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악관, "H-1B 수수료 10만 달러"다만 "기존 비자 보유자엔 해당 안돼" 비자 장벽에 韓 인재 유출 둔화 가능성바이오, 반도체 전문인력 유치 유리해질 수도
  • ▲ 전문직 취업비자(H-1B) 수수료 인상 포고문에 서명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연합뉴스.
    ▲ 전문직 취업비자(H-1B) 수수료 인상 포고문에 서명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연합뉴스.
    미국 트럼프 행정부가 전문직 비자인 H-1B 비자 수수료를 기존 1000달러에서 연간 10만달러로 대폭 인상한다. 과학·기술·공학·수학(STEM) 분야 외국인 인력 의존을 줄이고 미국인 고용을 우선한다는 취지다. 다만 이는 신규 비자 신청자에게만 적용될 예정이라고 로이터·AFP 통신 등이 백악관 관계자를 인용해 보도했다.

    앞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인 20일(현지 시각) H-1B 비자 수수료를 현 1000달러(약 140만원)의 100배인 10만달러로 올리는 내용의 포고문에 서명했다. 새 수수료 규정은 9월 21일 0시 1분부터 발효된다.

    새 규정이 발표되자 미국 테크 기업들은 해외 체류 중인 H-1B 비자 소지 직원들에게 귀국을 강력 권고하는 등 혼란이 이어졌다.  

    그러나 로이터통신 등은 익명의 백악관 관계자를 인용해 "해당 수수료는 오직 신규 비자 신청자에게만 적용되며 기존 비자 소지자나 갱신 신청자에게는 적용되지 않는다"고 전했다. 또 10만 달러 수수료는 "비자를 신청할 때만 부과되는 일회성 수수료(one-time fee)"라고 밝혔다.

    H-1B 비자는 과학·기술·공학·수학(STEM) 분야의 전문직종에 적용되는 비자로 추첨을 통한 연간 발급 건수가 8만5000건으로 제한돼 있다. 기본 3년 체류가 허용되며 연장도 가능하고 영주권도 신청할 수 있다.

    트럼프 강성 지지층인 마가(MAGA·미국을 다시 위대하게) 진영은 미국 기업들이 H-1B 비자를 이용해 보다 저렴한 비용으로 외국 인력을 들여와 미국인들의 일자리를 빼앗고 있다고 주장해왔다.
  • ▲ 구혁채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제1차관이 19일 서울 종로구 광화문교보빌딩 국가과학기술자문회의 대회의실에서 열린 '제3차 과학기술인재 유출방지 및 유치 TF 회의'에서 토론하고 있다.ⓒ과학기술정보통신부
    ▲ 구혁채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제1차관이 19일 서울 종로구 광화문교보빌딩 국가과학기술자문회의 대회의실에서 열린 '제3차 과학기술인재 유출방지 및 유치 TF 회의'에서 토론하고 있다.ⓒ과학기술정보통신부
    'H-1B 비자' 규제 강화한 미국 … 韓, 인재 유치 반사이익 기대

    미국이 '전문직 비자'로 불리는 H-1B 비자 수수료를 연간 10만달러로 대폭 증액한 가운데 고급 인력 유출 방지나 국내 유치를 위한 정책을 마련 중인 한국에 유리할 수 있단 의견이 나온다.

    테슬라, 구글, 메타 등 미국 주요 빅테크 기업들이 매년 수천 명 규모의 H-1B 비자 인력을 채용하면서 핵심 과학기술 인력 확보를 위한 주요 수단으로 정착해왔다.

    올해 1월에는 트럼프 2기 정부 출범을 앞두고 실리콘밸리를 중심으로 한 H-1B 비자 확대에 대한 요구가 커지면서 타국의 우려가 커지기도 했다. 하지만 미국이 비자 규제를 잇달아 강화하면서 오히려 미국발 인재 유출에 따라 각국이 인재 영입 정책을 펴는 상황이다.

    한국 출신의 H-1B 비자 비율은 1% 선으로 박사후연구원과 유학 후 AI와 바이오, 반도체 등 전략기술 분야에 취직한 고급 인력이 많은 만큼 비자 규제 강화로 인재 유치에 유리한 판이 깔렸다는 평가가 나온다. 

    한국과학기술기획평가원(KISTEP) 집계를 보면 미국이 지난 2014부터 2023년까지 발급한 H-1B 비자 중 한국인은 총 2만168명이다. 매년 미국으로 2000여명의 인재 유출이 발생 중인 셈이다.

    인재 유치를 위해 유럽과 중국, 일본 등이 발 빠르게 움직이는 가운데 한국 정부도 인재 유입 정책을 내놓는다는 계획이다.

    정부는 전략기술 분야 위주로 박사후연구원, 신진연구자, 석학 등을 유치해 국내 정착을 지원하는 국가 프로젝트 '브레인 투 코리아'를 추진하기로 했다. 2030년까지 인공지능(AI), 바이오 등에 2000명을 유치하는 게 목표다.

    정부는 지난달부터 과학·기술 인재 유출 방지 및 유치 대책 마련을 위한 민관합동 태스크포스(TF)를 구성했으며 이르면 이달 말 새 정부 첫 인재 정책을 내놓을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