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론 진화 실패·야권 압박 속 결국 경질 결단
  • ▲ 국회서 발언하는 에토 다쿠 일본 농림수산상. ⓒ연합뉴스 제공.
    ▲ 국회서 발언하는 에토 다쿠 일본 농림수산상. ⓒ연합뉴스 제공.
    이시바 시게루 일본 총리가 '쌀값 망언' 논란에 휩싸인 에토 다쿠 농림수산상을 21일 전격 경질했다. 작년 10월 내각 출범 이후 첫 각료 교체로, 7월 참의원 선거를 앞두고 악화된 내각 지지율에 부담을 더할 전망이다.

    교도통신과 NHK 등 일본 언론에 따르면 이시바 총리는 이날 에토 장관이 제출한 사표를 수리했다. 에토 전 장관은 사임 직후 기자들에게 "쌀값 급등으로 고통받는 국민들에게 매우 부적절한 발언을 했다"며 "진심으로 사과드린다"고 고개를 숙였다.

    그는 지난 18일 사가현 자민당 정치자금 모임에서 "나는 쌀을 산 적이 없다. 후원자들이 많이 줘서 집에 팔 만큼 있다"고 발언해 거센 비판에 휘말렸다.

    이시바 총리는 초반엔 주의 조치로 갈음하며 유임 가능성을 시사했지만, 여론이 진정되지 않고 야권이 불신임 결의안 제출을 거론하자 경질을 결단한 것으로 보인다. 그는 기자들과 만나 "임명권자인 저의 책임"이라며 고개를 숙였다.

    후임 농림수산상에는 고이즈미 신지로 전 환경상이 임명됐다. 고이즈미 신임 장관은 관저에 들어서며 "쌀값 급등 대응에 속도감 있게 대처하겠다"고 말했다. 그는 이시바 내각 출범 당시 선거대책위원장을 맡았으나, 지난해 중의원 선거 패배 후 사임한 바 있다. 자민당 내 농림부 간부 출신으로 농정 분야에도 밝다는 평가다.

    한편, 일본 정부는 쌀값 급등에 대응해 지난 3월 21만톤의 정부 비축미를 방출했으나 유통 현황은 부진한 것으로 나타났다. 농림수산성에 따르면 지난달 말 기준 소매점에 풀린 물량은 1만5000톤으로 전체의 7.1%에 불과했다. 도매업자와 외식업체에 전달된 물량을 포함해도 소매 유통 비중은 10.5%에 그쳤다.

    정부는 해당 물량의 90% 이상을 낙찰받은 전국농업협동조합연합회(JA전농)에 신속한 유통 확대를 요청한 상태다.

    현재 일본 내 쌀값은 5㎏ 기준 평균 4268엔(약 4만1000원)으로, 1년 전 대비 두 배 가까이 급등한 상황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