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출 금지서 허용으로 선회했지만…3주간 지연에 발 묶인 H20 칩황젠슨 CEO 백악관 면담 후 이틀 만에 H20 수출 허가 '급물살'
  • ▲ 도널드 트럼프(왼쪽) 미국 대통령과 젠슨 황 엔비디아 CEO.ⓒ연합뉴스.
    ▲ 도널드 트럼프(왼쪽) 미국 대통령과 젠슨 황 엔비디아 CEO.ⓒ연합뉴스.
    미국 상무부가 3주간 멈췄던 엔비디아의 H20 인공지능(AI) 칩 대중 수출 허가 발급을 최근 재개했다. 젠슨 황 최고경영자(CEO)가 백악관에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과 면담한 직후 발급 절차가 속도를 낸 것으로 전해졌다.

    8일(현지시간) 파이낸셜타임스(FT)에 따르면, 수출통제를 담당하는 미 상무부 산업안보국이 최근 엔비디아에 H20 칩 수출 허가를 발급하기 시작했다. 앞서 트럼프 행정부는 지난 4월 중국 시장 전용으로 성능을 낮춘 H20 칩의 수출을 금지했으나, 지난달 입장을 바꿔 허용으로 전환했다.

    백악관은 정책 변경 이유로 "중국이 자체 AI 칩 개발 속도를 높여 미국을 추월할 가능성"을 거론했다. 실제로 엔비디아의 중국 내 시장 점유율은 4년 만에 95%에서 50%로 하락했다. H20 수출 재개는 중국의 희토류 수출 재개 논의 과정에서 협상 카드로도 쓰인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결정 이후 3주간 상무부의 허가 발급이 지연되며 실제 수출은 이뤄지지 않았다. 이 과정에서 젠슨 황 엔비디아 CEO가 백악관을 찾아 트럼프 대통령과 면담했고, 이틀 뒤부터 상무부가 허가를 내주기 시작했다고 소식통은 전했다. 

    황 CEO는 트럼프 2기 행정부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경영인으로 꼽히며, 지난 5월에는 트럼프 대통령의 중동 순방에 동행해 아랍에미리트(UAE)에 수십만 개의 첨단 AI 칩을 공급하는 계약을 체결한 바 있다.

    황 CEO는 그간 "수출 규제는 중국 기업만 더 강하게 만드는 실패한 정책"이라며 H20 통제 조치를 공개 비판해왔다. 엔비디아는 지난해 중국에서 약 170억 달러(전체 매출의 14%)를 벌어들였지만, 수출 금지로 수십억 달러의 손실을 본 것으로 추산된다.

    한편 매슈 포틴저 전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 부보좌관 등 전직 안보 전문가 20명은 최근 하워드 러트닉 상무부 장관에게 서한을 보내 H20 칩 수출 재개가 "미국의 경제·군사적 우위를 위협할 수 있다"며 우려를 표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