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찬욱 감독 등 영화인 2천여 명, "표현의 자유 침해" 탄원정윤석 측 "공소사실 허점 뚜렷 … 헌법 정신 훼손한 기소"검찰 "독자적 주장 … 취소 계획 없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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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서울서부지방법원. ⓒ뉴데일리 DB
서울서부지법 난입 사건으로 기소된 다큐멘터리 감독이 재판에서 검찰의 기소를 "예술과 표현의 자유를 침해하는 조치"라고 주장했다. 공소사실의 핵심인 진입 시각에 대해서도 사실과 다르다고 주장하며 공소취소를 요청했다.서울서부지법 형사합의11부(부장판사 김우현)는 16일 오전 11시 특수건조물침입 혐의를 받는 정윤석 감독에 대한 공판기일을 진행했다.정 감독측 변호인은 이날 법정에서 "강조하고 싶은 것은 (정 감독에 대한) 전(全)사회적 공소취소 요청이 있다는 것"이라고 했다.앞서 한국독립영화협회는 이날 정 감독에게 무죄를 선고해달라는 탄원서를 모아 서부지법에 제출했다고 밝혔다. 이번 탄원에는 박찬욱 감독을 비롯해 한국영화감독조합, 한국영화프로듀서조합, 부산국제영화제 등 51개 단체와 영화인·시민 등 2781명이 참여했다.이들은 탄원서에서 "정 감독은 당시 불법 계엄 시도와 그에 따른 사회적 붕괴를 다룬 다큐멘터리를 준비했다"며 "수사 과정에서도 이러한 작업 의도는 명확히 소명됐다"고 호소했다. 이어 "진실을 남기기 위한 예술가의 행위가 범죄로 취급되지 않도록 정 감독에게 무죄를 선고해 주시기를 진심으로 요청한다"고 덧붙였다.정 감독측은 법정에서 "정 감독의 행위는 폭력 가담이 아닌 폭력을 멈추기 위한 가장 최소한의 저항"이라면서 "검찰의 이런 기소가 표현의 자유를 명시한 헌법 정신을 심각하게 훼손한 것"이라고 했다.이어 "예술가를 범죄자로 낙인찍을 수 있는 위험한 전례가 될까 우려되고 과거 블랙리스트 사건이 상기된다"면서도 "창작 의도가 법적 판단의 고려 대상에서 배제될 경우 얼마나 많은 예술가가 침묵과 자기검열에 내물릴지 우려된다"고도 말했다.정 감독측은 이날 법정에서 진보 성향의 단체 '혐오와 검열에 맞서는 표현의 자유 네트워크(약칭 21조넷)'를 비롯해 169개 단체, 1만1831명의 시민 등이 참여한 탄원서를 제출하면서 "예술가이자 저널리스트로서 법원 폭도에 유린되는 현장을 세상에 알리고 역사를 기록했다"면서 "범죄자와 목격자를 분별 판단해서 현명한 판단을 내려달라"고 했다.정 감독은 이날 법정에서 직접 발언 기회를 얻은 뒤 재판부에 검찰이 촬영소스(영상)를 압수 형태로 가져간 체포 당시의 영상을 보면 공권력에 저항하지 않는 다큐멘터리 감독으로서의 태도를 보였다고 항변하기도 했다.정 감독측은 택시 영수증과 현장 영상기록 등을 토대로 공소사실 가운데 핵심인 '법원 진입 시각' 자체가 사실과 다르다며 공소의 타당성을 문제 삼기도 했다.그는 "공소사실에 보면 3시경 진입했다고 나와 있는데 피고인이 법원 앞에 도착한 것은 택시 영수증을 통해 3시43분쯤"이라면서 "(정 감독이) 후문으로 진입한 것도 5시로 공소장이 주장하는 시각보다 2시간이나 늦다"고 지적했다.이어 "공소사실이 객관적 증거에 의해 명백히 반박되고 법리적 범죄 성립 요건을 충족하지 못하는 무리한 기소"라면서 "형사소송법 제225조에 따라 공소 취소를 요청한다"고 했다.이에 검찰은 정 감독측의 주장에 "독자적 주장에 불가하고, 공소취소 계획은 없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