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들 살해 뒤 가정교사 추격 … "현장 가족 모두 노린 정황"차량서 30분 넘게 머물며 범행 결심 … 아들 "왜 안 오세요" 전화도유족 "전원 살해 의도 명백"…피의자 "아들만 노렸다" 진술
  • ▲ '인천 사제총기 사건' 피의자 자택 수색하는 경찰 ⓒ서울소방재난본부
    ▲ '인천 사제총기 사건' 피의자 자택 수색하는 경찰 ⓒ서울소방재난본부
    인천 송도 아파트에서 아들을 사제총기로 살해한 60대 남성 A씨(62)에 대해 경찰이 추가로 살인미수 혐의를 적용하기로 했다. 범행 당시 현장에 있던 며느리와 손주 2명, 가정교사 등 다른 가족들을 향해서도 살해를 시도한 정황이 확인됐다는 판단에서다.

    25일 인천 연수경찰서는 A씨가 지난 20일 오후 송도국제도시의 한 아파트 33층 자택에서 아들 B씨(33)를 사제총기로 살해한 사건과 관련해 기존 살인·총포·도검·화약류 등 안전관리법 위반·현주건조물방화예비 혐의에 더해 살인미수 혐의로도 A씨를 입건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경찰에 따르면 A씨는 범행 당일 저녁 생일잔치를 위해 가족들과 함께 있었으며 당시 자택에는 며느리와 손주 2명, 외국인 가정교사도 함께 있었다. A씨는 "편의점에 다녀오겠다"며 자리를 비운 뒤 약 30~40분간 차량에 머물렀다. 그는 경찰 조사에서 "차 안에서 총기를 사용할지 내면의 갈등을 겪었다"고 진술한 것으로 확인됐다.

    아들 B씨는 A씨가 돌아오지 않자 그에게 전화를 걸어 "왜 안 오세요"라고 묻기도 한 것으로 확인됐다. 결국 A씨는 총기를 장전해 자택으로 돌아왔고 문을 열어준 아들 B씨를 향해 복부에 두 발을 격발했다. 경찰은 A씨가 총열 4개와 격발기 2개, 총알 여러 발을 준비해 차량에서 범행을 계획한 정황을 확보했다.

    경찰이 살인미수 혐의를 적용한 핵심 근거는 이튿날 추가 확보된 진술과 정황이다. 당시 현장에 있던 가정교사가 총소리를 듣고 밖으로 도망치자 A씨는 그를 향해 1발을 격발하고 계단을 통해 추격하기도 한 사실이 드러났다. 또 가정 내 다른 가족들도 현장에 있었던 만큼 A씨가 단지 아들만을 노렸다고 보기 어렵다는 게 경찰의 판단이다.

    경찰 관계자는 "피의자가 며느리의 외국인 지인(가정교사)를 추격했고 나머지 가족들도 살해할 생각이 있었던 것으로 본다"며 "오늘 중 살인미수 혐의 입건을 완료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유족 측도 "피의자는 아들뿐만 아니라 현장에 있던 모든 가족을 살해하려 했다"는 내용의 의견서를 제출한 상태다.

    A씨는 앞선 두 차례 경찰 조사에서 "아들만 살해하려 했다"며 살인미수 혐의는 부인한 것으로 전해졌다. 하지만 경찰은 이날 3차 조사에서 해당 진술의 신빙성을 검토하고 범행 범위와 동기를 집중적으로 추궁할 예정이다.

    한편 경찰은 A씨가 지난해 8월부터 총열로 쓰인 파이프 등 총기 부품을 인터넷으로 구매하고 렌터카를 빌리는 등 범행을 준비해 온 점에 주목하고 있다.

    또 사건 직후 도주 과정에서 "서울 자택에 폭발물을 설치했다"고 진술한 A씨의 말에 따라 자택 수색을 벌인 결과 시너 15개와 점화장치 등 인화성 물질이 발견되기도 했다. 이 장치는 사건 다음날인 21일 정오에 발화되도록 설정돼 있었다.

    경찰은 A씨가 주거지를 정리하고 다시 돌아가지 않겠다는 결심 하에 폭발물을 설치한 것으로 보고 있다.

    A씨는 디지털 포렌식 과정에서 초기에 아이폰 비밀번호 제공을 거부했지만 경찰은 전날 진술을 통해 비밀번호를 확보했다. 경찰은 휴대전화와 금융 계좌 분석을 통해 범행 동기와 준비 과정 전반을 추가로 확인할 계획이다.

    A씨는 3~4년 전부터 무직 상태였으며 본인은 가족 회사에서 월 300만 원의 급여를 받아오다 지난해부터 지급이 끊겼다고 주장했다. 반면 유족 측은 "생활비를 꾸준히 지원해 왔다"며 A씨의 진술을 부인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