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든 임명' 연준 이사, 주담대 사기 혐의로 해임쿡 이사, 트럼프 해임 반발…"필요한 모든 조치할 것"연준 독립성 저해 우려에 亞 증시, 美 선물·국채 등 '냉기'"연준 독립성 훼손하면 美 국가 신용등급 압박받을 수 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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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트루스소셜에 올린 연준 이사들의 얼굴. 자신의 임명한 미셸 보먼 연준 부의장과 크리스토퍼 월러 이사 그리고 최근 사임한 아드리아나 쿠글러 전 이사의 후임으로 지명된 스티븐 마이런 백악관 국가경제자문위원장을 트럼프 측 인사로, 그리고 제롬 파월 의장, 스티븐 바 이사, 필립 제퍼슨 연준 부의장을 바이든 측 인사로 분류했다. 다만 파월 의장은 이름 대신 '느림보(Too Late)'라고 적었다. 가운데 엑스 표시가 된 리사 쿡 이사는 조 바이든 전 대통령이 임명한 인물로, 주담대 사기 혐의를 받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그의 이름 옆에 '사기꾼(Fraudster)' 단어를 붙였다. 250823 사진=트럼프 트루스소셜 갈무리. ⓒrealDonaldTrump
미국의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Fed, 연준)를 자기 사람으로 채우려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주택담보대출 사기 혐의를 받는 리사 쿡 연준 이사를 해임했다.쿡 이사는 대통령이 자신을 해임할 법적 근거가 없다며 사임을 거부했지만, 1913년 연준 설립 이래 대통령이 연준 이사를 해임하는 초유의 일이 발생하자 이날 글로벌 자산 시장에서는 한바탕 소란이 일었다.연합뉴스 등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은 25일(현지시각) SNS 트루스소셜에 쿡 이사에게 해임을 통보하는 내용의 서한을 공개했다.트럼프 대통령은 헌법 2조와 1913년 연준법이 부여한 권한에 따라 쿡 이사를 이사직에서 즉각 해임한다고 밝혔다.그는 "법률상 이사회 위원이 정당한 사유가 있을 경우 해임될 수 있다고 규정한다"며 "신중한 검토 끝에" 쿡 이사의 해임을 결정했다고 부연했다.그는 서한에서 "미국민은 정책 입안과 연준 감독을 맡긴 이사들의 정직성을 완전히 신뢰할 수 있어야 한다. 금융 사안과 관련한 당신의 기만적이고 범죄일 수 있는 행동을 고려하면 미국민들은 당신을 신뢰할 수 없으며 난 당신의 진실성을 신뢰할 수 없다"고 했다.뉴욕타임스(NYT) 등에 따르면 쿡 이사는 트럼프 대통령의 발표 후 몇시간 뒤인 이날 저녁 변호사를 통해 낸 성명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자신을 해임할 법적 근거가 없다면서 "난 사임하지 않을 것이며 2022년부터 해왔듯이 미국 경제를 돕기 위해 내 직무를 계속 수행할 것"이라고 밝혔다.쿡 이사의 변호사인 데이비드 로웰 아베는 "우린 그(트럼프 대통령)가 시도한 불법적 행위를 막는 데 필요한 모든 조치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앞서 빌 풀테 연방주택금융청(FHFA) 청장은 팸 본디 법무장관에게 서한을 보내 쿡 이사가 더 유리한 대출 조건을 위해 은행 서류와 부동산 기록을 위조했다고 주장했으며 법무부는 쿡 이사를 수사할 계획이라고 밝혔다.풀테 청장이 제기한 혐의는 쿡 이사가 2021년 미시간주의 부동산에 대해 20만3000달러(약 2억8000만원), 조지아주의 부동산에 대해 54만달러(약 7억5000만원) 대출을 각각 받으면서 이들 부동산이 주거용이라고 밝혔지만, 조지아의 부동산을 2022년 임대로 내놨다는 것이다.일반적으로 주거용 주담대는 투자·임대용보다 금리가 낫고, 담보인정비율(LTV)이 높게 책정되는 등 조건이 좋다.이후 트럼프 대통령은 쿡 이사의 사퇴를 촉구해왔다.미국 역사상 최초의 흑인 여성 연준 이사인 쿡 이사는 2022년에 당시 조 바이든 대통령이 임명했다. 2023년에 연임됐으며 임기는 2038년 1월까지다. -
- ▲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리사 쿡 연준 이사. AFP 연합뉴스 자료사진. ⓒ연합뉴스
트럼프 대통령은 자신의 기준금리 인하 요구를 따르지 않는 제롬 파월 연준 의장에게 사퇴를 거듭 촉구하는 등 연준 이사 구성을 바꾸려고 하고 있다.쿡 이사는 금리를 결정하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의 당연직 위원으로, 쿡 이사가 해임되고 트럼프 대통령이 새로운 이사로 교체하면 연준 이사회 내 금리인하파의 비중이 높아질 수 있다.현재 연준 이사회는 7명으로 구성되며 여기에 지역 연은 총재 5명이 FOMC에 참여해 총 12명이 금리를 결정한다. 이사회 7명 중에서 현재 2석이 공석으로 쿡 이사까지 해임되면 트럼프 대통령이 3석을 새로 채울 수 있다.내셔널오스트레일리아뱅크의 로드리고 카트릴 전략가는 "쿡 이사를 구제할 법적 수단이 없다는 전제하에 쿡 이사의 해임은 연준의 독립성에 대한 우려를 증폭시킨다"며 "트럼프 대통령이 이사 교체에 성공한다면 잠재적으로 연준에서 네 명의 이사가 자신의 견해에 동조할 수 있음을 의미한다. 이 이사들이 연준의 독립성을 존중하면서 연준의 의무를 다할지는 지켜봐야 한다"고 말했다.쿡 이사 해임 소식은 금융시장에 부정적으로 작용했다.연준의 독립성은 미국 금융시장에 대한 신뢰를 형성하는 기반이다. 이것이 흔들릴 수 있다는 소식은 금융시장에 불확실성을 더할 수밖에 없다.주요 통화 대비 달러 가치를 나타내는 달러 지수는 0.2% 하락했고 안전자산인 금은 0.4% 상승했다.트럼프 대통령이 쿡 이사를 대신해 더 적극적인 ‘금리 인하론자’를 지명할 것이란 전망에 2년물 국채수익률은 하락(가격은 상승)했지만, 장기 인플레이션 가능성이 커지며 채권과 같은 고정수익 자산의 매력을 떨어뜨릴 것이라는 우려 역시 커지면서 30년물 국채수익률은 상승(가격 하락)했다.선물시장과 아시아증시도 영향을 받았다.다우 선물은 0.19% 하락(-87.0P)한 4만5264, S&P500 선물은 0.17%(-11.0P) 내린 6444, 나스닥100 선물은 0.24%(-56.0P) 떨어진 2만3442에 거래를 마쳤다.아시아 증시는 26일 종가 기준 △일본 닛케이255 4만2392(-0.95%) △한국 코스피는 3179(-0.95%) △홍콩 항셍 2만5651(-0.69%) △중국 상해종합 3863(-0.52%)을 기록하는 등 일제히 하락했다.전문가들은 이 같은 연준 흔들기가 투자자들의 신뢰를 훼손한다고 경고한다.S&P글로벌은 최근 미국의 신용등급을 'AA+'로 유지하면서도 "정치적 요인이 미국 제도의 강점, 장기 정책 결정의 효과성 그리고 연준의 독립성을 훼손한다면 미국의 국가 신용등급이 압박을 받을 수 있다"고 경고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