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임 이튿날부터 매수액 최소 1450억원정책 변화 영향받는 지방채·회사채 주로 매입통화정책에 실적 오르내리는 대형은행채도 매입백악관 "독립된 운용사가 프로그램 통해 매수"
  • ▲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출처=EPAⓒ연합뉴스
    ▲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출처=EPAⓒ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백악관 재입성 직후부터 최소 1400억원의 채권을 사들인 것으로 확인 돼, 연방준비제도(Fed, 연준)을 향해 줄기차게 금리인하를 요구한 것이 자신의 '사익'을 위한 것이라는 지적이 제기됐다. 금리가 떨어지면 채권 가격은 상승한다.

    20일(현지시각) 블룸버그 통신과 로이터 통신 등에 따르면 백악관은 트럼프 대통령이 취임식 이튿날인 1월21일부터 이달 1일까지 채권 690건을 매수했다고 밝혔다. 총거래액은 최소 1억370만달러(약 1450억원)로 추산된다.

    이는 트럼프 대통령이 12일 미국정부윤리국(OGE)에 제출한 서류에 근거한 것이다. 미국 연방정부 법에 따라 대통령, 부통령 및 기타 일부 공직자는 정기적으로 OGE에 주식, 채권 등 금융 거래 내역을 제출해야 한다.

    채권매수 건별 거래 금액은 정확한 액수가 아닌 대략적인 범위만 기재한다. 이에 따라 거래액은 매수 건별로 거래액 범위의 최소액을 기준으로 따져 추산한 것이다. 이 기간 매도 내역 보고는 없었다.

    트럼프 대통령이 사들인 채권 목록에는 미국의 지방정부, 가스 지구, 물 공급 지구, 병원 당국, 교육위원회 등 여러 기관에서 발행한 것을 비롯해 금융, 기술, 유통 등 미국 주요 기업의 채권도 포함됐다. 2월 말에는 메타플랫폼의 채권을 최소 25만달러어치를 샀다.

    특히 외신들은 트럼프 대통령의 채권 매수 목록에 미국 대형은행이 포함된 것에 주목하고 있다. 이것이 연준을 향한 금리인하 압박과 관련 있다는 것이다.

    NBC는 "트럼프 대통령은 모건 스탠리, 웰스파고, 씨티그룹 등 대형은행의 채권을 각각 최소 10만달러 규모로 사들였다"고 지적하며 "이러한 매입은 그가 제롬 파월 연준 의장의 금리 동결을 맹비판하며 그의 후임 인선을 검토하는 상황에서 이뤄졌고, 연준은 금리의 향방을 결정하는 통화정책으로 은행의 수익성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설명했다.

    트럼프가 대통령이라는 자리를 본인의 자산 증식에 활용하고 있다는 비판도 나온다. 로이터는 "트럼프 대통령이 매수한 채권은 금융 규제 완화 등 행정부의 정책 변화로 혜택을 받을 수 있는 분야"라고 짚었다.

    이에 대해 백악관 고위 관계자는 "(OGE에 보고된 채권) 투자 내역은 트럼프 대통령이나 그의 가족이 직접 결정한 것이 아니"라며 "독립적인 자산운용사가 공인된 지수를 추종하는 프로그램을 통해 채권을 매입한 것이고, OGE가 이미 해당 자료를 관련 법규에 따라 인증했다"면서 법적으로 문제 될 사항이 아니라고 강조했다.

    그러나 로이터는 트럼프 대통령이 6월 제출한 자산 공시 자료를 인용해 "트럼프 일가가 추진하는 사업 등 다양한 자산에서 발생하는 수익이 여전히 대통령 본인에게 귀속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며 트럼프 대통령의 자산을 둘러싼 이해충돌 논란이 여전하다고 짚었다. 2024 회계연도 기준 트럼프 대통령은 가상화폐, 골프 리조트, 라이선스 사업 및 기타 벤처에서 6억달러 이상의 소득을 신고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