는 중국, 미국, 싱가포르에 각각 본사를 둔 다국적 네트워크 장비업체 티피-링크(TP-Link)의 미국 내 영업 제한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또한 미 국토교통부는 중국 항공사의 러시아 상공 비행 금지 조치를 추진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이러한 보도는 중국 당국이 미국 반도체 기업 퀄컴의 자회사 오토톡스 인수에 제동을 건 가운데 나왔다. -
- ▲ 미국 뉴욕증권거래소. 출처=AFPⓒ연합뉴스
미중의 갈등 재점화 시그널만으로도 세계 자본시장은 악화일로로 돌아섰다. 트럼프의 대중(對中) 관세 인상 선언 직후 뉴욕증시는 급락했다.전날 다우존스30 산업평균지수는 전장 대비 1.9%, S&P(스탠더드앤드푸어스)500 지수는 2.7% 하락했다. 나스닥 종합지수는 3.6% 급락했다. 기술주 중심 매도세가 두드러진 여파다. 이날 나타난 하락세는 4월 트럼프 대통령의 상호관세 관련 발표 이후 최대 낙폭이다.미중 갈등이 장기화할 경우 세계 공급망 불안과 투자 위축, 소비 둔화가 복합적으로 나타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공급망 불안은 한국 경제에도 직격탄이 될 수 있다. 반도체, 전기차 배터리 등 한국의 주요 수출 품목은 중국 중심의 원자재 및 소재 의존도가 높다. 아울러 금융 리스크 확대도 복합적으로 작용할 공산이 크다.APEC 정상회의가 이러한 무역 긴장을 조기에 완화할 돌파구가 될지는 트럼프 대통령이 제시한 관세 부과시점 11월 1일까지 남은 20여 일에 달렸다는 진단이다.트럼프 대통령은 "회담을 할 지는 불투명하지만 그곳(APEC 정상회의)에 있을 것"이라고 말해 정상회담 가능성을 남겼다.미중 관계가 다시 파국으로 치달을 경우 서로 잃을 것이 많다는 점에서 양국이 물밑 접촉을 통해 갈등을 임시 봉합하고 APEC을 계기로 정상회담을 실시할 가능성도 점쳐진다.다만 시 주석의 공세적 태도와 미중 상호 불신이 깊어져 가는 국면에서 희토류가 이미 심각한 갈등으로 가는 전초전을 열었다는 분석도 제기된다.전문가들은 트럼프 2기 행정부 들어 달라진 중국의 태도를 그 근거로 꼽는다.트럼프의 첫 임기 때는 관세 압박에 못이겨 미국산 수입을 대폭 늘리는 무역 합의를 맺은 중국이지만, 이번에는 희토류라는 치명적 카드를 쥔 만큼 공격적 자세로 협상에 나설 것이라는 전망이다.양국이 이미 강수를 주고 받은 시점에서 협상의 여지는 좁다. 미중 정상회담이 열린다 해도 이 자리에서 타협이 불발된다면 회담은 역설적으로 파국의 시발점이 될 수 있다는 전망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