젤렌스키-유럽 정상과 화상회의'반미연대' 中 전승절 직후 러-중 압박
  • ▲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이 백악관에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및 유럽 지도자 7명과 회담에 앞서 발언하고 있다. 250818 AP/뉴시스. ⓒ뉴시스
    ▲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이 백악관에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및 유럽 지도자 7명과 회담에 앞서 발언하고 있다. 250818 AP/뉴시스. ⓒ뉴시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4일(현지시각) 유럽의 서방 동맹국들을 향해 러시아산 원유 구매를 중단할 것과 중국에 경제적 압박을 가할 것을 촉구했다.

    미국 CNN 방송, AFP통신, 연합뉴스 등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은 미국 동부시간으로 이날 오전 8시가 조금 넘어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 영국·프랑스가 주축이 돼 우크라이나를 지원하는 '의지의 연합' 소속 유럽 정상 등과 90분간의 화상회의에서 이같이 요구했다.

    앞서 의지의 연합은 이날 프랑스 파리에서 정상회의를 갖고 우크라이나 안보에 대해 논의했다. 회의 이후에는 트럼프 대통령과 통화로 회의 내용을 공유했다.

    유럽 정상 중에서는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 키어 스타머 영국 총리, 프리드리히 메르츠 독일 총리, 마르크 뤼터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사무총장, 우르줄라 폰 데어 라이엔 유럽연합(EU) 집행위원장이 회의에 참석했다. 페드로 산체스 스페인 총리는 기술적인 문제로 비행기가 회항하면서 회담으로 함께했다.

    스티브 위트코프 미국 백악관 중동특사도 파리를 찾아 회의에 참석했고, 젤렌스키 대통령과도 별도 회담했다고 한다.

    백악관 관계자는 "마크롱 대통령과 유럽 정상들이 트럼프 대통령을 회의에 초대했으며 트럼프 대통령은 러시아의 우크라이나전쟁 자금줄이 되는 러시아 원유 구매를 중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면서 "러시아는 유럽연합(EU)에 연료를 팔아 1년에 11억유로(약 1조8000억원)를 벌었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또 "트럼프 대통령은 유럽 정상들이 러시아의 전쟁 노력에 자금을 지원하는 중국에 경제적 압박을 가해야 한다는 점도 강조했다"고 전했다.

    영국 총리실에 따르면 스타머 총리도 "우린 트럼프 대통령의 지지와 함께 우크라이나에 대해 굳건한 약속을 했다"며 "이제 적대행위 중단을 위해 푸틴에 압박을 가하도록 더 나아가야 할 필요가 분명해졌다"고 회의에서 밝혔다.

    이번 화상 회담은 사실상 멈춰있는 러시아와 우크라이나간 평화협정을 논의하기 위해 마련됐다. 트럼프 대통령이 젤렌스키 대통령을 포함한 유럽 주요국 정상들과 직접 논의에 나선 것은 지난달 18일 백악관 회담 이후 처음이다.

    트럼프 대통령의 유럽을 향한 이러한 요구는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최근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을 초청해 제2차 세계대전 승리 80주년 기념 전승절 행사를 성대하게 치르면서 '반미(反美)·반서방' 연대의 결속을 과시한 직후 나온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현재 우크라이나전쟁 종전협상을 위한 러시아-우크라이나 정상회담을 추진하고 있지만, 푸틴 대통령이 이에 제대로 응하지 않는 모습을 보이는 데다 오히려 중국을 중심으로 한 북·중·러 연대의 결속에 직면한 상황이다.

    미국 악시오스는 이번 통화가 평화협정 중재에 대한 트럼프 대통령의 좌절감이 커지고, 어떠한 돌파구도 마련되지 않는 가운데 이뤄지는 것이라고 주목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전날 백악관에서 폴란드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하면서 러시아에 대한 "2단계나 3단계(제재)는 아직 하지도 않았다"며 추가 제재 가능성을 시사한 뒤 "푸틴이 어떤 결정을 하든 우린 그에 만족할 수도 있고, 그렇지 않을 수 있다. 만약 우리가 만족하지 않는다면 어떤 일이 벌어질지 여러분은 보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