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리콘 방패론' 깎아내린 미국"반도체 생산 미국과 균형 이룰 때 더 안전"대만 "5차 협상서 이 문제 논의 안했고 조건도 동의 못해"
  • ▲ 하워드 러트닉 미국 상무부 장관. 출처=EPAⓒ연합뉴스
    ▲ 하워드 러트닉 미국 상무부 장관. 출처=EPAⓒ연합뉴스
    하워드 러트닉 미국 상무부 장관이 대만을 향해 반도체의 절반은 미국에서 생산하자고 압박했지만, 대만 측은 응할 수 없다는 입장을 밝혔다.

    연합뉴스는 미국 CNBC 방송의 지난달 30일(현지시각) 보도를 인용해 러트닉 장관이 "나와 현 정부의 목표는 반도체 제조시설을 대폭 국내로 유치해 자체 칩을 생산하는 것"이라며 "대만에 '우리가 절반, 당신들이 절반을 만들어 50대 50으로 나누자'고 제안했다"고 말했다고 전했다.

    러트닉 장관은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 임기 말까지 반도체의 국내 생산 비중을 40%까지 끌어올리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또한 이를 위해 5000억 달러(약 700조원)의 국내 투자가 필요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러트닉 장관은 전 세계 첨단 반도체의 90% 이상을 생산하는 대만이 미국과 멀리 떨어져 있고 중국과는 인접해 있다는 점이 우려된다고 설명했다.

    대만의 반도체 생산업체 TSMC는 전 세계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시장의 70% 이상을 점유하고 있다. 특히 첨단 공정 시장점유율은 90% 이상인 것으로 추정된다.

    반도체 시장에서 대만 TSMC의 독보적인 위치는 중국의 군사적 위협으로부터 대만을 보호하는 이른바 '실리콘 방패'로 불린다.

    그러나 러트닉 장관은 실리콘 방패론을 평가절하하며, 미국과 대만의 반도체 생산이 균형을 이룰 때 대만이 더 안전해질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반도체를 반반씩 생산하는 구상 하에서는 "미국이 근본적으로는 대만에 의존하겠지만, 우리에게 필요한 일을 할 수 있는 능력을 갖추게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한편, 대만중앙통신에 따르면 정리쥔 대만 행정원 부원장(부총리 격)은 미국에서의 협상을 마치고 귀국길에 취재진과 만나 미국 측 제안에 응하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정 부원장은 "협상팀은 반도체를 5대 5로 나누는 데 대해 승낙하지 않았다"면서 "이번(5차 협상)에 이 문제를 논의하지 않았으며 이러한 조건에 동의할 수도 없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