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만 '컴퓨텍스' 참석한 젠슨 황, 트럼프 작심 비판"중국은 이미 대안 있어…수출 통제가 기술 자립 자극"
  • ▲ 젠슨 황 엔비디아 CEO가 21일 대만 타이베이 만다린 오리엔탈 호텔에서 열린 '글로벌 미디어 Q&A' 행사에서 취재진 질문에 답하고 있다.ⓒ연합뉴스 제공.
    ▲ 젠슨 황 엔비디아 CEO가 21일 대만 타이베이 만다린 오리엔탈 호텔에서 열린 '글로벌 미디어 Q&A' 행사에서 취재진 질문에 답하고 있다.ⓒ연합뉴스 제공.
    엔비디아의 젠슨 황 최고경영자(CEO)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대중국 수출 통제 정책을 정면으로 비판하고 나섰다. 황 CEO는 21일(현지시간) 대만 타이베이에서 열린 '컴퓨텍스 2025' 글로벌 미디어 간담회에서 "수출 통제는 실패한 정책"이라며 "팩트들이 그것을 말해주고 있다"고 직설적으로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중국의 AI 역량 확대를 견제하기 위해 AI 반도체 등 첨단 기술 제품에 대한 수출을 강력히 제한해 왔다. 최근에는 중국 전용 저사양 칩인 'H20'까지 수출 금지 대상에 포함되며, 엔비디아의 중국 시장 진출은 사실상 차단됐다.

    황 CEO는 이 조치로 인한 피해가 단순한 '기회 손실'을 넘어선다고 강조했다. 그는 "우리는 H20을 중국에 출하하지 못하게 됐고, 그 결과 수십억 달러 규모의 재고를 손실 처리해야 했다"며 "이는 일부 반도체 기업의 연매출 전체에 해당하는 규모"라고 말했다. 실제로 지난달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에 제출한 공시에서 H20 관련 손실이 최대 55억 달러(약 7조6800억원)에 이를 것으로 전망했다.

    황 CEO는 또 "4년 전만 해도 중국 AI 칩 시장의 95%를 우리가 점유했지만, 지금은 50% 수준으로 줄었다"며 수출 통제가 엔비디아의 시장 점유율에도 직접적인 타격을 줬다고 밝혔다. 이어 "그나마도 사양이 낮은 칩만 팔 수 있어 평균판매단가(ASP)와 수익성이 크게 떨어졌다"고 덧붙였다.

    무엇보다 그는 트럼프 행정부의 통제 정책이 전략적 효과도 의심스럽다고 지적했다. 황 CEO는 "중국은 이미 강력한 AI 기술을 보유하고 있고, 엔비디아 반도체가 부족하면 차선책을 택해 목표를 달성할 수 있다"며 "오히려 수출 통제가 중국 기업의 독자 개발을 자극하고, 이를 뒷받침할 국가 자원도 풍부하다"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엔비디아가 중국에 H20보다 더 낮은 성능의 제품을 내놓을 것이란 관측도 나왔지만, 황 CEO는 이를 부정했다. 황 CEO는 "현존하는 아키텍처에서 성능을 더 낮추는 건 불가능하며, 그렇게 되면 제품은 시장에서 쓸모를 잃는다"고 잘라 말했다.

    그는 중국 시장의 전략적 가치를 거듭 강조했다. 

    황 CEO는 "전 세계 AI 연구자의 절반이 중국에 있고, 중국은 세계에서 두 번째로 큰 컴퓨팅 시장"이라며 "내년 중국 AI 시장만 해도 500억 달러 규모가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어 "중국 시장을 통해 미국도 세수를 확보하고 일자리를 창출하며 산업 생태계를 유지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끝으로 "정책 결정자들이 '현장의 진실'을 제대로 인식해 미국이 다시 중국 시장에서 경쟁할 수 있도록 정책 변화가 필요하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