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은미컴퍼니 '아시아 프로젝트' 결정판, 2~4일 세종문화회관 M씨어터서 초연마닐라·발리·오키나와 등 아시아 각지 누비며 현지 조사 진행
  • ▲ 안은미컴퍼니의 신작 '동방미래특급' 공연.ⓒ세종문화회관
    ▲ 안은미컴퍼니의 신작 '동방미래특급' 공연.ⓒ세종문화회관
    "오리엔탈리즘이라고 너무 오래전에 이름 붙여진 것들의 말뚝을 빼고 싶었다. 아시아 퓨처리즘의 문을 열 준비가 됐다. 아시아를 고정된 이미지로 소비해 온 기존의 시선을 초월하고, 새로운 시작의 문을 두드리는 한 발자국이 되길 바란다."

    아시아 프로젝트의 마지막 작품에 대한 현대안무가 안은미(62)의 선언이다. 안은미컴퍼니의 신작 '동방미래특급'이 2025 세종시즌 프로그램으로 2~4일 세종문화회관 M씨어터에서 초연된다.

    1988년 창단된 안은미컴퍼니는 "인간은 춤추는 동물"이라는 철학을 바탕으로, 한국의 전통과 현대를 융합한 독창적인 무대 언어를 구축하고 있다. '바리' 시리즈, '조상님께 바치는 댄스', '사심 없는 땐쓰', '아저씨를 위한 무책임한 땐쓰' 등을 발표하며 국내외 무용계에서 주목받았다.

    '동방미래특급'은 '드래곤즈'(2020), '디어 누산타라: 잘란잘란'(2022), '웰컴 투 유어 코리아'(2023)에 이은 아시아 프로젝트의 결정판이다. 아시아 각국의 문화를 독창적으로 재해석한 안무와 함께 안은미가 직접 디자인한 의상 130여벌, 60여종의 소품 등이 어우러진다.
  • ▲ 안은미컴퍼니의 신작 '동방미래특급' 공연.ⓒ세종문화회관
    ▲ 안은미컴퍼니의 신작 '동방미래특급' 공연.ⓒ세종문화회관
    안은미는 필리핀 마닐라, 인도네시아 발리, 일본 오키나와에 머물며 현지 리서치를 진행했다. 작품은 아시아적 소재를 단순히 차용하는 것이 아닌, 그 안에 스며든 정서를 익히고, 마닐라·발리·오키나와 세 지역에서 포착한 움직임, 전통과 당대가 충돌하는 순간들을 안무적 언어로 새롭게 엮어낸다. 

    안은미는 아시아 여러 지역에서 수집한 수많은 패브릭과 문양을 토대로 무대를 디자인했다. 800여개의 형형색색의 쟁반으로 채워진 무대는 수많은 섬과 해양으로 이뤄진 아시아의 지형적 특성을 반영한다. 쟁반을 꾸민 천들의 패턴과 질감은 각 지역의 고유한 전통을 상징한다.

    안은미 예술감독은 "제 춤 인생에서 가장 많은 의상과 소품들을 제작했다. 아시아 나라들의 역사를 하나하나 놓치치 않으려고 노력하다 보니까 숫자가 자꾸 늘어났다. 아시아를 여행하면서 만난 아티스트들에게 전통적인 원단뿐만 아니라 새로운 전통이 만들어낸 패턴을 보내달라고 했다. 한국을 포함해 10개 국가 역사의 발자국 같은 느낌으로 준비했다"고 설명했다.
  • ▲ 안은미컴퍼니의 신작 '동방미래특급' 공연.ⓒ세종문화회관
    ▲ 안은미컴퍼니의 신작 '동방미래특급' 공연.ⓒ세종문화회관
    음악은 1992년 '아리랄알라리요'를 시작으로, 30년 넘게 안은미와 호흡을 맞춰온 장영규(57)가 맡는다. 장영규는 어어부프로젝트, 이날치 등 밴드 활동과 100편 이상의 영화음악, 무용·연극 장르에서 전통과 실험을 넘나드는 음악세계를 선보여왔다.

    장영규는 "그동안 안은미 안무가와 수월하게 작업해왔는데, 이번이 너무 어려웠다. 아시아 전통음악에 대한 이해가 없어서 어떻게 사용할 수 있을지 고민했다. 각 지역의 전통음악을 샘플링해 사용했다"고 말했다.

    '동방미래특급'은 2025년 하반기부터 2026년까지 독일 베를리너 페스트슈필레, 프랑스 파리 시립극장, 룩셈부르크 시립극장, 프랑스 오를레앙 시립극장 등 유럽 투어가 예정돼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