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틴 이어 젤렌스키도 불참…러 '2급 대표단' 두고 설전
  • ▲ 젤렌스키(왼쪽) 우크라 대통령과 푸틴 러시아 대통령.ⓒ연한뉴스.
    ▲ 젤렌스키(왼쪽) 우크라 대통령과 푸틴 러시아 대통령.ⓒ연한뉴스.
    러시아와 우크라이나가 3년여 만에 시도한 첫 직접 협상이 결국 무산됐다. 당초 15일(현지시간)로 예정됐던 양국 대표단 회담마저 하루 연기되며, 기대를 모았던 외교적 돌파구는 다시 안갯속에 빠졌다.

    러시아 관영 타스통신은 소식통을 인용해 "세부 조율 문제로 15일 회동은 성사되지 않았다"며 협상이 16일로 연기됐다고 보도했다. 같은 날 이스탄불에서는 러시아·우크라이나 대표단 외에도 미국 측 인사와 튀르키예 외무장관이 함께할 것이라는 관측도 제기됐다.

    러시아는 이날 오전 10시 회담이 열린다는 보도를 부인하고 "오후에 협상을 시작하겠다"고 밝혔지만, 밤 9시가 되도록 실질적 논의는 시작되지 않았다. 우크라이나 대표단은 루스템 우메로프 국방장관을 수석대표로 해 이날 오후 이스탄불에 도착했다.

    이번 협상은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지난 11일 직접 대화를 제안하면서 물꼬를 텄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러시아에 대한 압박 수위를 높이는 가운데 나온 제안으로, 2022년 3월 협상 결렬 이후 3년 2개월 만의 첫 공식 접촉이 될 뻔했다.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도 푸틴과의 정상회담을 제안하면서 긴장감이 고조됐다.

    일각에서는 중동을 순방 중인 트럼프 대통령이 이스탄불 회담에 직접 참석할 가능성까지 제기됐다. 하지만 푸틴 대통령이 지난 14일 블라디미르 메딘스키 크렘린 보좌관을 수석대표로 한 협상단을 발표하며 정상 간 회동 가능성은 사라졌다. 젤렌스키 대통령도 15일 이스탄불 대신 앙카라에 남기로 결정, 실무급 협상만 진행되게 됐다.

    양측은 협상 시작 전부터 치열한 신경전을 벌였다. 우크라이나는 차관·국장급으로 구성된 아 대표단을 "장식용"이라고 비판했고, 러시아는 대표단이 "자기 분야 최고 전문가"들로 구성됐다면서 "누가 장식용이라는 단어를 사용했나. 광대? 패배자? 교육도 제대로 받지 못한 사람"이라고 반박했다. 

    협상의 목표를 두고도 양측의 입장 차는 컸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대표단의 임무가 "휴전 논의"라고 밝히며, 미국이 제안한 '30일 휴전' 이행을 촉구했다. 반면 러시아는 이번 회담을 2022년 중단된 협상의 연장선으로 보고 '장기적 평화 구축'이 목표라는 입장이다. 2022년 당시 러시아의 제안은 사실상 우크라이나의 항복에 가까운 내용이었던 만큼, 우크라이나가 수용할 가능성은 낮다.

    이런 상황에서 회담이 열리더라도 실질적 성과를 기대하긴 어렵다는 전망이 우세하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카타르에서 아랍에미리트로 향하는 전용기에서 기자들과 만나 "푸틴과 내가 만나기 전까지는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을 것"이라며, 자신이 나서야 한다는 점을 강조했다.

    마코 루비오 미국 국무장관 역시 튀르키예 안탈리아에서 열린 나토 외무장관 회의 후 "트럼프 대통령과 푸틴 대통령이 직접 소통하기 전엔 돌파구가 없을 것"이라며 실질적 진전에 회의적인 시각을 드러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