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푸틴 회담 'D-5'…영토 교환 시사와 젤렌스키 배제 논란유럽 "우크라 없이 결정 불가" 공동성명2차 제재·관세 잠잠해질가…결과 따라 에너지·방산·환율에 요동 예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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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악수를 하고 있다. 출처=APⓒ연합뉴스
알래스카가 다시 '국경의 정치'를 부르는 무대가 됐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15일(현지시각)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알래스카에서 우크라이나 전쟁 종식을 논의하겠다고 공식화하면서다. 3년 6개월째 이어지고 있는 우크라이나 전쟁에 마침표를 찍을 수 있을지 세계의 관심이 쏠리는 가운데, 정작 당사국인 우크라이나가 이번 회담에서 사실상 배제됐다는 점이 가장 큰 변수로 떠오른다.트럼프 대통령은 앞서 9일 자신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 트루스소셜에 글을 올려 미·러 정상회담 개최 사실을 알렸다. 그러면서 "일부는 돌려받고, 일부는 교환될 것"이라며 영토 교환 가능성을 시사했다.알래스카 회담의 핵심 쟁점은 정전 후 각 국의 영토 범위와 이를 정하는 방식, 정전 감시 체계, 우크라이나 안보 보장, 대러 제재 완화 여부 등이다.푸틴 대통령은 우크라이나가 도네츠크, 루한스크 등 동부 돈바스 2주를 러시아에 넘길 것과 나토(NATO, 북대서양조약기구) 가입도 완전히 포기할 것 등 강경한 조건을 고수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돈바스 2주는 우크라이나의 핵심 광공업 지대로 러시아군은 이 지역 장악을 위해 치열한 전투를 벌였다. -
- ▲ 독일·프랑스·우크라이나·영국·폴란드 정상(사진 왼쪽부터). 출처=로이터ⓒ연합뉴스
그러나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은 "우크라이나 없는 결정은 죽은 결정"이라며 강하게 반발하고 나섰다. 영토 문제에 대한 이견은 둘째치고 젤렌스키 대통령은 이번 회담에 초청도 받지 못한 상태다.영국·프랑스·독일·이탈리아·폴란드·핀란드 정상과 유럽연합(EU) 정상들도 9일 "무력에 의한 국경 변경은 불가"라는 대원칙을 재확인하는 공동성명을 냈다. 유럽 국가들은 '헬싱키 정신(영토 보전·주권 존중 원칙)'을 강조하고 있다.이에 백악관은 젤렌스키 대통령 초청을 "검토 중"이라는 신호를 흘렸지만, 러시아 측이 3자회담을 거부하는 기류다. 앞서 미국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미국이 러시아 측에 "젤렌스키도 참여하는 3자 회담을 해야 한다"고 수차례 전했으나, 푸틴 대통령이 이를 완강히 거부한 것으로 알려졌다.이에 따라 이번 회담이 1945년 얄타 회담을 연상시킨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미국 싱크탱크 애틀랜틱 카운슬은 알래스카 회담을 두고 "얄타의 냄새가 난다"고 논평했고, 미국 윌슨센터 역시 "러시아가 '21세기 얄타'를 시도하고 있다"고 분석했다.1945년 2월 크림 반도 얄타에서 이뤄진 얄타 회담은 강대국들이 약소국의 동의없이 운명을 재단한 역사적 사례로 남아 있다. 이 자리에서 독일 분할 점령, 한반도 분할 점령, 폴란드 영토 조정 등이 결정됐다. -
- ▲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출처=로이터ⓒ연합뉴스
이번 회담 역시 미국과 러시아가 각자의 세력권에 있는 영토를 교환하는 방식의 휴전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있다. 종전 논의가 트럼프와 푸틴 사이의 거래로 일축되는 것이다.특히 이번 회담에서 영토 교환이 명문화될 경우 '무력에 의한 국경 변경 금지'라는 국제규범이 훼손될 수 있다는 경고도 나온다.시장도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러시아산 원유 거래망을 압박하는 고율 관세와 2차 제재 가능성이 에너지 가격 변동성을 키우고 있어서다.또한 회담 결과가 휴전과 영토 동결로 굳어질 경우, 유럽의 재무장과 동유럽 전력망·방공망 투자가 가속화하며 관련 업계에 활기가 돌 전망이다.그러나 반대로 '빅딜'이 이뤄지면 방산주의에는 단기 조정이, 감시·검증 인프라 수요 부각이 나타날 것으로 예상된다.엇갈리는 전망 속에서 외교가에서 가장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점치는 시나리오는 정전과 제한적 제재 완화 수준의 잠정 합의다.그러나 우크라이나 '패싱' 하에서 이뤄진 합의의 수명은 길지 않을 수 있다. 이에 따라 젤렌스키 대통령의 정치적 정당성, 유럽의 법·규범 프레임, 러시아의 전선 통제 의지라는 세 변수가 맞물리며 회담 이후에도 전선이 완전히 안정되기는 어려울 것이라는 우려가 우세하다.이번 알래스카 회담이 21세기의 '얄타'로 기록될지, 아니면 '헬싱키'로 귀결될지 세계의 시선이 북극권으로 쏠린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