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EU, 무역합의 타결 후 25일 만에 공동성명항공기 등 MFN 적용…철강·알루미늄 과잉공급 보호 협력EU "車 관세 인하 소급 적용 위해 노력…이달 말까지 법안 제출"유럽산 항공기-일부 천연자원은 무관세…EU, 와인 관세 면제는 실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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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미국-EU 관세협상. 사진=EU 무역담당 집행위원 SNS. ⓒ연합뉴스
유럽연합(EU)이 미국이 예고한 의약품과 반도체 품목관세와 관련해 15%를 넘지 않도록 하겠다는 약속을 미리 받아냈다.한국의 주요 경쟁 상대이기도 한 유럽산 철강 제품에 대해 미국은 관세인하 효과가 있는 저율관세할당(TRQ) 도입을 검토하겠다고 공식화했다.연합뉴스 등에 따르면 미국과 EU는 21일(현지시각) 양측간 무역합의를 문서화한 공동성명을 발표했다. 지난달 27일 EU에 대한 15% 상호관세율 적용을 골자로 한 정상간 합의 타결 이후 25일 만이다.공동성명은 "미국은 EU산 의약품, 반도체, 목재에 부과되는 최혜국대우(MFN) 관세와 무역확장법 232조 조치에 따른 관세를 합산한 (최종) 관세율이 15%를 초과하지 않도록 신속히 보장할 계획"이라고 밝혔다.미국이 예고한 의약품, 반도체에 대한 무역확장법 232조 조사에 따른 품목관세가 결정되더라도 EU산은 15%를 넘지 않도록 하겠다는 의미다. 미국의 모든 교역상대국이 품목관세를 부과받을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현재로선 EU가 최초로 관세 상한선을 약속받은 셈이다.공동성명은 또 유럽산 자동차, 자동차 부품에 대한 관세도 15%가 적용될 것이라고 명시했다. 현재는 MFN에 따른 2.5%에 더해 품목관세 25% 등 27.5%가 부과되고 있다.다만 자동차관세 인하조치는 미국산 공산품 관세 전면 철폐, 미국산 농·수산물에 대한 TRQ 물량 확대 등 EU가 미국에 약속한 합의이행을 위한 관련 입법안을 공식적으로 마련한 뒤 시행된다는 단서가 달렸다.이와 관련, 마로스 셰프초비치 EU 무역·경제안보 집행위원은 기자회견에서 되도록 이달 내 서둘러 이행법을 마련할 계획이라면서 "그럴 경우 (인하된) 15%의 자동차 관세율이 8월1일 이후 수출된 물량에도 소급 적용될 것이라고 하워드 루트닉 미국 상무장관이 어제 내게 분명히 약속했다(assured)"고 설명했다.공동성명에는 미국이 현재 모든 철강·알루미늄 수입품에 적용 중인 50% 관세와 관련, "각자의 국내 시장을 과잉공급에서 보호하기 위한 협력 가능성을 검토할 계획"이라며 "상호간 공급망 안보를 보장하고 여기엔 TRQ 해법도 포함된다"는 내용도 담겼다.철강 TRQ 도입방안은 지난달 합의 타결 뒤 EU가 발표했으나, 미국이 공식화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유럽으로서는 TRQ 물량까지는 일정 부분 관세인하 효과를 볼 수 있게 됐다.구체적인 TRQ 적용물량은 추후 논의가 필요하다고 EU 고위 당국자는 전했다.특히 한국산 철강은 한·미간 무역합의 타결에도 50%가 계속 부과되고 있다는 점을 고려하면 유럽산에 대한 TRQ가 시행되면 한국 수출기업에는 상대적으로 불리하게 작용할 가능성이 있다. -
- ▲ 우르줄라 폰 데어 라이엔 EU 집행위원장(좌)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스코틀랜드 턴베리의 트럼프 턴베리 골프장에서 무역합의에 도달한 후 악수하고 있다. 250727 AP/뉴시스. ⓒ뉴시스
공동성명에는 유럽산 일부 상품에 대한 관세면제 목록도 명시됐다.이에 따라 9월1일부터 유럽산 항공기와 부품, 미국에서 생산되지 않는 천연자원, 복제약, 화학 전구체는 15% 상호관세율이 아닌 기존대로 MFN 세율이 계속 적용된다.EU는 합의된 관세면제 제품에 대한 MFN 세율이 0% 혹은 0%에 가깝기에 사실상 무관세 혜택을 받게 됐다고 강조했다.그러나 EU는 또 다른 대미(對美) 주력 수출품인 와인·주류를 면제목록에 포함하는 데에는 실패했다.셰프초비치 집행위원은 "불행히도 와인·주류 품목을 포함하는 데 성공하지 못했지만, 미국 역시 이 산업이 우리에게 얼마나 중요한지 안다"면서 미국 측을 계속 설득하겠다고 말했다.이어 공동성명에 '면제목록 추가 모색'이라는 표현이 포함된 것을 언급하면서 "아직 문이 아예 닫힌 것은 아니다"라고 덧붙였다.EU는 공동성명에 "탄소국경조정제도(CBAM)에 대한 미국 측의 우려를 고려, 최근 합의된 면제 기준에 더해 시행 과정에서 추가적인 유연성을 제공하기 위해 노력할 것"이라고 약속하기도 했다.CBAM은 EU 역외에서 생산된 시멘트, 전기, 비료, 철·철강, 알루미늄, 수소 등 6가지 품목 제품을 생산하는 과정에서 나오는 탄소배출량 추정치를 계산해 일종의 세금을 부과하는 제도다.아울러 디지털 및 비관세 장벽을 완화·제거하기 위해 협력한다는 내용도 담겼다. 다만 EU는 이것이 자체 규제인 디지털시장법(DMA), 디지털서비스법(DSA)과는 무관하다고 선을 그었다.한편 27개 회원국 EU와 미국간 상품 및 서비스 교역은 2조달러를 육박해 양자간 세계 최대 규모다. 이 중 상품 교역에서 EU는 지난해의 경우 6080억달러를 팔고 3700억달러를 사 2360억달러라는 최대의 교역 흑자를 냈다.앞서 트럼프 대통령은 4월 초 '해방의 날' 상호관세 일방 발표에서 EU의 대미 수출상품에 20% 세율을 부과했으며 1차 유예기간을 거쳐 8월1일을 새 협상 마감일로 정한 뒤에는 30% 부과를 경고했다.7월27일 우르줄라 폰 데어 라이엔 EU 집행위원장이 스코틀랜드 턴베리 소유 골프 휴양지에 머무는 트럼프 대통령을 찾아 협상 끝에 20%, 30%씩 운위되던 미국의 對 EU 상호관세를 15%로 낮춰 부과하기로 합의 발표했다.이때 EU는 미국에서 들어오는 수입상품 중 제조품에는 거의 관세를 물리지 않고 또 농·수산물에는 3% 이내인 MFN을 하기로 약속했다.특히 EU는 이 합의에서 극소수 분야를 제외한 거의 모든 대미 수출상품에 MFN의 기존관세를 포함해서 15%를 부과받는 '특례조치'를 허용받았다.백악관은 EU와의 무역합의에 대해 "EU가 미국의 우려를 인정하고, 무역불균형을 해소하며 양측의 결합한 경제력을 최대한 발휘하겠다는 공동의 결의를 반영한다"면서 "세계에서 가장 큰 규모 중 하나인 양측의 무역 및 투자 관계를 굳건히 하고, 양 경제의 재산업화를 활성화할 것"이라고 평가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