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사 결과 부동산·소득·고용 통계 조작통계자료 불법으로 제공받아 변동률 하향 조정하락세 보합으로 전환되자 부동산원 압박이미 공표된 표본도 뜯어 고쳐 변동률 관리예산 삭감·인사 조치로 부동산원 압박
  • ▲ 문재인 전 대통령. ⓒ뉴시스
    ▲ 문재인 전 대통령. ⓒ뉴시스
    문재인 정부 청와대가 집값이 급등하자 부동산원에 외압을 행사해 4년간 총 102회에 걸쳐 부동산 통계를 조작한 것으로 드러났다.

    청와대는 국토교통부와 함께 통계법을 위반해 통계자료를 사전에 제공받아 주중치(예측치)를 기준으로 부동산 가격 변동률을 낮게 조작하거나 이미 확정된 수치도 뜯어고쳐 통계 조작에 활용했다. 그 결과 부동산 통계는 문재인 정부의 부동산 정책으로 시장이 안정된 것처럼 왜곡된 수치가 공표됐다.

    감사원은 17일 이런 내용의 '주요 국가 통계 작성 및 활용 실태 주요 감사 결과' 보고서를 발표했다.

    문재인 정부의 통계 조작은 임기 초반인 2018년부터 시작됐다. 당시 청와대는 2018년 8월 24일 서울 지역 주중치가 0.67%로 보고되자 8월 26~27일 이틀간 국토부·부동산원에 연락해 용산·여의도 개발계획 보류 발표 및 8·27 대책 등을 반영해 속보치와 확정치를 낮추도록 지시했다. 당시 문재인 정부는 서울과 경기 일부 지역을 중심으로 과열 현상이 나타나자 8·27 대책을 통해 규제 지역을 대폭 확대·강화했다.

    부동산원 본사는 8·27 대책 당일 서울 지사장 등에게 업무 연락 공지, 카카오톡 메시지 등으로 표본가격을 낮추도록 요구했고, 지사는 시스템에 입력된 표본가격을 하향 조정해 속보치 0.47% 산출했다. 그러자 청와대는 재검토를 지시, 부동산원 본사는 지사에 표본가격 수정을 재차 요구하고 8월 28일 확정치를 0.45%로 하향 조정 후 공표했다.

    국토부는 2019년 6월 17일 속보치를 보고받으면서 31주간 하락세(-변동률)가 계속된 서울 지역 변동률(매매가격)이 0.00%(보합)로 전환되자 부동산원에 수차례 연락해 하락세를 유지하도록 요구했다. 이에 부동산원 본사는 다음날 각 지사에 연락해 변동률을 낮추도록 요구해 강남지사 등에서 표본가격을 총 43회에 걸쳐 –1억1000만 원 만큼 수정해 변동률을 -0.01%로 하향 조정 후 공표했다.

    청와대와 국토부는 2020년 7·10 대책 발표 직후에도 통계 조작이 이뤄졌다. 청와대는 그해 7월 13일 속보치가 전주(0.11%)보다 높은 0.12%로 보고되자 국토부에 전화해 "국토부는 지금 뭐 하는 거냐"라고 질책했다. 국토부는 대책 효과를 변동률에 반영해 변동률을 한 자릿수(0.09% 이하)로 맞추도록 부동산원에 요구했다. 이에 부동산원 본사는 다음날 전산시스템에 직접 접속해 지사 조사자가 입력한 표본가격을 총 149회에 걸쳐 –5억6200만 원 만큼 수정해 전주보다 낮은 0.09%로 하향 조정해 발표했다.

    청와대와 국토부로부터 통계 조작 압박을 받은 부동산원은 이미 확정·공표된 전기 표본가격도 조작했다. 2019년 1월 표본 1만2615건, 2020년 1월 표본 1946건의 가격을 시세대로 일괄 상향 입력하면서 전기 대비 변동률이 상승되지 않도록 전산데이터를 조작한 것이다. 예컨대 역삼래미안 아파트의 전기 표본가격을 당기에 맞춰 상향(14억2000만 원→17억3000만 원) 조정해 변동률을 0%로 관리하는 수법이다.

    청와대와 국토부는 예산 삭감, 인사 조치 등을 언급하며 부동산원에 통계 조작을 압박한 것으로 조사됐다. 또 2019년 11월 "청와대와 국토부의 외압으로 통계가 왜곡되고 있다"라는 비위 정보가 청와대 공직기강비서관실에 접수됐음에도 이를 전달받은 청와대와 국토부는 제대로 된 조치 없이 변동률 왜곡 사실을 묵인하고 부당한 영향력 행사를 계속한 것으로 나타났다.

