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로트 초석' 다진 여제, 마지막 공연 앞둬조항조·주현미·정서주·김용빈과 피날레 무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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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엘리지의 여왕' 이미자. ⓒ쇼당이엔티
과거 프로야구 해태 타이거즈 투타의 핵심, 선동열과 이종범이 일본으로 이적하자 김응용 감독이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푸념조로 했던 말이다.
당시 프로야구의 상징과도 같던 두 선수의 '빈 자리'는 김 감독뿐 아니라 야구 팬들에게도 크나큰 상심과 충격을 안겨줬다.
지난 1월 '가황(歌皇)'으로 불리던 가수 나훈아가 서울 공연을 끝으로 '은퇴 선언'을 했다. '트로트 여제(女帝)', '엘레지의 여왕' 등으로 추앙받는 이미자도 오는 26~27일 공연을 마지막으로 더 이상 노래를 부르지 않겠다고 선언한 상태. "나훈아도 가고, 이미자도 가고…"라는 장탄식이 나올 판이다.
가요계 역사에 커다란 족적을 남긴 전설들이 하나둘 '굿바이' 선언을 하자, 팬들 사이에서 "너무 아쉽고, 가슴이 아리다"는 반응들이 나왔다.
과거 선동열과 이종범이 팀을 떠났을 때 구단의 성적은 물론, '야구 열기'의 하락을 우려했던 것처럼, 레전드 가수들의 은퇴로 애써 키워 온 '정통 트로트'에 대한 인기나 저변이 사그라들지 않을까 우려하는 목소리도 있다.
이미자도 이 같은 점을 염려했던 것 같다. 사실상 은퇴 선언을 하는 자리가 됐던 지난달 <이미자 전통가요 헌정 공연 "맥(脈)을 이음"> 기자회견에서 그는 자신의 대(代)가 끝나면 다 사라지고 없을 것이라는 두려움에, 공연 때마다 '이 노래는 이렇게 불러 주시고, 이렇게 들어 달라'고 간곡히 부탁해 왔다는 절박함을 내비쳤다.
자신의 대에서 전통가요의 맥이 끊어질까 염려돼 연구를 거듭했지만 일평생 노래해 온 전통가요의 '뿌리'와 '색깔'은 점점 옅어졌다는 이미자.
사람들의 기억 속에서 전통가요가 사라지는 모습을 보면서 트로트 여제 역시 기가 꺾였다.
이미자는 1989년 세종문화회관에서 데뷔 30주년 공연을 가진 이후 5년 주기마다 이곳에서 기념공연을 열었다.
하지만 데뷔 65주년을 맞은 지난해엔 기념공연을 열지 못했다. 가수로서 '달인'의 경지에 다다른 그에게도 세월의 흐름과 변화는 쉽게 극복할 수 없는 난관이었다.
그는 "지난해에는 자신이 없어서 그냥 있었다"며 "사실상 그만두겠다는 마음을 갖고 있었다"고 말했다.
하지만 이렇게 혼자 사라지면 우리 전통가요의 맥이 이대로 끊길지도 모른다는 걱정에 감히 '은퇴'라는 단어를 입 밖에 꺼내지 못했다고.
사실상 포기하는 단계에 다다른 순간, 서현덕 쇼당이엔티 대표를 만나게 됐다는 이미자. 그를 통해 전통가요의 맥을 잇자는 프로젝트를 구상하게 됐고, 맥을 제대로 이을 후배 가수도 선정했다. 이미 가요계의 정점을 찍은 조항조와 주현미를 자신의 후계자로 지목한 '여왕'은 그들을 통해 전통가요가 계속해서 대물림되기를 바랐다.
그런 기회를 얻게 됐기에 더 이상 여한(餘恨)이 없다는 이미자는 사실상 '은퇴 선언'을 한 이 순간, 자신이야말로 가장 행복한 가수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냥 혼자 조용히 사라질 줄 알았는데, 우리 전통가요의 맥을 이을 수 있는 든든한 후배들과, 좋은 공연을 할 수 있도록 해주신 제작자를 만나면서 용기를 내 다시 무대에 서게 됐습니다. 우리 부모 세대는 자식들을 먹여 살리기 위해 타국으로 다니셨는데, 그때 우리 가요를 들으면서 울고 웃고 위로하고 위로받으면서 사셨어요. 이러한 시대를 대변하는 전통가요가 이대로 사라지는 게 너무 안타까웠는데, 이렇게 후배들을 통해 맥을 이을 수 있게 돼 기뻐요."
이미자는 서현덕 대표와 손을 잡고 오는 26~27일 양일간 세종문화회관 대극장에서 <이미자 전통가요 헌정 공연 "맥(脈)을 이음">을 열 계획이다.
트로트로 한 시대를 풍미한 '여제'의 마지막 공연이다. 그는 앞으로 공연도, 레코드 취입도 하지 않겠다고 선언했다. 다만 '은퇴'라는 말 대신 '마지막'이라는 말을 써 달라고 취재진에게 당부했다.
앞으로도 신문이나 방송 등을 통해 후배들에게 조언해 줄 수 있는 자리가 마련될 수도 있기 때문에 '가요계의 맥을 잇겠다'는 뜻에서 은퇴라는 말은 함부로 할 수 없다는 게 그의 지론이다.
대를 이을 후계자로 정상급 트로트 가수 2명을 지목한 그는 손자 손녀뻘되는 가수들도 자신의 마지막 무대에 세울 계획이다.
지난해 방영된 TV조선 '미스트롯3' 우승자 정서주와 최근 종영한 '미스터트롯' 우승자 김용빈을 함께 무대에 올려, '3대가 하나 되는' 기념비적인 공연을 열기로 한 것이다.
트로트라는 장르를 '예술의 경지'까지 끌어올린 '여제'는 이번 고별 공연에서 지난 66년간 대중을 감동시킨 명곡을 생생한 라이브로 선보일 계획이다. 전통가요의 맥을 잇는 취지에서 후배 가수들과 '동백 아가씨', '여자의 일생', '섬마을 선생님들' 등을 함께 부르는 기념비적인 장면도 연출될 예정이다.
이미자의 마지막 무대를 보려는 팬들의 관심이 고조되면서 양일 공연 티켓 전석이 매진되는 기록을 세웠다. 지난달 주최 측이 추가로 발매한 티켓마저 모두 동이 난 상태.
이미자는 "전통가요를 물려줄 수 있는 든든한 후배들과 공연을 함께하게 된 것을 대단히 기쁘게 생각한다"며 오는 26~27일 개최하는 <이미자 전통가요 헌정 공연 "맥(脈)을 이음">에 대한 많은 관심과 성원을 당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