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용노동부, MBC에 '조직문화 개선' 권고"고인에 대한 '괴롭힘 행위'가 있었다고 판단""근로기준법상 '근로자'로 인정하기는 어려워"MBC노조 "겉핥기 조사‥명쾌한 해답 못 내려"
-
고용노동부(서울지방고용노동청·서울서부지청)가 19일 고(故) 오요안나 사망 사건과 관련, '직장 내 괴롭힘' 의혹을 받은 MBC를 특별근로감독한 결과 "고인(故人)에 대한 '괴롭힘 행위'가 있었다"면서도 "고인을 근로자로 인정하기는 어렵다"는 판단을 내린 것을 두고, 명확한 출근시간 등을 외면한 '수박 겉핥기식 조사'라는 비판이 MBC 내부에서 제기됐다.
- ▲ 지난해 9월 '직장 내 괴롭힘'을 호소하며 사망한 오요안나 MBC 기상캐스터. ⓒ오요안나 인스타그램
◆"출근시간 명확, MBC 관리자가 업무 지시 내려"
MBC노동조합(3노조, 비상대책위원장 강명일)은 <기상캐스터 근로자성 부인한 노동부 ‥ 방송권력 앞에 약해졌는가>라는 제하의 성명에서 "고용노동부가 故 오요안나 기상캐스터의 억울한 죽음과 관련해 어떤 명쾌한 해답도 내지 못한 채 오늘 조사를 종결했다"며 "고용노동부는 '고인에 대한 괴롭힘 행위가 있었다'고 판단했으나, 근로기준법상의 직장 내 괴롭힘 규정의 보호를 받는 '근로자성'을 부인했다"고 지적했다.
MBC노조는 "△고인이 계약된 업무 외에 행정·당직·행사 등 다른 업무를 하지 않았고 △자유롭게 타 방송 출연이나 개인 영리활동을 해 왔으며 △업무수행에 상당한 재량을 가지고 업무를 수행했다는 점과 △방송 시작 2~3시간 전에 자유롭게 출근했다는 점이 고용노동부가 고인의 근로자성을 부인한 이유였다"고 밝혔다.
MBC노조는 "그러나 오요안나 기상캐스터는 '뉴스투데이' 날씨예보를 위해 새벽 3시반, 늦어도 4시까지 출근해야 했고, 그렇지 않으면 담당 FD가 집을 찾아올 정도로 출근시간이 명확했다"며 "또한 CCTV 화면을 날씨에 넣도록 지시하거나 원고의 팩트를 MBC 기상센터장(MBC 기자)이 직접 데스킹을 하는 등 MBC 관리자로부터의 업무 지시를 받아 온 사실이 있으나 노동청 조사에서는 이 점이 간과됐다"고 지적했다.
MBC노조는 "또한 이번 고용노동부 조사가 '수박 겉핥기'라는 증거는 지난달 25일 자로 대기발령난 A부장의 '작가 성희롱' 의혹에 대한 발표가 없었다는 점"이라고 주장했다.
"이 사건은 회식자리에서 반복적으로 일어난 성비위 사건이므로 피해자가 여러 명일 수 있어서 일단 대기발령이 난 사건"이라고 소개한 MBC노조는 "이 사건도 일종의 프리랜서인 '작가'에 대해 MBC 'PD'가 가해자로 지목된 사건이므로 당연히 특별근로감독에서 조사가 진행됐어야 한다고 본다"고 강조했다.
MBC노조는 "'소수자 차별'이 확인된 사업장인 문화방송에 대해 노동부가 애정을 가지고 보다 지속적으로 관리감독해야 한다고 요청한다"며 "기상캐스터의 '근로자성' 인정을 위해 유족들과 함께 공동대응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MBC 전반에 불합리한 조직문화 만연"
고용노동부는 "지난 2월 11일부터 이달 16일까지 고(故) 오요안나 씨에 대한 직장 내 괴롭힘 사건에 대한 특별근로감독을 실시한 결과, 2021년 입사 후 선배들로부터 수시로 지도와 조언을 받아 온 고인에게 단순히 지도·조언의 차원을 넘어 '업무상 필요성이 인정되기 어려운' 행위들이 반복돼 왔다"고 19일 발표했다.
그러면서 고용노동부는 생전 고인이 MBC를 대표해 한 예능프로그램(유퀴즈)에 출연하게 되자, 선배 기상캐스터가 "네가 유퀴즈에 나가서 무슨 말을 할 수 있어?"라며 공개적인 장소에서 고인을 비난했던 것을 대표적 피해 사례로 거론했다.
고용노동부는 "해당 행위들이 비록 고인의 실수나 태도를 지적하는 과정에서 이뤄졌으나 △고인이 기상캐스터를 시작한 지 불과 1~3년 이내의 사회 초년생인 점 △업무상 필요성을 넘어 개인적 감정에서 비롯된 불필요한 발언들이 수차례 이어져 온 점 △지도·조언에 대해 선·후배 간 느끼는 정서적 간극이 큰 점 △고인이 주요 지인들에게 지속적으로 정신적 고통을 호소하고 유서에 구체적 내용을 기재한 점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한 결과, 해당 행위들이 '괴롭힘'에 해당하는 것으로 판단했다"고 밝혔다.
고용노동부는 "이는 MBC 기상캐스터가 각각의 독립성과 자율성을 가진 프리랜서 신분임에도 당사자들 간에 선·후배 관계로 표현되는 명확한 서열과 위계질서가 존재하는 조직문화 속에서 선·후배 간 갈등이 괴롭힘에 해당하는 행위들로 이어진 측면이 크다고 봤다"고 판단했다.
다만 "참고인 조사, 고인의 SNS, 노트북 등 포렌식 분석 등을 토대로 기상캐스터의 업무처리 실태를 면밀히 조사한 결과, 근로기준법상 근로자로 인정하기 어려워 같은법 제76조의 2에 따른 '직장 내 괴롭힘' 규정이 적용되지 않는다고 판단했다"고 덧붙였다.
고용노동부는 "감독 기간 중 MBC 전 직원을 대상으로 3주간(3월 18일~4월 4일) 조직문화 전반에 대해 설문조사를 실시한 결과 총 응답자 252명 중 115명(응답자의 45.6%)이 '직장 내 괴롭힘 또는 성희롱 피해를 입은 사실이 있거나 주변 동료가 피해를 입은 사실을 알고 있다'고 답변했고, 입직 경로에 따른 부당한 대우·무시 등 차별을 받았다는 응답도 일부 있었다"며 "고인에 대한 '직장 내 괴롭힘' 규정이 적용되지는 않았으나 위와 같은 조직 전반의 불합리한 조직문화에 대한 개선이 필요하다고 보고 이를 적극 개선 지도해 나갈 계획"이라고 밝혔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