與, 재판소원제 도입 헌법재판소법 개정 추진…'4심제' 논란 차진아 교수 "악마는 디테일에 있다…시기·동기 부적절해""재판지연 문제 심화 예상…李 파기환송심 겨냥 입법 의심""재판소원 폭주해 헌재 기능 마비될 것…독일과 환경 달라" "대법원 정치에 예속시키려는 것…李 억울하단 '착시효과' 우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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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대법원. ⓒ뉴데일리 DB
"민주당이 이재명 대통령의 선거법위반 사건을 유죄 취지로 파기환송한 대법원 전원합의체 판결이 잘못됐다는 '착시효과'를 만들려고 하는 것 아니겠느냐."차진아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15일 뉴데일리와의 단독 인터뷰에서 더불어민주당이 추진하는 '재판소원 제도'에 대해 이같이 지적했다.차 교수는 "재판소원제 도입 논의는 동기·시기·방법에 동의하기 어렵다"라며 "대법원의 권위를 정치에 예속시키기 위해 추진한다는 인상을 준다"고 설명했다.차 교수는 '악마는 디테일에 있다'라는 속담을 인용하며 "국민의 기본권 향상이라는 원칙적인 방향에는 찬성하지만, 개헌과 같은 사전 준비 없이 단순히 헌법재판소법 조항 일부를 삭제하는 방향은 동의하지 않는다"라고 했다.그는 "기본권은 구실에 불과한 것 아니겠느냐"라며 "실제로는 이 대통령에게 내려진 대법원 판결이 자신들(민주당)에게 불리한 결론이니까 대법원에 '복수'하기 위해서 법 개정을 추진하려는 것"이라고 진단했다. -
- ▲ 차진아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뉴데일리 DB
◆ "악마는 디테일에 있다"'악마는 디테일에 있다(The devil is in the detail)'는 문제점이나 불가사의한 요소가 세부사항 속에 숨어있다는 의미의 속담이다. 어떤 것이 대충 보면 쉬워 보이지만 제대로 해내려면 예상했던 것보다 더 많은 시간과 노력을 쏟아부어야 한다는 것을 의미한다.차 교수는 "디테일한 부분을 고려하지 않은 채 단순히 법조항을 삭제하는 방식으로 재판소원제를 추진하면 부작용이 생기기 마련"이라고 비판했다.앞서 정진욱 민주당 의원 등 34명은 지난달 7일 헌법소원에 관하여 규정한 헌법재판소법 제68조 제1항 본문 중에서 '법원의 재판을 제외하고는' 부분을 삭제해 재판소원제도를 도입하는 헌법재판소법 개정안을 제안했다.법조계에선 '현행 3심제에서 사실상 4심제로 바뀌게 된다"며 "대법원과 헌재의 권력분립적 견제·균형이 깨질 것'이라는 비판이 나왔다.차 교수는 민주당이 추진하는 재판소원제가 구체적으로 ▲재판 지연 문제 심화 ▲헌재 기능 마비 가능성 ▲재판 소원 폭주 우려 등 부작용을 낳을 것이라고 내다봤다.그는 "재판소원제를 도입해 시행 중인 나라는 독일이 대표적인데, 우리와 독일의 사법 환경은 전혀 다르다"며 "독일은 전원재판부가 1·2부로 나눠져 있고 전원재판부당 각 8명씩 총 16명이 '독일 연방 헌재' 이름으로 활동하기 때문에 헌재가 2개 있는 거나 마찬가지"라고 전제했다.이어 "헌재가 2개 있는 독일조차도 재판소원 때문에 재판 지연 문제가 심각하게 대두되고 있는 상황"이라며 "9명으로 구성된 헌재 재판부가 하나뿐인 우리나라에서 재판소원이 도입되면 늘어난 사건을 우리 헌재가 어떻게 감당할 수 있겠느냐"라고 반문했다.그러면서 "이미 우리나라에서도 재판 지연이 우리 사법 체계에서 심각한 문제로 지적돼왔다"라며 "심지어 우리는 독일보다 상소(上訴)율도 훨씬 높기 때문에 재판 불복이 폭주할 것"이라고 했다.차 교수는 검찰의 불기소 처분에 대한 재정신청 역시 폭주할 것을 우려했다. 불기소 처분에 대한 재정신청이란, 검찰의 불기소 처분에 불복하는 고소인이 관할 고등법원에 신청하는 절차를 뜻한다.그는 "불기소 처분 재정신청 인용·기각은 고등법원에서 판단하는 것이기 때문에 재판에 해당한다"라며 "재판소원제가 도입되면, 불기소 처분에 대한 재정신청 역시 폭주해 헌재가 일을 할 수 없게 된다"라고 말했다. -
- ▲ 이재명 대통령이 4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제21대 대통령 취임선서식에서 취임 선서를 하고 있다. ⓒ정상윤 기자
◆ "李대통령 유죄 판결한 대법원 권위 짓밟으려는 것"차 교수는 '악마는 디테일에 있음'에도, 민주당이 재판소원제를 추진하는 것은 시기적으로 부적절하다고 본다.그는 "헌법재판소법 조항 일부를 단순히 삭제해서 재판소원을 도입하자는 것은 너무나 무책임한 입법"이라며 "헌재를 최소한 2개 이상으로 늘리는 등 개헌을 하지 않는 이상 헌재의 심각한 기능 마비가 우려된다"라고 꼬집었다.차 교수는 "이렇게 부작용이 많음에도 불구하고 민주당이 이 제도를 추진하려는 것은 이 대통령 유죄 취지 파기환송 결정한 대법원을 공격하려는 것"이라며 "따라서 입법의 '동기' 역시 부적절하다"라고 진단했다.대법원 전원합의체는 지난달 1일 이 대통령의 공직선거법위반 사건 상고심에서 사건을 유죄 취지로 깨고 서울고법으로 돌려보냈다. 민주당은 즉각 대응에 나섰다. 조희대 대법원장을 비롯한 대법관 전원을 국회 청문회에 호출하고, 조 대법원장에 대한 탄핵을 추진하는 등 대법원을 공격했다.차 교수는 재판소원 추진도 대법원 공격의 일환이라고 봤다. 그는 "이 대통령 사건 대법 전합체 판결은 전혀 위헌성이 없었다"라며 "따라서 재판소원이 도입된 상태였다고 하더라도 (이 대통령이) 재판이 취소되는 등 전혀 구제받을 수 있는 상황이 아니다"라고 못박았다.그러면서 "그럼에도 민주당은 마치 재판소원이 도입되지 않았기 때문에 이 대통령의 재판이 헌재 판단이 필요한 '억울한 상황'이라는 착시효과를 만들려는 것"이라며 "국민의 기본권을 위해서 재판소원을 도입한다고 하는데, 그것은 구실과 변명에 불과한 것"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