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특사 방문 후 석방 수감자들 리투아니아로30년 철권통치 속 1200명의 정치범 여전히 구금돼국영항공 '벨라비아' 제재 해제…항공기 부품 구매 길 열려2022년 2월 폐쇄된 민스크 주재 미국대사관 재개관도 논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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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석방된 벨라루스 야권 지도자 미콜라 스탓케비치. AFP 연합뉴스 자료사진. ⓒ연합뉴스
알렉산더 루카센코 벨라루스 대통령이 11일(현지시각)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보낸 대표단과 만난 뒤 외국인과 정치범을 포함한 52명의 수감자를 석방했다.미국은 이에 대한 화답으로 벨라루스 국영항공사 벨라비아에 대한 제재를 해제했다.로이터·AFP통신, 연합뉴스 등에 따르면 리투아니아 주재 미국대사관은 이날 트럼프 대통령의 요청으로 벨라루스에서 석방된 다양한 국적의 수감자 52명이 미국 대표단과 함께 리투아니아로 떠났다고 밝혔다.기타나스 나우세다 리투아니아 대통령도 이날 소셜미디어에 벨라루스가 미국의 중재로 52명의 수감자를 석방했다면서 "처음부터 끝까지 이 석방 작전에 관여한 트럼프 대통령에게 진심으로 감사하고 싶다"고 말했다.이어 "이번 일은 미국과 우리 모두에게 엄청난 외교적 성공"이라면서 이번에 풀려나 리투아니아 국경을 안전히 건넌 이들은 벨라루스 야당 인사와 시위자, 언론인, 외국인들이라고 설명했다.그러면서 "52명은 아주 많은 수지만, 1000명 이상의 정치범이 여전히 벨라루스 감옥에 있다"며 "우린 그들이 자유를 얻을 때까지 멈출 수 없다"고 적었다.벨라루스 벨타통신은 "루카셴코 대통령이 트럼프 대통령과 다른 국가 지도자들의 요청에 따라 선의의 표시와 인도주의적 원칙을 고려해 간첩, 극단주의 및 테러행위 참여 등 혐의로 유죄 판결을 받은 외국인 14명을 사면했다"고 보도했다.이들 외국인은 리투아니아인 6명, 라트비아·폴란드·독일인 각 2명, 프랑스·영국인 각 1명이다.벨라루스 대통령실 대변인은 러시아 타스통신에 인도주의 원칙과 수감자들의 나이, 건강 상태, 가족과 상봉 문제를 고려한 사면이라면서 "그들은 테러조직 지도자와 참여자, 대규모 시위 참가자, 극단주의 언론사 대표 등으로 모두 벨라루스 영토를 떠났다"고 전했다.카야 칼라스 유럽연합(EU) 외교·안보 고위대표는 벨라루스 민스크 주재 EU 대표단 직원 중 한 명도 석방된 수감자에 포함됐다고 밝혔다.폴란드 외무부는 폴란드 언론사에 고용된 폴란드인 3명과 벨라루스인 8명이 석방된 것으로 파악됐다고 밝혔다.트럼프 대통령은 지난달 루카셴코 대통령과 통화하며 1300명의 수감자를 석방하라고 요구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수감자들을 '인질들'이라고 표현했다.이번 사면은 트럼프 대통령의 부특사로서 벨라루스를 찾은 변호사 존 코일이 루카셴코 대통령과 만난 뒤 이뤄졌다. 52명은 트럼프 대통령이 요구한 석방 규모에는 훨씬 못 미치지만, 루카셴코 대통령이 실시한 사면으로는 최다 규모다.루카셴코 대통령은 30년 넘게 인구 950만명의 벨라루스를 철권통치하며 야당과 독립언론을 끈질기게 단속해 왔다.그러나 그의 통치는 2020년 8월 벨라루스 대통령선거 여파로 도전을 받았다. 수많은 사람이 투표조작을 통한 루카셴코 대통령의 재선에 벨라루스 사상 최대 규모의 항의시위에 나섰고, 수만명이 구금되고, 저명한 야당 인사들은 모두 해외로 도주하거나 투옥됐다.루카셴코는 지난 1월 대선에서 7번째 임기 연장에 성공했다, 야당은 이를 코미디라고 비난했다.벨라루스 인권단체 뱌스나는 벨라루스에 약 1200명의 정치범이 갇혀있다고 주장해 왔다. -
- ▲ 벨라루스 민스크에서 존 콜 미국 대통령 특사(좌)와 알렉산더 루카센코 벨라루스 대통령이 회담하기 전 악수하고 있다. 250911 AP/뉴시스. ⓒ뉴시스
이날 면담에서 코일 부특사는 트럼프 대통령이 미국과 벨라루스의 관계 정상화를 진심으로 원하고 있으며 2022년 2월 폐쇄된 벨라루스 민스크 주재 미국대사관을 다시 운영하고 싶다는 의사를 전했다. 민스크 주재 미국대사관은 2022년 2월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직후 안보상의 이유로 폐쇄됐다.그는 루카셴코 대통령에게 트럼프 대통령의 친서도 전달했다.루카셴코 대통령은 트럼프 대통령이 즐겨 쓰는 단어인 '빅딜'을 언급하며 "글로벌한 합의, 즉 빅딜을 만들어 볼 준비가 돼 있다"면서 강한 협상 의지를 보였다.미국은 벨라루스 국영항공사인 벨라비아에 대한 제재를 해제하며 루카셴코 대통령의 석방 결정에 화답했다. 벨라루스 국영방송을 통해 공개된 회담 영상에서 코일 부특사는 벨라비아에 대한 제재를 해제했다고 말했다.주리투아니아 미국대사관은 이 조치로 벨라비아가 보잉 기종을 포함한 여러 항공기에 대한 부품 구매와 서비스 이용을 가능하게 된다고 설명했다.그러나 망명한 벨라루스 야권 지도자 스뱌틀라나 치하노우스카야는 성명에서 이번 제재 해제로 러시아가 벨라비아를 통해 항공기 부품을 구매할 가능성이 생겼다고 지적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