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송 인터뷰 중 수차례 총성…외교관들, 즉각 대피이스라엘군 "사전 조율 경로 따르지 않아…비인가 지역 진입"유엔-EU 등 "외교관 위협 용납 못 해…모든 조치 취해야" 수사 촉구
  • ▲ 요르단강 서안을 방문한 외교관들이 제닌 난민캠프 동쪽 입구에 모여있다가 경고사격에 대피하고 있다. 250521 AFP=연합뉴스. ⓒ연합뉴스
    ▲ 요르단강 서안을 방문한 외교관들이 제닌 난민캠프 동쪽 입구에 모여있다가 경고사격에 대피하고 있다. 250521 AFP=연합뉴스. ⓒ연합뉴스
    이스라엘군이 21일(현지시각) 요르단강 서안을 방문한 외교관들을 향해 경고 사격했다가 사과했다고 AFP통신, 타임스오브이스라엘(TOI) 등이 보도했다.

    팔레스타인 자치정부(PA) 외무부는 "팔레스타인을 방문한 공식 외교단을 표적으로 고의로 실탄 사격한 극악한 범죄"라고 비난했다.

    PA 외무부가 엑스(X, 옛 트위터) 계정에 올린 영상을 보면 방문단 일부가 동행한 방송사와 인터뷰하는 도중 여러 차례 총성이 울려 현장에 있던 수십여명이 급히 대피한다.

    현장에 있던 한 외교관은 "우린 제닌 난민캠프의 파괴 현장을 보기 위해 캠프 경계까지 가서 상황을 확인하기 위해 방문 중이었다"고 말했다.

    이어 "마지막 구간을 방문하는 중 갑자기 캠프 쪽에서 총성이 들렸다. 한두발이 아니라 반복적인 총성이었다"며 "그 순간 우리 모두 차로 달리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이로 인한 부상자는 아직 알려지지 않았다.

    방문단은 유럽연합(EU), 프랑스, 영국, 이탈리아, 캐나다, 러시아, 중국 등에서 온 외교관으로 구성됐다고 PA 측은 밝혔다.

    이에 이스라엘군은 성명에서 "대표단이 승인된 경로를 벗어나 허가되지 않은 지역에 진입했다"며 "이 지역에서 작전을 수행하던 군인들이 이들을 멀리 떨어뜨리기 위해 경고사격을 했다"고 해명했다.

    이스라엘군은 이들이 외교 대표단인 것으로 확인되자 즉각 사격 등 대응을 재검토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불편을 끼친 데 대해 유감스럽게 생각한다"고 사과했다.

    각국은 이번 사건을 강력히 비판하면서 진상규명을 촉구했다.

    안토니우 구테흐스 유엔 사무총장은 이날 기자들에게 "유엔 직원을 포함한 외교관들에 대한 경고사격 등 총격은 용납할 수 없다"고 규탄했다.

    이어 "업무를 수행하는 외교관들은 어떤 방식, 형태로든 총격을 받거나 공격을 받아서는 안 된다는 게 분명하다"며 "그들의 안전, 생존은 항상 존중돼야 한다"고 말했다.

    카야 칼라스 EU 외교·안보 고위대표도 이날 벨기에 브뤼셀에서 열린 EU·아프리카연합(AU) 장관회의 기자회견에서 "'경고사격'이라도 사격은 사격"이라며 "이스라엘은 국제협약에 따라 모든 외교관의 안전을 보장할 의무가 있다"고 비판했다.

    또한 "이스라엘이 이 사건을 조사하고 책임자들을 처벌할 것을 강력히 촉구한다"고 강조했다.

    자국 외교관이 참여한 프랑스·독일·영국 외무부를 비롯해 이탈리아·스페인·벨기에·튀르키예 등도 잇달아 성명을 내고 이스라엘 해명을 요구했다. 스페인은 마드리드 주재 이스라엘 대사 대리를 불러들여 항의할 방침이다.

    이스라엘은 1월 가자지구에서 팔레스타인 무장정파 하마스와 임시휴전에 돌입한 이후 무장단체 소탕을 명분으로 서안 북부에서 군사작전을 벌여 왔다.

    이스라엘군은 주민들이 떠난 제닌 난민캠프를 점령했다. 유엔 팔레스타인 난민구호기구(UNRWA)에 따르면 3월31일까지 이스라엘군의 작전으로 제닌에서 약 1만6000명의 난민이 발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