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거칠어진 의회 압박…재정우려 정면돌파무디스, 미 신용등급 Aaa→Aa1 하향…"부채 증가"IMF, "美 재정적자 줄여라" 권고
  • ▲ 의사당 방문한 트럼프 미국 대통령.ⓒ연합뉴스.
    ▲ 의사당 방문한 트럼프 미국 대통령.ⓒ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2기 행정부의 핵심 경제 공약으로 내세운 대규모 감세 법안 통과에 사활을 걸고 있다. 하지만 정작 시장과 국제기구, 신용평가사, 그리고 공화당 내부에서조차 '재정 폭탄'에 대한 경고음이 잇따르면서 실현 가능성에 의문이 커지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이 추진하는 이른바 '하나의 아름다운 법안'(One Beautiful Bill)은 2017년 트럼프 1기 정부 시절 도입한 감세 조치를 연장·확대하는 것이 핵심이다. 여기에 국경 강화 예산 등도 함께 포함돼 있어 공화당표 핵심 아젠다를 총망라한 형태다.

    하지만 법안의 하원 통과는 시작부터 난항이다. 공화당이 하원에서 다수당(220석) 지위를 갖고 있긴 하지만, 강경파 모임인 '프리덤 코커스'가 정부 지출 대폭 삭감을 요구하고 뉴욕·뉴저지 등 고세율 지역 의원들이 SALT 공제(주·지방세 공제) 확대를 주장하며 내분 양상을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20일(현지시간) 직접 의회를 찾아 공화당 의원총회에 참석하며 지지를 호소하면서 반대파를 향한 노골적인 압박도 서슴지 않았다. 심지어 자신의 감세안에 반대하는 의원을 "관종(관심에 목매는 사람)"이라며 경선 탈락 위협까지 공개적으로 언급했다.

    ◇무디스의 강등, IMF의 경고 … "감세 위험하다"

    정작 법안을 심의 중인 의회 바깥에선 감세가 재정 건전성을 해칠 것이라는 우려가 더욱 커지고 있다. 신용평가사 무디스는 최근 미국의 국가신용등급을 최상위인 ‘Aaa’에서 ‘Aa1’로 한 단계 하향 조정했다. 미국 역사상 세 번째 등급 강등이자, 세계 3대 신평사 중 마지막까지 최고 등급을 유지하던 무디스까지 손을 뗀 셈이다.


    무디스는 등급 강등의 이유로 "36조 달러를 초과한 누적 부채"와 "연방 세입 대비 빠르게 증가하는 이자 부담"을 지적했다. 특히 이번 감세 법안이 통과될 경우, 향후 10년간 최소 3조3000만 달러의 추가 적자를 불러올 것이라고 경고했다. 2017년 감세법의 10년 연장만으로도 4조 달러의 재정수지 적자가 발생할 수 있다는 것이다.

    IMF도 미국에 공개 경고를 보냈다. 기타 고피나스 IMF 수석부총재는 21일 파이낸셜타임즈(FT) 인터뷰에서 "미국의 재정적자는 너무 크다. 줄여야 한다"고 언급하며, 감세가 아닌 지출 절제와 세입 기반 확충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 ▲ 기타 고피나스 IMF 수석부총재. ⓒ연합뉴스 제공.
    ▲ 기타 고피나스 IMF 수석부총재. ⓒ연합뉴스 제공.

    ◇허약한 美 재정상황 우려 확산 … 국채시장 '흔들'

    이 같은 경고는 단순한 이론이 아니다. 현실에서 미국의 재정 상황은 이미 경고등이 켜진 상태다. 미 의회예산국(CBO)에 따르면 2024 회계연도 기준 미국의 공공 부채는 GDP의 98%에 달하며, 이자 비용만 연방 세입의 18%를 차지한다. 이는 2021년의 9%에서 두 배로 뛴 수치이며, 무디스는 2035년엔 30%에 이를 것으로 전망했다.

    금융시장도 반응하고 있다. 30년 만기 미 국채 수익률은 5%를 넘어섰고, 주택담보대출(모기지) 금리 역시 7%대 진입을 눈앞에 두고 있다. 달러 가치 하락과 더불어 미국 자산에 대한 '안전자산' 신뢰도도 예전 같지 않다는 평가가 나온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번 법안이 통과되면 역사상 가장 큰 감세가 될 것"이라고 장담하며, "이게 안 되면 미국인은 68%의 증세를 겪게 될 것"이라고 주장한다. 하지만 그 감세를 실현하기 위한 재정적 기반은 취약하기 짝이 없다. 공화당 내부의 분열, 국제 사회의 불신, 신용등급 하락 등 수많은 제동 장치 속에서 트럼프식 감세의 실현 가능성은 점점 낮아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