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 국빈방문 마지막 날 정상회담"유럽, 석유 수입 중단해야 미국도 조치"美-英 470조 규모 기술협정 체결…협력 강화
  • ▲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영국 런던에서 키어 스타머 영국 총리와 공동 기자회견을 진행하고 있다. 250918 AP/뉴시스. ⓒ뉴시스
    ▲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영국 런던에서 키어 스타머 영국 총리와 공동 기자회견을 진행하고 있다. 250918 AP/뉴시스. ⓒ뉴시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18일(현지시각) 교착 상태에 빠진 우크라이나전쟁 휴전협상과 관련해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에게 실망감을 내비쳤다.

    로이터통신, BBC, 연합뉴스 등에 따르면 영국 국빈방문 중인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영국 총리 별장 체커스에서 키어 스타머 총리와 정상회담 후 공동 기자회견에서 '러시아와의 휴전협상이 끝난 것인가'라는 질문에 이같이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푸틴 대통령과의 관계 때문에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문제를 가장 쉽게 해결할 수 있을 것으로 생각했으나 그렇게 되지 않았다면서 "푸틴은 나를 정말로 실망하게 했다"고 말했다.

    '종전협상이 길을 잃었다고 보냐'는 취재진 질문에도 거듭 "그는 날 실망하게 했다"고 토로했다.

    이어 "그는 많은 사람을 죽이고 있으며 그보다 많은 사람을 잃고 있다. 솔직히 러시아 군인들이 우크라이나 군인들보다 더 높은 비율로 살해되고 있다"고 비판했다.

    그는 '우크라이나전쟁을 끝내기 위한 다음 단계는 무엇인가'라는 이어진 질문에 "내가 대통령이었다면 전쟁은 일어나지 않았을 것"이라면서 "난 7개의 전쟁을 멈췄으며 그중 대부분은 해결 불가능하다고 여겨지던 것들"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 전쟁은 미국에 영향을 주지 않지만, 해결해야 할 의무감을 느낀다"며 "(우크라이나전쟁과 관련해) 곧 좋은 소식을 전할 수 있길 바란다"고 덧붙였다.

    트럼프 대통령은 대통령선거 후보 시절 하루 만에 우크라이나전쟁을 끝낼 수 있다고 장담했으나, 취임 후에도 좀처럼 해결의 실마리를 찾지 못하고 있다. 지난달에는 푸틴 대통령과 미국에서 직접 만나기도 했으나 진척이 없는 것은 마찬가지다.

    특히 트럼프 대통령은 우크라이나전쟁 종식을 위해 유럽이 러시아산 석유 수입 중단을 통해 러시아 자금줄 차단에 나설 것을 촉구했다.

    이날도 "아주 간단히 말해 원유가격이 떨어지면 푸틴은 물러설 것이다. 그는 선택의 여지가 없을 것이고, 그 전쟁에서 손을 뗄 수밖에 없을 것"이라면서도 그러나 유럽 국가들이 러시아 석유를 구입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러시아산 원유를 수입하는 유럽 국가들을 향해서는 "그렇게 해서는 안 된다. 그것은 미국에 공정한 일이 아니다"라고 불만을 표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석유 수출을 통한 러시아 자금줄을 차단하기 위해 인도에 제재를 가한 것을 언급하면서 "난 (러시아에 대해) 다른 조치를 취할 의사가 있지만, 내가 보호하는 이들이 러시아 석유를 사들이고 있는 상황에서는 아니다. 유가가 내려가면 러시아는 전쟁을 끝낼 것"이라고 강조했다.

    미국이 러시아에 대한 추가 제재 조건으로 유럽의 선행조치를 제시한 것이다.
  • ▲ 기술협정에 서명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좌)과 키어 스타머 영국 총리. 250918 EPA 연합뉴스. ⓒ연합뉴스
    ▲ 기술협정에 서명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좌)과 키어 스타머 영국 총리. 250918 EPA 연합뉴스. ⓒ연합뉴스
    스타머 총리도 우크라이나전쟁 종식을 위해 푸틴 대통령에 대한 압박을 강조했다.

    그는 "세계가 또다시 피를 흘리는 광경을 목격하고 있다"며 "푸틴의 행동은 평화를 원하는 사람의 행동이 아니다. 푸틴에 대한 더 많은 압박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다만 유럽의 러시아산 석유 구입 중단에 대해서는 신중한 태도를 보였다.

    스타머 총리는 일부 유럽 국가들이 러시아 에너지에 지나치게 의존하고 있다며 트럼프 대통령의 주장에 동조하면서도 "만능 해결책은 없다. 지금은 우크라이나를 가장 강하게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면서 우크라이나에 대한 지원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한편 이날 트럼프 대통령과 스타머 총리는 공동 기자회견 전 △마이크로소프트(MS) △엔비디아 △보잉 △롤스로이스 △BAE시스템스 △글락소스미스클라인 등 양국 주요 기업 CEO가 참석한 행사에서 연설하고 양국간 기술협력 활성화를 위한 '기술 번영 협정(Tech Prosperity Deal)'에도 공식 서명했다.

    이번 합의로 미국 기업들은 영국에 AI와 원자력 등 미래산업분야에 걸쳐 총 1500억파운드(약 280조원)에 달하는 투자를 약속했다. AI, 양자컴퓨팅, 민간 원자력 등 3대 첨단기술분야에서 양국의 협력을 대폭 강화하기로 했다.

    스타머 총리는 트럼프 대통령의 영국 방문을 계기로 "대서양을 사이에 두고 양방향으로 총 2500억파운드(470조원)가 흐르게 됐다"고 평가했다.

    기술분야에서는 MS의 경우 국외 최대 규모인 300억달러(약 41조원)를 투자하기로 했으며 구글은 AI 연구·인프라에 향후 2년간 50억파운드(9조원) 투자를 약속했다.

    두 정상은 양국의 긴밀한 협력 관계를 강조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우리 두 나라의 관계는 귀중한 것이며 아름다운 유산"이라면서 "우리에겐 깨뜨릴 수 없는 유대감이 있다"고 말했다.

    스타머 총리도 트럼프 대통령과 본인이 "서로 존중하고, 진짜로 서로 좋아하는 지도자들"이라고 화답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