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0일 티켓오픈 후 일주일 만에 7144석 전량 판매박정희 연출, 국립극단 예술감독 부임 이후 첫 데뷔작
  • ▲ 연극 '헤다 가블러'에서 타이틀롤을 맡은 배우 이혜영.ⓒ국립극단
    ▲ 연극 '헤다 가블러'에서 타이틀롤을 맡은 배우 이혜영.ⓒ국립극단
    배우 이혜영이 타이틀롤을 맡은 연극 '헤다 가블러'가 티켓 오픈 일주일 만에 전석 매진됐다.

    국립극단 관계자는 "지난 10일 오후 2시부터 예매를 시작한 이혜영 주연의 '헤다 가블러'는 17일 오전 11시경 22회 전 회차 7144석 전량을 팔았다"고 밝혔다.

    2012년 국내 프로무대에 처음 소개된 '헤다 가블러'는 초연 당시 전회차 전석 매진을 기록하며 화제를 모았다. 주인공 '헤다'를 연기한 이혜영에게 '헤다의 전형', '한국의 헤다'라는 수식어와 함께 제5회 대한민국 연극대상 여자연기상, 제49회 동아연극상 여자연기상 수상의 영예를 안겼다.

    1891년 독일 뮌헨에서 초연한 '헤다 가블러'는 노르웨이 극작가 헨리크 입센(1828~1906)의 대표작이다. 남편의 성을 거부하고 자신의 성인 '가블러'를 붙인 채 살아가는 여주인공 '헤다'를 앞세워 사회적 제약과 억압 속에서 자유를 갈망하는 여성의 심리를 다룬다.

    주인공 '헤다'는 외면은 우아하지만 내면에는 숨겨진 불안과 욕망, 파괴적인 본성을 가진 입체적 인물이다. 헤다가 그려내는 인간의 복잡한 심리와 예측할 수 없는 전개는 그동안 세계의 많은 무대에서 다양한 해석과 논쟁을 불러 일으켰다.
  • ▲ ⓒ국립극단
    ▲ ⓒ국립극단
    박정희 연출은 '헤다 가블러'로 국립극단 예술감독 부임 이후 첫 데뷔작을 선보인다. 가부장제가 부여한 역할 규범의 해체와 수동적인 여성상의 거부라는 과거 전통적 분석에서 나아가 작품이 가진 인간의 실존 의지를 더욱 깊게 들여다볼 예정이다.

    박 연출은 "복잡다단한 현대 사회에서도 21세기판 헤다들은 존재한다. 돈, 명예, 권력 등 사회 구조가 수직적으로 제안하는 가치들을 차지하는데 진절머리가 난 이들은 과감히 자기파괴를 행하기도 한다"며 "가해지는 일체의 사회적 가치를 내면에서부터 해체해 헤다는 마침내 자신의 육신까지 저버리지만 그녀의 실존은 끝끝내 살아남는다"고 설명했다.

    이어 "작품을 하면서 보편적 가치라는 말로 개인을 구속하고 강요하는, 구조주의의 최면이 오늘날에도 여전히 작동하고 있음을 느낀다. 그 최면 속에서 자아의 본질을 찾고자 헤매고 있는 오늘날의 헤다들에게 우리는, 그리고 사회는 어떤 손을 내밀 수 있는가를 질문해 보고 있다"고 덧붙였다.

    헤다를 끈질기게 탐하는 판사 '브라크' 역에 윤상화, 헤다에게 권태의 무게를 더하는 '율리아네 테스만' 역은 고수희가 분한다. 헤다의 비뚤어진 욕망과 질투에 불을 지피는 '엘브스테 부인' 역에 송인성, 헤다의 남편 '예르겐 테스만' 역 김명기, 헤다의 옛 연인 '에일레르트 뢰브보르그' 역에는 김은우가 이름을 올렸다.

    연극 '헤다 가블러'는 5월 8일~6월 1일 명동예술극장에서 공연된다. 17~19일 한국수어통역, 한글자막해설, 음성해설, 이동지원, 무대모형터치투어 등을 운영하는 접근성 회차를 진행한다. 11일과 25일에는 연출, 배우, 윤색, 드라마투르기 등 창작진이 참석하는 예술가와의 대화가 마련돼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