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도층 표심' 위해 여권 새 시나리오로 급부상2002년 '반이회창 연대' 단일화 모델 재현 기대전문가 "단일화 가능, 이재명에 승리 장담 못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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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한덕수 국무총리가 지난해 12월 11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본회의에서 긴급현안질의에 답변하고 있다. ⓒ서성진 기자
6·3 조기 대선이 50일 앞으로 다가온 가운데 한덕수 대통령 권한대행 겸 국무총리를 중심으로 한 '무소속 출마 및 우파 빅텐트론'이 정치권의 뜨거운 화두로 떠올랐다. 오세훈 서울시장과 유승민 전 의원 등 중도우파 인사들의 잇따른 불출마 선언과 강경 친윤(친윤석열)계에 대한 민심 이반 등에 따라 '중도층 이탈'이 우려되자 여권 내 새로운 판짜기 시나리오로 급부상한 것이다.한 대행의 무소속 출마설은 우파 재결집과 중도 확장을 동시에 노린 '반(反)이재명' 전선의 전략적 승부수로 읽힌다. 2002년 '반(反)이회창 연대'로 뭉친 노무현-정몽준 단일화 모델이 제21대 대선에서 재현될 수 있다는 관측도 제기된다.다만 한 대행의 결단 외에도 촉박한 일정과 내부 반발, 단일화 협상, 중도 확장성 미지수 등 장벽도 만만치 않아 현실성이 떨어진다는 지적도 적지 않다.14일 여권에 따르면 한 대행의 무소속 출마설이 정치권 안팎에서 급부상하고 있다. 한 대행이 당장 오는 15일 등록 마감되는 국민의힘 대선후보 경선에 참여할 가능성은 낮은 가운데, 향후 무소속으로 출마해 '우파 단일후보'로 나설 가능성이 그 시나리오다.이러한 시나리오는 단순히 '한덕수 차출론'을 넘어 우파 진영 재편으로 전개될 가능성도 있다. 최근 유승민 전 의원과 오세훈 서울시장 등 중도우파 성향의 대선 주자들이 '국민의힘 경선 불참 또는 불출마를 선언하면서 '당 중심'이 아닌 '제3지대 중심 단일 후보론'이 대안으로 떠오르고 있기 때문이다.게다가 국민의힘 입장에선 강성 우파와 친윤 이미지에서 벗어나 중도우파를 규합할 새 선택지가 필요한 상황이라는 점은 이러한 관측에 힘을 싣고 있다. 즉, 한 대행이 '친윤'과 '내란 프레임'을 떠안은 국민의힘을 벗어나 무소속으로 출마한 후 중도우파를 아우르는 '제3지대 빅텐트'를 구축할 것이라는 구상으로 풀이된다.이에 대해 국민의힘 소속 한 중진 의원은 "현재로선 한 대행 출마가 이재명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를 이길 유일한 방법으로 보인다"며 "한 대행이 무소속으로 출마해 중도우파를 포섭하고 당 후보와 단일화해 '우파 빅텐트'이자 '반이재명 전선'을 구축해야 한다"고 주장했다.정치권에선 이러한 구도가 2002년 제16대 대선 당시 노무현-정몽준 단일화와 유사하다는 분석이 나온다. 당시 새천년민주당 노무현 후보는 무소속 정몽준 후보와 단일화를 통해 '반이회창' 연대를 구축, 한나라당 이회창 후보를 꺾고 정권 교체를 이뤘다. 결국 이번에도 한 대행이 유 전 의원, 이준석 개혁신당 대표 등과 연대할 경우 상당한 시너지 효과를 낼 것이라는 관측이다.이와 관련해 황태순 정치평론가는 "양자 대결로 보면 이재명 전 대표가 앞서는 것은 사실이지만 2002년 대선 당시 상황과 흡사하다. 비상계엄 사태에 대한 정치적 책임을 국민은 윤 전 대통령에게 물었으나 2년 반 동안 국가 운영을 경직시킨 이 전 대표와 민주당에 대한 심판은 아직 없었다"며 "보수 진영 후보들이 흩어지지 않는다면 그 심판이 이번 대선에서 이뤄질 가능성이 크다"고 내다봤다.그러나 현실성에 대해선 회의적인 시각도 적지 않다. 한 대행이 이날 "국무위원들과 함께 저에게 부여된 마지막 소명을 다하겠다"며 불출마 의지를 우회적으로 표현해 자진 출마 가능성이 희박하다는 관측도 있다.또한 당내 경선을 통해 선출된 후보가 외부 무소속 후보와의 단일화로 밀려날 경우 당의 정통성과 정당성에 큰 타격이 될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된다.이미 국민의힘 경선에 참여하는 대선 주자 사이에선 강한 반발 기류가 형성되고 있다. 홍준표 전 대구시장은 "반이재명 빅텐트는 가능하지만 중립적으로 선거를 관리할 국무총리를 출마시키는 건 상식에 반한다"고 했다.만약 단일화가 성사되더라도 이 전 대표와의 본선 경쟁에서 승산이 있을지는 여전히 미지수다. 현재 이 대표는 강고한 핵심 지지층과 함께 40%대 후반의 높은 지지율을 기록하고 있다.이 때문에 '제3지대 단일화'가 본선 경쟁력을 담보하기에는 한계가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중론이다.신율 명지대학교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한 대행을 친윤이 지지하고 있다는 게 가장 큰 문제"라고 지적했다.이어 "한 대행이 대놓고 탄핵에 반대하는 사람들보단 훨씬 합리적인 사람이지만 국민이 볼 때는 크게 다르지 않다"며 "윤 전 대통령의 친구인 이완규 법제처장을 헌법재판소장 후보자로 임명하는 등의 모습은 오히려 악재로 작용할 가능성이 있다. 이러한 이유로 단일화한다고 해도 2002년만큼의 감동을 주지는 못할 것"이라고 관측했다.장성철 공론센터 소장도 "현재 대미 통상 이슈가 주요 현안인 가운데 한 대행은 국정 운영 경험과 도덕성 측면에서 대선 승리를 위한 적임자로 부각된 것 같다"며 "여야 진영 이념을 떠나 개헌을 통해 7공화국을 여는데 한 총리 같은 정치적인 이념적인 지향성이 없는 사람이 좋다는 식으로 선거에 임할 수 있다"고 했다.그러면서도 장 소장은 "현재 정권 교체론이 높기에 탄핵당한 정권의 2인자인 국무총리가 나오면 또 그 뒤에는 윤 전 대통령이 있는 것 아니냐는 생각이 한 총리를 선택하는 데 불리한 요소로 작용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최요한 정치평론가도 "현 시점에서 정치, 경제, 사회, 문화 등 주요 이슈의 중심에 이재명이 자리 잡고 있어 인물 경쟁력 측면에서 유리한 상황"이라고 설명했다.한편, 리얼미터가 에너지경제신문 의뢰로 지난 9~11일 실시한 차기 대선주자 선호도 조사에서 한 대행은 공식 출마 선언 없이 8.6%를 기록했다.해당 조사에서 이재명 전 대표 48.8%, 김문수 전 장관 10.9%, 한동훈 전 대표 6.2%, 홍준표 전 시장 5.2%, 이준석 의원 3.0%, 유승민 전 의원 2.7% 안철수 의원 2.4%를 기록했다.이번 조사는 무선(100%) 자동응답 방식으로 진행됐고, 응답률은 4.7%였다.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서 ±2.5%포인트다.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등을 참조하면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