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신용강등…"홍콩 연기금, 10% 초과 美 국채 투자 제약 우려""홍콩 투자업계, 美 국채 투자 규정 완화 요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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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연합뉴스 제공.
    미국의 국가신용등급이 강등되자, 홍콩 연기금 업계에서는 미국 국채 보유 제한 규정에 따라 자산을 강제 매각해야 할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20일(현지시간) 블룸버그통신은 복수의 소식통을 인용해, 홍콩 투자업계 단체인 '홍콩투자기금협회'가 이 같은 내용을 홍콩 정부에 전달했다고 보도했다. 해당 우려는 홍콩의 퇴직연금제도인 MPF(Mandatory Provident Fund)와 관련돼 있다.

    MPF 운용사들은 규정상 미국이 '공인된 신용평가사'로부터 최고 등급을 받아야만 전체 자산의 10% 이상을 미국 국채에 투자할 수 있다. 이는 글로벌 연기금 기준으로도 매우 엄격한 규제다. 무디스가 최근 미국의 신용등급을 ‘Aaa’에서 한 단계 낮춘 ‘Aa1’로 강등한 데 따른 영향이다.

    홍콩투자기금협회는 이와 관련, 미국이 최고 등급 바로 아래 등급을 유지하더라도 예외를 적용해 미국 국채 투자가 가능하도록 해달라고 당국에 요청한 것으로 전해졌다.

    MPF의 총 운용자산은 약 1조3000억 홍콩달러(약 230조원)로, 가입자는 470만 명에 달한다. 지난해 말 기준, 미국 국채에 투자 가능한 MPF의 채권 및 혼합형 자산 규모는 약 4840억 홍콩달러(86조원)에 이른다.

    이에 대해 홍콩 당국은 "무디스를 제외하더라도 미국은 여전히 한 곳 이상의 공인 신용평가사로부터 최고 등급을 받고 있어 특별대우 대상"이라며, "시장 상황을 면밀히 모니터링하며 MPF 가입자의 이익 보호를 위해 필요 시 조치를 취할 것"이라고 밝혔다.

    앞서 국제 3대 신용평가사 중 마지막 남은 무디스가 지난 16일 미국의 국가신용등급을 ‘Aaa’에서 ‘Aa1’로 하향 조정하면서, 현재 미국에 최고 등급을 유지한 기관은 일본계 R&I(레이팅앤드인베스트먼트인포메이션) 정도만 남았다.

    R&I 수석 애널리스트 하라 가즈키는 "미국의 AAA 등급과 ‘안정적’ 전망을 지난 2월 재확인했으며, 등급을 유지하는 것이 기본 입장"이라고 말했다.

    이러한 신용등급 강등 여파는 환율시장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 블룸버그는 외환 옵션시장 내 1년 만기 리스크 리버설 지표를 인용, "달러 약세에 대한 기대가 사상 최고 수준"이라고 전했다.

    시티그룹 전략가들은 이달 20~22일 열리는 주요 7개국(G7) 재무장관 회의에서 환율 문제가 논의될 경우, 달러가 추가 하락할 수 있다고 전망했다. 특히 “미국이 관세 인하 협상 과정에서 상대국에 통화가치 절상을 요구할 수 있다”며, 중국과 일본 등 동아시아 국가들이 타깃이 될 가능성을 제기했다.

    다만 이들은 1985년 달러 약세를 유도했던 '플라자 합의'처럼 명시적 통화 협정이 아닌, 스콧 베선트 미 재무장관이 각국 중앙은행의 역할을 강조하는 방향이 될 것으로 내다봤다. 일본 교도통신도 G7 회의 기간 중 베선트 장관과 가토 가쓰노부 일본 재무상이 환율 문제를 논의할 예정이라고 전했다.

    한편, 미 국채 옵션시장에선 10년물 금리가 현재 4.48% 수준에서 5%까지 상승할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고 블룸버그는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