    청와대와 국토부는 2020년 4월 총선을 앞두고 규제 지역 확대 등을 미루는 대신 변동률을 관리하기 위해 수도권 주중 조사(주중치 등)·보고 추가 등을 요구했다. 거듭된 정부 대책(6·17, 7·10 대책)에도 상승세가 계속되자 청와대와 국토부는 정부 대책으로 시장이 안정된 것처럼 변동률 하향 조정 요구했고, 그해 8~10월 10주간 변동률이 0.01%로 동일하게 공표되는 등 왜곡이 심화됐다. 이후에도 시장 상황보다 변동률을 낮추도록 하는 등 주중 조사가 폐지된 2021년 11월까지 부당한 영향력 행사가 지속됐다.

    문재인 정부의 통계 조작은 부동산 분야에 국한하지 않고 소득과 고용 분야에서도 광범위하게 자행됐다.

    통계청은 문재인 정부 출범 직후인 2017년 7월 말 2분기 (4·5·6월) 가계동향조사 완료 후 공표를 준비하면서 6월분 가계소득 감소세 전환 등이 확인되자 기존의 임의 가중값(취업자 가중값)을 추가 적용하는 방식으로 가계 소득을 올려 전년 동기 대비 소득이 430만6000원 → 434만7000원으로 1% 올랐다고 왜곡했다. 이후 통계청은 2017년 3·4분기에도 같은 방법으로 가계 소득 증가율을 높이거나 가계 소득 중 '근로' 소득이 감소 추세인데도 증가한 것처럼 왜곡했다.

    통계청은 또 2017년 4분기 소득 분배가 개선됐다고 홍보했다가 2018년 5월 소득 5분위 배율(가집계) 결과 2003년 이래 최악인 6.01로 나오자 2017년 2분기부터 임의 적용한 취업자 가중값을 빼고 표본설계(최신 수치)와 달리 과거 수치를 적용하는 수법으로 5.95로 낮춰 최종 공표했다.

    청와대는 문재인 전 대통령이 소득주도성장에 대해 "최저임금 증가의 긍정 효과가 90%"라고 발언한 근거를 둘러싼 논란이 커지자 통계청에 허위 해명을 지시한 사실도 확인됐다.

    청와대는 최저임금 인상에도 소득주도성장 정책에 대한 비판 여론이 확산된 가운데 2018년 1분기 소득 5분위 배율이 최악인 5.95로 공표되자 같은 날 통계청에 '분석할 수 있는 통계 기초자료를 다 들고 들어오라' '뭐라도 분석해야 한다'며 가져올 자료를 미리 보내도록 요구했다.

    청와대는 이후 원하는 결과를 얻지 못하자 노동연 연구원에게 자료를 따로 건네 '가구' 단위가 아닌 '개인'의 근로소득 증감을 분석하도록 요청한 뒤 자료를 건네 받아 그해 5월 29일 가계소득동향 점검회의에서 문 전 대통령에게 "최저임금 인상으로 개인 근로 소득 불평등이 개선됐다"고 보고했다.

    이후 문 전 대통령은  5월 31일 국가재정전략회의에서 이런 내용을 근거로 "소득주도 성장, 최저임금 증가의 긍정적 성과이고 긍정적 효과가 90%"라고 발언했다. 

    당시 대통령 보고의 근거가 된 자료는 연도별(2016~2018년) 소득증감률만 계산된 단순 비교에 불과하고 최저임금 인상의 영향 분석이 아니었다고 감사원은 밝혔다.

    청와대는 고용 분야에서도 비정규직(기간제) 급증이 예상되자 통계 조작을 시도했다.

    2019년 10월 공표 예정인 '2019년 8월 부가 조사' 결과 비정규직(기간제) 79만5000명 급증이 예상되자 청와대는 "이례적인 있을 수 없는 수치"라며 통계청에 "병행 조사 효과가 주된 원인이므로 통계 결과 발표 때 이를 분석·설명하라"고 지시했다.

    병행 조사는 경제 활동 인구조사에서 고용 예상 기간을 추가 질문한 것이다. 처음에는 기간제 근로자가 아니라고 답변했다가 추가 질문으로 인지 오류를 해소해 기간제로 답변을 바꾸었을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통계청은 청와대에 맨 처음엔 병행 조사 효과 추정치를 23만2000~36만8000명으로 보고했다. 그러나 청와대는 "병행조사 효과가 이 정도인가. 최소, 최대가 30만에서 50만이지요"라고 가이드라인을 제시했고 최종적으로 35만~50만 명으로 공표됐다.

    감사원은 통계 조작에 가담한 청와대·국토부·부동산원·통계청 관계자 총 31명에 대해 징계 요구와 인사자료 통보를 조치했다.

    감사원은 지난 2023년 9월 중간 결과 발표 당시 부동산 정책을 총괄한 장하성·김수현·김상조·이호승 전 청와대 정책실장 등 22명에 대해 검찰에 수사를 요청했다.

    통계청은 이번 감사 결과에 대해 "앞으로 국가통계 작성, 공표 과정의 제도 개선을 통해 객관성과 투명성을 더욱 높여 나가겠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