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미국과 A매치 친선전에서 2-0 승리손흥민은 1골 1도움 원맨쇼주장 교체 논란에 스스로 주장 자격 입증
  • ▲ 손흥민이 미국전 1골 1도움을 기록하며 주장 교체 논란을 잠재웠다.ⓒ연합뉴스 제공
    ▲ 손흥민이 미국전 1골 1도움을 기록하며 주장 교체 논란을 잠재웠다.ⓒ연합뉴스 제공
    7일 미국에서 열린 한국과 미국의 A매치 친선전. 

    이 경기를 앞두고 가장 큰 '이슈'는 의외의 곳에서 터졌다. 2026 북중미 월드컵 본선을 확정 지은 한국 대표팀의 경쟁력이 우선 순위가 아니었다. 국제축구연맹(FIFA) 랭킹 15위 북중미의 강호 미국과 경기를 앞두고도 이슈는 대표팀 '내부'로 향했다. 

    바로 '주장 교체 논란'이다. 이 논란의 시작은 홍명보 한국 대표팀 감독의 '입'에서 나왔다. 

    이번 미국-멕시코 미국 원정 2연전 명단을 발표하면서 홍 감독은 주장 교체 가능성을 언급했다. 

    손흥민이 잉글랜드를 떠나 미국 메이저리그사커(MLS) LA FC로 이적한 직 후 나온 발언이다. 손흥민은 월드컵을 위해 미국으로 향했는데, 오히려 월드컵과 멀어지는 모습이 연출된 것이다. 

    그는 "주장에 관련한 그 부분은 계속 생각하고 있다. 개인을 위해서, 팀을 위해서 어떤 선택을 하느냐가 중요한 시점이다. 시작부터 주장을 바꾼다, 안 바꾼다는 결정은 하지 않겠지만, 꾸준하게 고민해야 할 것이라고 생각한다. 주장이 변경될 수도, 아닐 수도 있다"고 말했다. 

    이어 홍 감독은 "다만 그 선택을 지금은 아직 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앞으로도 할 수도, 아닐 수도 있다. 답변이 애매하게 들리실 수 있겠지만, 지금 결정하지 않았기에 그렇게 말하는 것이다. 대표팀 주장은 월드컵이라는 큰 무대를 맞이하는 만큼 경험이 있어야 할 것이며, 당연히 리더십도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또 홍 감독은 "손흥민이 얼마나 오래 뛰느냐가 중요한 게 아니라 언제 어떤 순간에 결정적 역할을 해주냐가 중요하다고 본다. 그 역할을 충분히 해줄 거라 본다"며 선발이 아닌 후반 조커로 활용할 수 있다는 가능성을 제기했다. 

    이 발언이 나온 후 한국 축구는 큰 논란을 겪어야 했다. 

    한국 대표팀 역대 최장수 주장을 교체하려는 움직임에 대해 이해할 수 없다는 반응이 대부분이었다. 축구 팬들은 여전히 손흥민은 핵심 역량을 보여줄 수 있는 기량과 영향력을 가지고 있다고 주장했다. 한국 축구 역대 최고의 '전설' 중 하나인 손흥민을 월드컵을 앞두고 굳이 밀어내려 하는 이유를 모르겠다는 반응도 나왔다. 

    이 발언으로 안 그래도 많은 비판을 받고 있는 홍 감독은 또 다른 거센 비판을 받아야 했다.  

    손흥민이 대표팀에 합류했고, 그는 이에 대해 따로 언급하지 않았다. 손흥민은 입을 사용하지 않았다. 손흥민은 "감독님과 이야기했고, 내가 지금 언급할 것은 없다"며 주장 교체 논란에 대해 함구했다. 손흥민이 어떤 이야기를 해도 논란은 더욱 커질 것이 분명했기 때문이다. 

    손흥민은 입으로 대응하지 않았다. 대신, 손흥민은 '몸'으로 말했다. 몸으로 주장의 자격을 스스로 입증했다. 강호와 상대할 수 있는 경쟁력, 그라운드 내 영향력, 득점력, 폭발력, 그리고 리더십까지, 손흥민은 한국 대표팀에 가장 잘 어울리는 선수였다. 손흥민이 몸으로 증명한 모습이다. 

  • ▲ 손흥민이 전반 17분 한국의 선제 결승골을 터뜨리고 있다.ⓒ연합뉴스 제공
    ▲ 손흥민이 전반 17분 한국의 선제 결승골을 터뜨리고 있다.ⓒ연합뉴스 제공
    미국전 손흥민은 원톱으로 선발 출전했다. 수비 전술을 들고 나온 한국의 공격은 손흥민이 이끌었다. 손흥민은 역습을 주도했고, 문전으로 쇄도했으며, 치고 달리며 거의 홀로 미국 수비진을 상대했다. 한국 공격의 중심에서 홀로 영향력을 뽐냈다.   

    전반 17분 손흥민의 발에서 선제골이 나왔다. 이재성의 스루패스를 받은 손흥민은 문전쇄도하며 왼발 슈팅을 때렸고, 공은 시원하게 골망을 흔들었다. 손흥민은  멈추지 않고 전반 42분 이동경의 골을 어시스트했다. 한국은 2-0으로 승리했다. 두 골 모두 손흥민의 발에서 나왔다. 경기 MVP는 당연히 손흥민이었다. 

    '캡틴' 손흥민의 존재감과 영향력은 손흥민이 나간 후 더욱 잘 느낄 수 있었다. 손흥민은 후반 17분 교체 아웃됐다. 그러자 한국의 공격은 거짓말처럼 멈췄다. 수비 전술 위주의 팀에서 공격을 이끌 영향력과 경쟁력을 가진 선수는 한국에 없었다. 손흥민이 유일하다는 것이 증명됐다. 

    손흥민이 나간 후 한국은 미국의 파상공세를 수비하는데 온 힘을 기울였다. 공격은 잊었다. 수비는 성공했고, 결국 2-0 승리로 경기를 마무리 지었다. 

    주장과 에이스로 부족할 것 없었던 손흥민의 원맨쇼. 경기 후 홍 감독은 "앞에서 득점과 첫 번째 수비 역할을 한 손흥민이 잘 이끌어줬다. 우리 팀에 큰 힘이 될 거다. 손흥민은 스트라이커뿐만 아니라 왼쪽도 볼 수 있다. 지금 우리 전술에서는 조금 더 수비 부담을 덜 주면서 장점을 살릴 수 있는 모습이 첫 번째 골 장면에서 잘 나타났다"고 말했다. 

    미국전에서 '몸'으로 말한 손흥민. 주장 교체 논란은 '마침표'를 찍었다. 항상 위기 때마다, 논란이 있을 때마다 입이 아닌 몸으로 말한 손흥민. 이번에도 그렇게 했다. 손흥민이 최고의 선수로 살아가는 방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