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 국가사이버공간관리국 "백도어 의심 보안위험 설명-관련 서류 요구"中 매체 "美 의원들, '추적-원격차단' 요구한 적 있어"…사전 경고 조치로 해석
  • ▲ 엔비디아 칩. 로이터=연합뉴스. ⓒ연합뉴스
    ▲ 엔비디아 칩. 로이터=연합뉴스. ⓒ연합뉴스
    중국 당국이 최근 미국으로부터 판매를 허가받은 엔비디아의 H20 AI 칩에서 '심각한 보안 문제'가 발견됐다면서 돌연 엔비디아를 압박하고 나섰다.

    31일 관영 중국중앙TV(CCTV), 로이터통신, 연합뉴스 등에 따르면 중국 국가인터넷정보판공실(CAC)은 이날 엔비디아를 '웨탄(約談)'하고, 중국에 판매되는 H20 칩의 백도어(정상적인 보안·인증 기능을 우회해 정보통신망에 접근할 수 있는 허점) 안전 리스크 문제에 관해 설명하고, 증명 자료를 제출하라고 요구했다고 밝혔다.

    웨탄은 중국 당국이 기업·기관·개인을 불러 잘못을 지적하고 바로잡도록 하거나 요구사항을 전달하는 일종의 구두 경고행위다.

    CCTV는 이번 조치가 중국 사용자의 인터넷 안전과 데이터 안전을 지키기 위한 것이자 인터넷 안전법·데이터 안전법·개인정보 보호법 등 자국 법규에 따른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최근 엔비디아 컴퓨팅 칩에 심각한 안전 문제가 존재한다는 점이 드러났다"며 "앞서 미국 의원은 미국이 수출하는 첨단 칩에 반드시 '위치 추적' 기능을 탑재해야 한다고 요구했고, 미국 AI 분야 전문가는 엔비디아 칩의 위치 추적 및 원격차단 기술이 이미 성숙 단계라고 밝힌 바 있다"고 말했다.

    앞서 미국 의회에서는 공화당 톰 코튼 상원의원(아칸소)과 민주당 빌 포스터 하원의원(일리노이)이 주도하는 '칩 보안법(Chip Security Act)'이 추진됐다.

    이 법안은 수출통제 대상 AI 칩에 위치 추적 메커니즘을 의무 장착하도록 하고, 무허가 사용시 미국 정부가 원격으로 칩을 차단할 수 있는 권한을 부여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외신들은 CAC의 엔비디아 소환에 대해 "단순한 보안 해프닝이 아니라 미·중 양국이 AI·반도체·데이터 영역에서 본격적으로 기술 주권 패권 다툼에 돌입했음을 보여주는 사례"라고 평가했다.

    이어 "엔비디아가 진퇴양난에 빠졌다. 중국 시장을 포기하지 않으면서도 미국 정부의 수출통제와 중국의 보안 우려 사이에서 균형을 맞춰야 하는 어려운 과제에 직면했다"며 "양국간 대립이 격화할수록 글로벌 반도체 공급망의 불확실성이 더욱 커질 수 있다"고 우려했다.

    H20은 엔비디아가 2023년 말 미국의 AI 칩 수출 규제를 피하기 위해 개발한 제품이다. 이 칩은 대규모 AI 모델 개발에 필수적이라는 H100 또는 수출용 블랙웰 시리즈보다는 연산 성능이 떨어진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는 4월 국가안보를 이유로 엔비디아의 AI 칩 대중 수출을 전면 금지했다가 최근 중국의 대미(對美) 희토류 자석 수출통제 해제를 조건으로 H20의 판매를 다시 허가했다.

    이날 성명은 엔비디아가 기존에 보유하고 있던 H20 재고 60만~70만개로는 중국 내 수요를 감당하기 어렵기 때문에 지난주 TSMC에 H20 칩셋 30만개를 신규 주문했다는 소식이 전해진 뒤 이틀 만에 나온 것이어서 더욱 주목된다.

    젠슨 황 엔비디아 CEO는 15~20일 중국 방문 동안 현지기업들로부터 신규 주문을 받았다. 엔비디아가 지난해 중국에 판매한 H20 칩은 100만개로 추정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