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中 해운사·선박에 입항 수수료 부과… LNG선도 美중심 재편中, 전 세계 129개 항만 장악… 美에 맞대응 시 공급망 충격 우려
  • ▲ 도널드 트럼프(왼쪽) 미국 대통령,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 ⓒ연합뉴스.
    ▲ 도널드 트럼프(왼쪽) 미국 대통령,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 ⓒ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중국 해운·조선업에 본격적으로 칼을 빼들었다. 중국산 선박과 중국 해운사를 대상으로 한 미국 입항 수수료 부과 결정으로 사실상 '항만을 무대로 한 무역전쟁 2라운드' 개막을 선언했다.

    미국무역대표부(USTR)는 17일(현지시간) 중국 해운사, 중국산 선박을 운용하는 외국 해운사, 그리고 외국에서 건조된 자동차 운반선 등에 대해 미국 입항 시 수수료를 부과하겠다고 발표했다. 이 조치는 오는 10월 14일부터 단계적으로 시행되며 수수료도 매년 인상될 예정이다. 또한 USTR은 액화천연가스(LNG) 운반선의 미국 건조를 장려하기 위해 3년 뒤부터 LNG 수출 물량의 일부를 미국산 LNG 운반선으로 운송하도록 했다.

    이번 조치는 미국 조선·해운 산업 보호에 그치지 않고, 글로벌 물류망에서 영향력을 키운 중국을 겨냥한 전략적 견제로도 읽힌다. 중국 역시 이를 견제로 인식하고 맞대응에 나설 경우, 국제 무역질서의 균형 자체가 흔들릴 수 있다는 경고도 나온다.
  • ▲ 파나마 운하 발보아 항. ⓒ연합뉴스.
    ▲ 파나마 운하 발보아 항. ⓒ연합뉴스.
    ◇ 전 세계 바닷길에 깃발 꽂은 中 … 129개 항만 투자

    중국의 해운·조선 산업은 단순한 수출입 거점을 넘어 글로벌 공급망 통제의 핵심 수단으로 기능하고 있다. 미국 외교협회(CFR)에 따르면, 지난해 기준 중국이 직간접적으로 투자한 해외 항만 프로젝트는 129개에 달한다. 이 중 17개는 중국이 실질적으로 소유하고 있으며, 군사적 전용 가능성이 있는 항만도 14개에 이른다.

    중국 국영 해운사 코스코 시핑이 지분 60%를 보유한 페루의 창카이항, 스리랑카 함반토타항, 파키스탄 과다르항 등은 지정학적·경제적으로 전략적 가치가 높은 항구들이다. 말라카 해협, 수에즈 운하, 파나마 운하 등 세계 주요 해로 인근에 포진된 이들 거점은 중국이 글로벌 해상 물류 흐름을 자국 중심으로 재편하려는 의지를 반영한다.

    실제로 2023년 기준 전 세계 컨테이너 거래의 27% 이상이 중국 또는 홍콩 기업이 관여한 항만을 통해 이뤄졌다. 단순한 물류 이익을 넘어, 중국은 글로벌 해상 운송비 절감과 자원 수급 안정, 공급망 내 우위를 동시에 확보하고 있다.

    ◇ 中 '스마트 포트'에 긴장하는 美 … "물류 아닌 안보문제"

    미국은 이러한 중국의 항만 장악력이 단지 경제 문제가 아니라고 본다. 미 국방부와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 등은 중국이 항만 인프라에 정보통신기술(ICT)을 결합한 '스마트 포트' 시스템을 활용해, 정보 수집이나 시스템 교란에 악용될 가능성을 경계하고 있다. 실제로 미국 항만에 설치된 대형 크레인의 상당수가 중국산(ZPMC)으로 알려져 있으며, 일각에서는 이들 장비가 통신망과 연결돼 있다는 점에서 보안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백악관은 이를 두고 "중국산 항만 장비에 대한 사이버 보안 조치가 필요하다"는 입장을 밝힌 바 있다.

    앞서 조 바이든 전 미국 대통령이 지난해 중국산 항만 장비에 대한 사이버 보안 대책을 발표하며 대응에 나섰고, 트럼프 행정부 들어 피트 헤그세스 미 국방부 장관은 최근 파나마를 직접 방문해 군사적 견제 메시지를 발신한 바 있다.

    ◇ 中, 맞대응 나서면 '해상 실크로드 vs 인도·태평양 전략' 대결 비화

    문제는 중국이 이번 미국 조치에 맞대응할 경우다. 중국이 자국 항만에서 미국 선박에 차별적 수수료를 부과하거나 입출항을 제한하는 방식으로 대응할 경우, 미국발 물류 흐름에 즉각적인 차질이 불가피하다. 특히 미국 수출입업체들은 물류 지연과 비용 급등이라는 이중고를 겪을 수 있다.

    중국이 우호적인 개도국 항만에서 미국 선박에 비관세 장벽을 적용한다면, 미중 간 갈등은 단순한 통상 분쟁을 넘어 '해상 실크로드 vs 인도·태평양 전략'의 대결로 비화할 수 있다. LNG·원유 등 주요 자원의 수송도 영향을 받게 되면, 글로벌 에너지 시장 전반에도 파장이 불가피하다.

    이때문에 미국 내에서도 중국의 해상 장악력을 고려한 신중론이 제기되기도 한다. 카네기국제평화재단의 중국 해양 전략전문가 아이작 카돈은 월스트리트저널(WSJ)과의 인터뷰에서 "미국은 세계 해운업계에서 중국이 지배적인 역할을 하고 있다는 점을 고려할 때, 이 전투를 신중하게 수행해야 한다"고 경고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