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70년 산소탱크 폭발 위기 후 귀환…톰 행크스가 스크린에 옮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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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아폴로 13호 출발 전 기자회견 중인 러블 선장(1970년 4월). ⓒ연합뉴스 제공.
달 탐사 위기를 성공적인 귀환으로 이끌었던 아폴로 13호 지휘관 제임스 러벨이 향년 97세로 세상을 떠났다.9일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에 따르면, 아폴로 13호 임무로 전 세계를 긴장시켰던 미국 우주인 제임스 러벨이 7일(현지시간) 일리노이주 레이크포리스트에서 별세했다. 향년 97세. 미 항공우주국(NASA)은 사망 원인을 공개하지 않았다.러벨은 NASA의 두 번째 우주인 선발반 출신으로, 제미니 7호·12호와 아폴로 8호·13호 등 총 4차례 우주 비행을 수행했다. 1965년 제미니 7호에서는 인류 최초의 유인 우주선 랑데부를 성공시켰고, 1968년 아폴로 8호에서는 인류 최초로 달 궤도를 비행하며 지구와 달 뒷면을 촬영했다.그의 경력 중 가장 극적인 순간은 1970년 아폴로 13호에서였다. 달 착륙을 목표로 발사됐지만, 비행 이틀째 서비스 모듈 산소탱크가 폭발하면서 임무는 중단됐다. 러벨과 동료들은 달 착륙선을 '구명정'으로 삼아 혹독한 환경 속에서 버텼고, 결국 태평양에 무사 귀환했다. 이 사건은 '인류가 실패를 성공으로 바꾼 사례'로 평가받았으며, 1995년 영화 '아폴로 13'(톰 행크스 주연)으로 제작됐다.러벨은 당시 상황을 회상하며 "우리가 본 건 단순한 사고가 아니라, 몇 분 사이에 지구 귀환이 불가능해질 수도 있는 재앙의 시작이었다"고 말했다고 SCMP는 전했다. 관제센터와의 무전에서 그가 남긴 "휴스턴, 문제가 생겼다(Houston, we’ve had a problem)"는 발언은 이후 전 세계에서 '위기 상황을 알리는 대명사'로 회자됐다.영화 속 러벨 역을 맡은 톰 행크스는 인터뷰에서 "그는 단순히 우주인이 아니라, 지휘관의 무게와 침착함이 무엇인지 보여준 사람"이라고 평가했다. 러벨 본인은 영화에 카메오로 출연해 구조함 함장 역을 맡으며 "이게 내 인생에서 가장 편한 우주 귀환이었다"며 농담을 던지기도 했다.1928년 오하이오주 클리블랜드에서 태어난 러벨은 해군사관학교를 졸업한 뒤 항모 조종사·시험비행사로 활동하다 1962년 NASA에 합류했다. 그는 총 29일 이상 우주에 머물며 당시 미국인 최장 기록을 세웠고, 달을 두 차례 방문한 최초의 인물이 됐다.러벨은 1973년 해군 대령으로 은퇴한 뒤 통신업계에서 일하며 보이스카우트·광고 캠페인 등 대중 활동도 이어갔다. 아내 메릴린과의 71년 결혼 생활에서 4명의 자녀를 두었으며, 메릴린은 2023년 별세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