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58년 '2차 대만해협' 승전 거론하며 열병식 비난열병식에 대만 제1야당 인사들 참석…당국 "처벌하겠다"
  • ▲ 라이칭더 대만 총통이 대만 타이베이 총통 관저 앞에서 제113주년 쌍십절 국경일 기념 축사를 하고 있다. 241010 AP/뉴시스. ⓒ뉴시스
    ▲ 라이칭더 대만 총통이 대만 타이베이 총통 관저 앞에서 제113주년 쌍십절 국경일 기념 축사를 하고 있다. 241010 AP/뉴시스. ⓒ뉴시스
    3일 중국 베이징에서 열리는 '중국 인민 항일전쟁 및 세계 반파시스트 전쟁 승리(전승절) 80주년' 기념 열병식을 앞두고 라이칭더 대만 총통이 중국의 침략은 실패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로이터통신, 연합뉴스 등에 따르면 라이 총통은 이날 국방부 관계자 대상 연설 중 1958년 '제2차 대만해협 위기' 당시 대만이 중국과의 해전에서 승리한 사실을 언급하면서 "단결은 승리를 보장하고, 침략은 필연적으로 실패한다"고 말했다.

    이어 "(당시) 대만의 승리는 침략에 맞서 단결하려는 결의에서 진정한 평화가 비롯된다는 것을 보여준다"고 덧붙였다.

    제2차 대만해협 위기는 중국이 대만 진먼섬을 향해 대규모 포격을 실시하면서 촉발된 양국간 교전을 말한다.

    그해 10월5일까지 이어진 양국간 교전은 포격전에 이어 해전 및 공중전으로 확대됐고, 미국은 당시 제7함대 파견과 전술 핵무기 사용 가능성까지 시사하면서 대만 지원에 나섰다.

    라이 총통은 또 "현재의 안보환경은 그 어느 때보다 심각하다"며 "최근 몇년간 중국 공산당은 대만해협 주변에서 군용기와 군함을 동원한 고강도 훈련을 진행했다"고 지적했다.

    이어 "제2차 세계대전의 승리와 (2차 대만해협 위기 당시) 9월2일 해전 및 8월23일 포격전의 영광스러운 성취에서 얻은 가장 소중한 교훈은 단결은 승리를 보장하고, 침략은 필연적으로 실패한다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날 발언은 중국이 대규모로 진행하는 열병식에 '친중' 성향의 대만 제1야당 국민당 인사들이 참여할 예정이라는 보도 이후 나왔다. 대만 정부는 열병식 참석에 대해 강한 반대 입장을 표하고 있다.

    자유시보와 중국시보 등에 따르면 대만 안보당국은 전날 국민당의 훙슈주 전 주석(대표)과 리젠룽 전 비서장, 허잉루 중앙상무위원회 위원 등이 참석할 것으로 파악됐다고 밝혔다.

    안보당국 관계자는 이들 국민당 인사 외에도 대만 신당 우청뎬 주석 등 10여명과 대만 노동당 및 통일연맹당 관계자들도 참석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이어 중국이 반서방 국가 지도자들이 참석한 가운데 열병식을 통해 군사적·외교적 역량 과시 및 서방에 대항하는 동맹의 이미지를 보여주려 한다고 설명했다,

    이 관계자는 "대만의 정당, 특히 국민당 고위 인사들이 세간의 이목을 끄는 방식으로 참여한다면 국제사회가 대만의 주요 정당이 중국의 주장을 묵인하거나 인정한다고 판단할 수 있다"며 "이에 따라 대만의 외교적 이미지에 혼란 또는 논란을 불러일으킬 수 있다"고 지적했다.

    대만의 중국 본토 담당기구인 대륙위원회는 대만의 정당, 법인, 민간단체 또는 개별적으로 중국 열병식에 참석해 중국 측과 어떠한 형식의 협력을 했을 경우 양안 교류 관련 법규인 '대만지구와 대륙지구 인민관계조례(양안조례)'에 따라 처벌할 것이라고 밝혔다.

    선유중 대륙위 부주임위원(부위원장 격)은 전날 중국이 1500억 대만달러(약 6조8000억원)를 투입한 열병식을 통해 비(非)민주국가의 '맹주'가 되려 한다고 지적했다.

    그는 "이번 열병식은 대만을 위협하려는 의도가 있다"며 "중국이 열병식에서 신형 무기의 공개 등을 통한 무력 위협 등으로 대만이 중국의 정치적 요구를 수용하도록 압박하려는 목적이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풀이했다.

    그러면서 안보당국이 이미 열병식 참석 예정자에 대한 사전에 경고했다면서 만약 권고를 듣지 않고 참석을 강행한다면 개별 사안에 따라 처벌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와 관련, 주리룬 국민당 주석은 전날 항일전쟁과 관련한 역사적 사실은 중화민국 정부와 국민당, 장제스 위원장이 이끌고 중국도 참여했다면서 역사가 왜곡되어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대만언론에 따르면 훙슈주 전 주석 측은 참석과 관련한 입장을 밝히지 않았으며 리젠룽 전 비서장은 나이와 건강 등을 고려해 참석하지 않을 것이라고 언급했다. 허잉루 상무위원은 해당 초청장을 받지 못했다고 밝혔다.

    앞서 대륙위원회는 8월 공무원·연예인 등 유명인사를 대상으로 본토 열병식에 참석하지 말 것을 요구한 바 있다.

    대만 당국은 전·현직 고위급 국방·정보·외교 관료가 열병식에 참석할 경우 연금 지급 중단 등 처벌 조치를 하겠다고 경고한 상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