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임자 예우 관행 깨고 안 보이는 구석으로 재배치아버지·아들 부시 초상화도 나란히 유배CNN "공표한 정적들 모독 연장선"
  • ▲ 미국 워싱턴 D.C. 백악관 입구 잘 보이는 곳에 배치돼 있었던 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의 초상화. 출처=EPAⓒ연합뉴스
    ▲ 미국 워싱턴 D.C. 백악관 입구 잘 보이는 곳에 배치돼 있었던 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의 초상화. 출처=EPAⓒ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전임자를 예우하는 관행을 깨뜨리면서까지 정적에 대한 악감정을 드러냈다.

    10일(현지시각) CNN은 트럼프 대통령이 백악관 입구를 장식하고 있던 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의 초상화를 치우도록 지시했다고 보도했다.

    이에 따라 오바마 전 대통령의 초상화는 대통령 사저 입구 근처의 계단 중간으로 옮겨졌다. 이 위치는 대통령 가족, 경호원, 사저 관리 직원만 접근이 허용되는 곳으로 사실상 비공개 구역이다. 눈에 띄지 않는 곳으로 오바마의 초상화를 치운 것이다.

    CNN은 현직 대통령이 전임자의 초상화를 백악관 입구의 가장 잘 보이는 자리에 걸어두는 것이 관행이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이번 초상화 재배치는 트럼프 대통령이 공개적으로 지목한 정적들을 모독하는 행위의 연장선이라고 풀이했다.

    실제로 오바마 전 대통령의 초상화가 원래 있던 자리는 백악관이 주최하는 주요 행사에서 자연스럽게 눈에 띄고, 백악관 투어를 온 관광객들이 쉽게 볼 수 있는 위치였다.

    CNN은 트럼프 대통령이 집권 전 부동산업자와 방송인 시절부터 오바마 전 대통령에 대한 강한 적대감을 드러냈다면서 최근에는 오바마 전 대통령과 오바마 행정부 당시 당국자들이 2016년 대통령 선거에서 '반역'을 저질렀다고 주장했다. 이에 따라 팸 본디 미국 법무부 장관은 오바마 행정부의 고위 관리들이 러시아의 2016년 대선 개입설이라는 허위 정보를 만들어냈다는 의혹에 대한 수사를 지시했다.

    이날 트럼프 대통령은 조지 W. 부시 전 대통령과 그의 부친 조지 H.W. 부시 전 대통령의 초상화도 잘 보이지 않는 계단 구역으로 옮기도록 지시했다.

    조지 H.W. 부시는 별세하기 전 자서전에서 트럼프 대통령을 "허풍쟁이"라고 칭했다. 아들 부시 역시 트럼프 대통령을 "실패했고 영감을 주지 못하는 대통령"이라고 비난했다.

    한편, 트럼프 대통령의 직전 전임자인 조 바이든 전 대통령의 초상화는 아직 완성되지 않은 상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