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소련 출신 전문가 "어떤 결과 나오든 푸틴은 이미 이겨"침공국이 종전 없이 美와 정상회담 자체가 '지위 격상'"아버지 부시가 후세인 만나 캐비어 권하는 격""유럽, 회담 당사국 아니지만 잃을 것 많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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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 출처=EPAⓒ연합뉴스
오는 15일(현지시각) 알래스카에서 열리는 미국과 러시아의 정상회담에서 어떤 결과가 나오든 이미 '푸틴의 승리'라는 분석이 나왔다.구소련 출신의 세르게이 라드셴코 존스홉킨스대 국제정치대학원 헨리 키신저 국제문제센터 명예교수는 13일 포린폴리시 기고문을 통해 "알래스카에서 어떤 결과가 나오느냐에 따라 승패가 달린 트럼프와 달리 푸틴은 이미 이겼다"고 주장했다.러시아의 침공으로 시작된 전쟁이 진행 중임에도 미국과 정상회담을 한다는 것 자체가 서방에 의한 러시아 고립이 무의미하다는 방증이라는 해석이다.라드셴코 교수는 "러시아인들은 세계가 자국의 위대함을 인정하는 것 이상으로 더 바라는 것이 없다"고 밝혔다. 버락 오바마 행정부 시절 '지역 강국'으로 격하됐던 러시아가 이번 정상회담을 통해 유럽의 운명을 결정하는, 미국과 같은 지위로 올라섰다는 것이다.반면 유럽은 이번 정상회담 당사국이 아니지만 잃을 것이 많다고 라드셴코 교수는 덧붙였다. 그는 특히 회담 장소인 알래스카에 주목했다. 1867년 미국이 러시아로부터 매입한 알래스카는 이후 금광이 발견되며 대표적인 '토지 매입 성공 사례'로 평가된다. 그는 알래스카가 미국과 러시아의 공통 관심사를 강조하는 무대가 될 것 이며,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이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그린란드 야욕을 지지할 가능성을 점쳤다. 그 대가로 동유럽에서 러시아의 영향력을 인정받으려 할 것이라는 논리다.그는 "유럽 국가는 계속 트럼프에게 절박하게 엎드리겠지만, 그들이 알래스카에 초대받지 않았다는 현실은 여전하다"며 "유럽 안보에 직접 영향을 미치는 문제가 그들의 부재 속에 논의될 예정"이라고 평가했다.한편, 라드셴코 교수는 미국의 전임 대통령들도 세계의 독재자나 폭군과 만난 전례가 있으나 이번 미·러 정상회담과는 차이가 있다고 지적했다.그는 우선 마오쩌둥을 만난 리처드 닉슨 전 대통령, 스탈린을 만난 프랭클린 루스벨트 전 대통령을 언급했다.그러면서 "루스벨트가 얄타에서 스탈린을 만났을 때는 양국이 2차대전에서 같은 편에 서서 싸우고 있었다"고 말했다. 또 닉슨 전 대통령과 마오쩌둥의 만남은 한국전쟁 이후 소련이라는 공동의 적이 존재하던 시기에 이뤄졌다.반면 이번 회담은 3년에 걸쳐 우크라이나를 도운 미국이 아직 전쟁이 계속되는 와중에 침공으로 전쟁을 시작한 러시아를 자국 영토로 초대했다는 점에서 결이 완전히 다르다는 것이다.라드셴코 교수는 "조지 H.W. 부시 전 대통령이 쿠웨이트 침공 이후 사담 후세인을 다정한 대화 자리에 초청했다고 생각해 보라"고 지적했다. 이러한 행동은 침공에 대해 경고하면서 "캐비어가 맛있으니 좀 먹어 보라"고 권하는 격이라는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