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 '사교육 카르텔' 수사 … 126건 입건해 100명 검찰 송치전·현직 교원 72명, 유명 사교육 업체 법인 3곳도 포함현직 교원, 판매한 문제 그대로 내신시험에 출제하기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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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서울 시내의 한 학원가. 사진은 기사 내용과 직접적 관련 없음. ⓒ뉴데일리 DB
수능시험 관련 문항을 제작하고 거래한 전·현직 교원들과 사교육 업체·강사 100명이 경찰 수사로 적발돼 무더기 송치됐다.일부 강사들은 현직 교원이 제작한 문항을 문항당 10~50만 원에 사들이면서 최대 2억6000만원의 금원을 제공한 것으로 나타났다. 검토위원이 모의고사 출제 문제를 변형해서 사교육 업체에 판매하거나, 현직 교원들이 과거 자신이 사교육 업체·강사에게 판매한 문항을 자신이 소속된 고등학교의 내신시험에 출제한 사례도 드러났다.경찰청 국가수사본부는 '사교육 카르텔' 사건을 수사해 총 126명을 입건·수사하고 100명을 송치했다고 17일 밝혔다. 송치된 인원 중에는 전·현직 교원 72명과 학원 강사 11명, 유명 사교육 업체 법인 3곳 등이 포함됐다.앞서 교육부는 지난 2023년 7월 사교육 카르텔과 관련 청탁금지법 위반 사례를 포착하고 경찰에 최초 수사의뢰서를 접수했다. 경찰도 같은 해 8월 현직 교육원들이 사교육 업체에 문항을 판매한 다음 고액의 금원을 수수한다는 취지의 자체 첩보를 입수하고 수사에 착수했다. 이후 경찰은 사교육 업체와 관련자 주거지 등에 대해 7차례 압수수색을 실시하고 피의자 126명을 포함해 관련자 194명을 조사했다. 수사는 국민적 관심도와 사안의 중대성을 고려해 국가수사본부 중대범죄수사과에서 직접 진행했다.이번 수사로 2019년부터 2023년까지 업무 외적으로 수능 관련 문항을 제작해 사교육 업체·강사들에게 판매한 교원 47명이 청탁금지법 위반 등 혐의로 검찰에 송치됐다. 교원에게 문항을 사들이면서 최대 2억6000만원의 금원을 제공한 사교육 업체와 강사, 학원 관계자 등 19명도 함께 송치됐다. 송치된 교원들 중에는 수능 출제·검토위원 경력의 현직 교사들로 구성된 '문항 제작팀'을 만들어 조직적으로 문항을 판매한 사례까지 확인됐다.지난 2022년 11월 시행된 수능 영어 23번 문항의 지문이 특정 강사의 모의고사 교재에 수록된 문항의 지문과 동일했던 사례도 있었다.경찰은 해당 문항을 출제한 출제위원 A씨가 EBS 교재 감수과정에 참여하면서 알게 된 지문을 별도 보관하고 있다가 수능 문항 출제에 활용해 EBS의 교재 발간 업무를 방해했다고 보고 A씨를 업무방해와 정부출연기관법 위반 혐의로 송치했다. 강사 B씨는 EBS 교재 자료를 기초로 한 문항을 교원 C씨로부터 사들인 혐의(청탁금지법 위반·업무상 배임 등)로 송치됐다. 다만 A씨와 B·C씨 사이의 연관성은 확인되지 않았다. 해당 문항에 대한 이의신청 건을 무마한 평가원 관계자도 업무방해 혐의로 송치됐다.학교 내신시험에 사교육업체·강사에 판매했던 문항을 출제해 학교장의 공정한 내신시험 시행 업무를 방해한 현직 교원 5명도 검찰에 넘겨졌다.이밖에 ▲현직 교원이 문항 판매 과정에서 수능 모의평가 검토위원 참여 이력을 누설하거나 ▲대학교 현직 입학사정관이 수험생을 개인지도 후 대가를 수수 ▲현직 교원이 소속 고등학교의 수시 합불자료를 외부에 유출 ▲사교육업체 관계자가 수능 출제위원 이력을 허위 고지해 출판사의 발간 업무를 방해 ▲현직 교원이 모의평가 검토진으로 참여하며 알게 된 출제정보로 문항을 제작·판매 ▲현직 교원이 상업용 수험서 집필 사실을 숨긴 채 수능 모의평가 출제위원에 참여한 각 사례 등도 확인됐다.경찰 관계자는 "현직 교원들의 문항 판매 행위가 근절되지 못하고 오랫동안 음성적으로 관행화되어 현재에 이른 만큼, 더 이상 사회적으로 용납할 수 없는 수준이라 판단됐다"며 "공교육의 교원과 사교육 업체·강사 간 유착을 근절하고자 청탁금지법은 물론 위계공무집행방해, 정부 출연기관법 위반, 업무방해, 업무상 배임 등 혐의를 각 적용해 철저히 수사를 진행했다"고 말했다.이 관계자는 "앞으로도 이러한 불법행위에 대해 엄정 대응할 예정이며 교육부 등 관계기관과도 지속 협의해 대학입시 절차의 공정성이 보장되고 건전한 교육 질서가 확립되는 실효성 있는 제도개선 방안이 마련될 수 있도록 적극적으로 지원할 예정"이라고 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