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TO 원칙 위반하는 경제 조치 반대" 공동선언문 채택이란 제재 복원 나선 E3도 비판…가자지구도 "공정 해결해야"
  • ▲ 중국 톈진에서 열린 상하이협력기구(SCO) 정상회의에 모인 참가국 정상들. 250901 EPA 연합뉴스 자료사진. ⓒ연합뉴스
    ▲ 중국 톈진에서 열린 상하이협력기구(SCO) 정상회의에 모인 참가국 정상들. 250901 EPA 연합뉴스 자료사진. ⓒ연합뉴스
    상하이협력기구(Shanghai Cooperation Organization, SCO) 회원국 정상들이 중국 톈진에 집결해 "글로벌 공급망의 안정성을 저해하는 조치에 우려를 표한다"면서 세계 각국을 상대로 관세 압박을 이어가고 있는 미국을 겨냥해 비판 목소리를 냈다.

    1일 중국 신화통신, 연합뉴스 등에 따르면 SCO 회원국 정상들은 이날 톈진에서 이 같은 내용의 공동선언문을 채택하고 서명했다.

    선언문에서 회원국들은 "세계무역기구(WTO) 규칙과 원칙을 위반하는 경제적 조치를 포함한 일방적이고 강압적 조치에 반대한다"며 "이러한 조치는 식량·에너지 안보 같은 국제안보이익을 저해하고, 세계 경제에 부정적 영향을 미친다"고 주장했다.

    이어 "회원국들은 SCO 프레임워크 내에서 무역원활화협정을 개발하려는 움직임에 주목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선언문은 직접 미국을 언급하지는 않았지만, '공급망 안정 저해', '경제적 조치' 등의 표현을 통해 최근 각국과 관세전쟁을 벌이고 있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을 사실상 겨냥했다.

    그러면서 회원국간 전자상거래 협력을 촉진하고, 디지털 무역 인프라를 개발하겠다고도 했다.

    선언문은 또 "6월 이스라엘과 미국이 이란에 가한 군사적 침략을 강력히 규탄한다"며 "기초 핵시설 등 민간시설에 대한 침략행위는 민간인 사상자를 발생시켰고, 국제법 규범과 유엔헌장의 목적·원칙을 심각하게 위반해 이란의 주권과 영토 보전을 침해했다"고 지적했다.

    이와 함께 이들은 영국·독일·프랑스(E3)가 이란에 대한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제재를 복원하려는 움직임도 규탄했다.

    이들은 "2015년 유엔 안보리 제2231호 결의의 중요성과 구속력을 재확인하며 규정에 따라 결의를 전면 이행해야 하고 자의적으로 결의를 곡해하려는 어떤 시도도 안보리 권위를 훼손할 것임을 강조한다"고 밝혔다.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분쟁 관련해서도 가자지구에서 수많은 민간인이 희생되고 인도적 재앙을 초래했다면서 강력히 규탄한다는 입장도 표명했다.

    이들은 구체적인 가자지구 문제 해법은 명시하지 않으면서 "중동 평화와 안정을 보장하는 유일한 길은 팔레스타인 문제를 전면적이고 공정하게 해결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SCO는 테러리즘의 모든 형태와 양상을 규탄하며 이에 맞선 싸움에서 이중잣대를 적용하지 않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다만 러시아와 전쟁 중인 우크라이나에 대한 내용은 공동선언에 포함되지 않았다.
  • ▲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중국 톈진에서 열린 상하이협력기구(SCO) 정상회의에서 연설하고 있다. 250901 AP/뉴시스. ⓒ뉴시스
    ▲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중국 톈진에서 열린 상하이협력기구(SCO) 정상회의에서 연설하고 있다. 250901 AP/뉴시스. ⓒ뉴시스
    아울러 회원국들은 핵확산금지조약(NPT) 조항의 철저한 준수와 화학무기금지협약(CWC)의 완전한 이행을 촉구하는 한편, 군사 분야에서의 협력 의사도 표명했다.

    그러면서 "테러리즘, 분리주의, 극단주의는 물론 마약, 향정신성 물질의 불법거래, 무기 밀수 같은 기타 국제적 조직범죄에 맞서 공동으로 협력을 강화하겠다"고 강조했다.

    SCO는 중국과 러시아가 2001년 카자흐스탄, 우즈베키스탄, 타지키스탄, 키르기스스탄 등 중앙아시아 4개국과 함께 만든 다자협의체다. 이란은 인도와 파키스탄(2017년)에 이어 2023년 회원국으로 가입했다. 지난해 벨라루스가 추가로 들어오면서 회원국은 10개국으로 늘었다.

    회원국들은 이밖에 이날 오전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연설을 통해 밝힌 SCO 개발은행 설립에 합의하고, 라오스에 대화 파트너 지위를 부여하기로 했다.

    10개 회원국과 함께 SCO를 구성하는 참관국과 대화 파트너 지위도 통합하기로 했다. 현재 몽골·아프가니스탄 2개국이 참관국으로 △아르메니아 △아제르바이잔 △캄보디아 △이집트 △네팔 △카타르 △스리랑카 △튀르키예 등 14개국이 대화 파트너로 SCO에 참여하고 있다.

    한편 SCO 정상회의에 이어 3일 중국 베이징에서는 '중국 인민 항일전쟁 및 세계 반파시스트 전쟁 승리(전승절)' 80주년 열병식이 개최된다.

    이 행사에는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시진핑 주석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 등이 나란히 참석할 예정이다.

    국제 외교가에서는 북·중·러의 밀착으로 국제 지정학 구도가 흔들리며 한·미·일 연합과 대치하는 신(新)냉전 국면이 이어질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