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관 5명 중 4명이 유죄 의견…브라질 첫 사례2022년 대선 패배 후 지지자 동원 쿠데타-암살시도 등 혐의트럼프 "매우 놀랍고 불만족"…50% 관세 이어 별도 제재 가능성
  • ▲ 가택연금 중 현관 밖으로 나온 자이르 보우소나루 브라질 전 대통령. 250911 AP=연합뉴스. ⓒ연합뉴스
    ▲ 가택연금 중 현관 밖으로 나온 자이르 보우소나루 브라질 전 대통령. 250911 AP=연합뉴스. ⓒ연합뉴스
    브라질 연방대법원이 자이르 보우소나루 전 대통령에게 쿠데타 모의혐의로 징역 27년 3개월을 선고했다. 브라질 사회를 깊게 갈라놓았고 미국과의 외교 갈등을 불러온 이 재판은 이것으로 일단락됐지만, 미국이 항소와 제재 등으로 맞대응하겠다고 나서 여파는 상당 기간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11일(현지시각) CNN, 로이터·AFP통신, 연합뉴스 등에 따르면 이날 연방대법원 1부는 5명의 판사 중 4명이 쿠데타 모의, 무장범죄단체 조직, 중상해, 문화재 훼손 등 혐의 사건에서 유죄 의견을 내며 보우소나루 전 대통령의 유죄를 확정했다.

    9일부터 대법관들의 개별 판단을 차례로 발표해 온 연방대법원은 앞서 유죄 판결에 필요한 과반수인 3명의 유죄 판단을 확보했으며 이날 마지막 대법관이 유죄 판단을 밝히면서 최종 판결이 내려졌다. 이 재판은 브라질 사법부 방송 채널과 유튜브를 통해 생중계됐다.

    대통령의 헌정질서 훼손과 관련한 이번 형사사건은 브라질 헌법에 따라 그간 연방대법원에서 직접 살폈다. 브라질에서 전직 대통령이 쿠데타 관련 혐의로 기소돼 유죄 판결을 받은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전직 장관과 군 수뇌부 등 공범으로 기소된 7명도 유죄가 확정됐다. 이들은 2022년 대통령선거에서 루이스 이나시우 룰라 다 시우바 대통령에게 패배한 뒤 권력을 유지하기 위한 쿠데타를 모의한 혐의로 기소됐다.

    보우소나루 전 대통령은 쿠데타 모의 외에도 룰라 대통령과 부통령 헤랄두 알크민, 대법관 알렉산드르 지 모라이스에 대한 암살 계획을 인지하고 있었다는 혐의를 받았으며 2023년 1월 지지자들이 대통령궁, 대법원, 의회를 습격한 사건을 선동한 혐의도 포함됐다.

    연방경찰은 보우소나루 전 대통령이 선거 결과를 뒤집고, 군부에 개입을 압박하고, 심지어 정부 운영을 위한 '위기관리 사무소'를 별도로 설치하려는 계획을 완전히 알고 있었다고 밝혔다.

    검찰은 쿠데타 음모가 2021년 시작됐으며 선거제도에 대한 국민의 신뢰를 훼손하려는 시도였다고 주장했다.

    브라질 대법원은 설명자료에서 "피고인 8명은 검찰에서 이 사건의 중추적 역할을 한 것으로 판단한 이들이었다"고 부연했다.

    위치추적 전자장치(전자발찌)를 부착한 채 가택연금 상태인 보우소나루 전 대통령은 재판에 직접 출석하지 않고 자택에서 판결을 지켜봤다.

    그는 자신이 "정치적 박해의 희생자"라고 주장하고 있으며 이번 판결에 항소해 연방대법원 대법관 전원이 참여하는 재심을 요청할 권리를 갖고 있다.

    이번 재판은 브라질 현대사에서 가장 논쟁적인 사건 중 하나로, 판결 과정이 수일간 전국에 생중계되며 이목을 집중시켰다.

    브라질리아의 한 술집에서는 대형 화면으로 재판을 지켜보던 시민들이 유죄 판결이 내려지자 손뼉을 치기도 했다.

    한 시민은 "오랜 기다림 끝에 이 비열한 인물이 감옥에 간다"고 말했고, 반면 다른 시민은 "불공정한 재판"이라고 주장했다.
  • ▲ 자이르 보우소나루 브라질 전 대통령 지지자들이 상파울루에서 보우소나루 전 대통령에 대한 대법원 재판에 반대하며 시위하고 있다. 250907 AP/뉴시스. ⓒ뉴시스
    ▲ 자이르 보우소나루 브라질 전 대통령 지지자들이 상파울루에서 보우소나루 전 대통령에 대한 대법원 재판에 반대하며 시위하고 있다. 250907 AP/뉴시스. ⓒ뉴시스
    미국은 보우소나루 전 대통령의 유죄 판결에 즉각 반응했다.

    보우소나루 전 대통령과의 친밀감을 숨기지 않는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도 "매우 놀랍고 불만족스럽다"며 판결에 반발했다.

    그는 "그건 나에게도 시도했던 일과 매우 흡사하다. 하지만 나에게는 통하지 않았다"며 "보우소나루는 좋은 사람"이라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앞서 보우소나루 전 대통령 재판을 '마녀사냥'으로 간주하고 브라질에 대해 관세 인상, 판사 제재, 고위 법관 비자 취소 등의 조처를 한 바 있다.

    마코 루비오 국무장관은 엑스(X, 옛 트위터)를 통해 "정치적 마녀사냥에 미국은 상응하는 대응을 할 것"이라며 "인권 유린으로 제재된 모라이스(대법관)가 정치적 박해를 계속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한편 보우소나루 전 대통령의 아들이자 브라질 하원의원인 에두아르두 보우소나루는 유죄 판결 이후 미국 정부가 브라질 고위 관계자들에 대해 추가 제재를 가할 것으로 예상한다고 밝혔다.

    그는 "브라질에서 체계화되고 있는 이 독재에 대해 미국 정부가 단호한 대응에 나설 것"이라며 "행동으로 보여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아버지에게 유죄를 선고한 대법관들이 마그니츠키법(Magnitsky Act)에 따라 제재 대상이 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이 법은 앞서 트럼프 행정부가 모라이스 대법관에게 적용한 바 있다.

    에두아르두 보우소나루는 올해 초 미국으로 이주해 트럼프 대통령에게 아버지에 대한 형사절차 중단을 요청하며 지지를 호소해 왔다.

    그는 미국 백악관이 브라질에 50% 관세를 부과하도록 압박한 공로를 자신에게 돌리고 있다. 지난달에는 스콧 베센트 미국 재무장관과 만나 아버지 재판에 관여한 브라질 관계자들에 대한 제재를 촉구하는 로비를 벌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