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정 넘기며 우크라 종전-이란 핵-중동 정세 논의2일엔 시진핑과 양자 회담…북·러 정상 회동 여부 촉각
  • ▲ (좌로부터)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 나렌드라 모디 인도 총리,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중국 텐진에서 열린 상하이협력기구(SCO)에 앞서 얘기를 나누고 있다. 250901 AP/뉴시스. ⓒ뉴시스
    ▲ (좌로부터)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 나렌드라 모디 인도 총리,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중국 텐진에서 열린 상하이협력기구(SCO)에 앞서 얘기를 나누고 있다. 250901 AP/뉴시스. ⓒ뉴시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1일(현지시각) 중국 톈진에서 열린 상하이협력기구(Shanghai Cooperation Organization, SCO) 정상회의를 계기로 인도, 튀르키예, 이란 정상과 연달아 양자회담을 했다.

    푸틴 대통령의 이날 일정은 오전부터 시작해 자정을 넘기는 '마라톤회담'을 14시간에 걸쳐 진행됐다.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과 만남을 회피하면서 서방과 대립하는 우방국과의 연대를 강화하는 모습이다.

    로이터·리아노보스티통신, 연합뉴스 등에 따르면 푸틴 대통령은 SCO 정상회의를 마치고 가장 먼저 나렌드라 모디 인도 총리와 회담했다.

    모디 총리는 자신의 엑스(X, 옛 트위터) 계정에 푸틴 대통령과 함께 차를 타고 회담장으로 이동하는 모습을 담은 사진을 게시하면서 "그와의 대화는 항상 통찰력이 있다"고 썼다.

    그러면서 "무역, 비료, 우주, 안보, 문화 등 모든 분야에서 양국 협력을 심화할 방안을 논의했다"며 "인도와 러시아의 긴밀한 협력은 양국만이 아니라 세계평화와 안보를 위해서도 중요하다"고 덧붙였다.

    인도 외무부는 양국 정상이 '특별하고 특권적인 전략적 동반자 관계'를 더욱 강화하기로 뜻을 모았고, 모디 총리가 올해 말 인도에서 열리는 제23차 연례 정상회의에서 푸틴 대통령을 맞이하기를 기대하고 있다고 전했다.

    두 정상은 푸틴 대통령의 전용차에서 50분간 비공식 대화를 나눈 뒤 톈진 리츠칼튼 호텔 협상장에서 다시 50분가량 회담을 이어갔다.

    푸틴 대통령은 모디 총리를 "친애하는 친구"라고 부르면서 양국 관계가 역동적으로 발전하고 있다고 말했다.

    푸틴 대통령과 모디 총리는 미국이 인도의 러시아산 원유수입을 공개적으로 비판하며 50%의 상호관세를 부과한 상황에서도 깊은 유대를 과시했다. 두 정상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함께 대화하는 장면이 포착되기도 했다.

    푸틴 대통령은 레젭 타입 에르도안 튀르키예 대통령과 만나서는 "우크라이나 분쟁 해결을 위해 정치적·외교적 노력에 크게 이바지한 튀르키예 친구들에게 감사한다"고 말했다.

    이어 "이러한 문제에 대한 튀르키예의 특별한 역할이 계속 요구될 것이라고 확신한다"고 강조했다.

    푸틴 대통령은 5월부터 세 차례에 걸쳐 튀르키예 이스탄불에서 러시아와 우크라이나의 직접 협상이 열려 인도주의 문제 해결에 진전이 있었다고도 언급했다.

    그는 우크라이나전쟁 종식을 위한 노력과 더불어 아제르바이잔-아르메니아간 평화 중재, 이스라엘의 가자지구 공습, 시리아 정세 등이 논의됐다.
  • ▲ 악수하는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좌)과 마수드 페제시키안 이란 대통령. 250902 EPA/크렘린 풀 연합뉴스. ⓒ연합뉴스
    ▲ 악수하는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좌)과 마수드 페제시키안 이란 대통령. 250902 EPA/크렘린 풀 연합뉴스. ⓒ연합뉴스
    푸틴 대통령은 팜 민 찐 베트남 총리와 회담한 뒤 △셰바즈 샤리프 파키스탄 총리 △샤브카트 미르지요예프 우즈베키스탄 대통령 △에모말리 라흐몬 타지키스탄 대통령과 짧은 대화를 나눴다고 드미트리 페스코프 크렘린궁 대변인이 밝혔다.

    이후 푸틴 대통령은 마수드 페제시키안 이란 대통령과 회담했다. 양국이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특별군사작전' 이후 군사분야를 포함해 관계를 발전시키는 가운데 이날 회담에는 러시아 외무·농업·교통·재무·에너지부 장관도 참석했다.

    특히 이란이 핵 프로그램 관련해 영국·프랑스·독일 등 유럽 3개국(E3)으로부터 스냅백(제재 재발동) 압박을 받는 가운데 푸틴 대통령은 "러시아와 이란은 이란 핵 프로그램 관련 문제를 포함한 국제 의제의 다양한 측면에 대해 지속해서 접촉하고 있다"고 말했다.

    앞서 SCO는 유럽 국가들이 유엔의 대(對)이란 제재 복원을 위한 절차를 발동한 것에 대해 2015년 이란핵합의(JCPOA, 포괄적공동행동계획)를 뒷받침한 유엔 결의를 재해석해서는 안 된다고 경고한 바 있다.

    페제시키안 대통령은 1월 양국이 체결한 포괄적 전략적 동반자 조약에 대해 "체결된 모든 합의의 이행을 직접 감독하고 있다"며 "이와 관련한 장애물을 제거하기 위해 가능한 모든 노력을 다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푸틴 대통령은 마지막으로 카드가 프라사드 샤르마 올리 네팔 총리와 회담하고 자정을 넘겨 이날 일정을 마쳤다고 타스통신이 전했다.

    푸틴 대통령은 2일에는 톈진에서 베이징으로 이동해 시진핑 주석과 회담할 예정이다. 유리 우샤코프 크렘린궁 보좌관은 러·중 정상회담이 확대 회담, 소인수 회담, 공식 조찬, 비공개 회담 등으로 구성되고 이를 통해 약 20건의 합의가 체결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2일에는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도 베이징에 도착할 전망인 만큼 푸틴 대통령과 김 위원장의 회동이 성사될 가능성도 있다. 우샤코프 보좌관은 푸틴 대통령과 김정은 위원장이 양자회담 조직을 고려하고 있다고 언급한 바 있다.

    북·중·러 정상은 3일 베이징 천안문 광장에서 열리는 '중국 인민 항일전쟁 및 세계 반파시스트 전쟁 승리(전승절)' 80주년 열병식을 나란히 앉아 지켜볼 예정이다.

    국제 외교가에서는 북·중·러의 밀착으로 국제 지정학 구도가 흔들리며 한·미·일 연합과 대치하는 신(新)냉전 국면이 이어질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