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측근 "연준 이사 돼도 백악관 보직 유지" … 연준 독립성 우려 증폭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가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Fed, 연준)를 장악하려고 한다는 논란이 불거지고 있는 가운데, 트럼프 대통령이 최근 연준 이사로 임명한 그의 측근이 이사 재임 기간 백악관 보직도 유지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워싱턴포스트(WP)와 연합뉴스 등에 따르면 스티븐 마이런 연준 이사 지명자는 4일(현지시각) 상원 인사청문회에서 자신이 연준 이사로 인준되더라도 트럼프 행정부에서 사임하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마이런 지명자는 현재 백악관 국가경제자문위원회(CEA) 위원장을 맡고 있다. 그는 아드리아나 쿠글러 연준 이사의 급작스러운 사임으로 생긴 이사직에 지난달 7일 전격 임명됐다.

마이런 이사가 인준될 경우, 사임한 쿠글러 이사의 잔여 임기를 맡아 내년 1월31일까지 이사직을 수행한다.

마이런 지명자는 자신이 짧은 잔여 임기만 채울 예정이기 때문에 CEA 위원장을 사임하는 대신 무급 휴직을 사용하기로 했다며 이는 변호사의 조언을 따른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WP는 행정부에서 보직을 유지하면서 연준 이사를 겸하는 것은 연준의 독립성을 해칠 우려가 큰 이례적 행보라고 평가했다.

지난 90여년간 행정부 당국자가 연준 이사를 겸임한 예는 없다.

마이런 지명자에 대한 청문회는 그가 오는 16∼17일로 예정된 연준의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회의에 참석할 수 있도록 서둘러 진행됐다.

이날 청문회에서 일부 민주당 의원들은 그가 트럼프 대통령의 측근이라는 점을 들어 정치적 이해관계를 통화 정책 결정에 투영할 가능성을 우려했다.

이에 대해 마이런 지명자는 "내 의견과 결정은 거시경제에 대한 내 분석과 거시경제의 장기 관리를 위해 무엇이 최선이냐는 판단에 근거할 것"이라며 "FOMC는 엄청난 과업을 맡은 독립적인 그룹이며 난 그 독립성을 유지하고 최선을 다해 미국민들을 섬길 계획"이라고 밝혔다.

상원의 다수당인 공화당에서 반대 의사를 밝힌 의원이 없어 마이런 지명자는 별다른 잡음 없이 인준될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