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년 한 대회에서 축구협회 심판 고위 임원과 여성 심판 3인 술자리어떤 징계도 없이 조용히 넘어가특정 지역 출신 심판, 특정 여성 심판 특혜 의혹도고위 임원 "술자리 잘못이다, 술 먹기 위한 간 자리는 아니었다" 해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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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축구협회 심판 고위 임원 비리 내용을 폭로한 투서.ⓒ뉴데일리
지난 2022년 말 한국 축구 심판계에 '투서'가 퍼졌다. 한국 축구계 종사자라고 밝힌 이가 작성한 이 투서는 A4 용지 4장 분량이다.당시 심판계에서 큰 논란이 됐지만 조용히 사라졌다. 그러다 2025년 이 투서가 다시 심판들 사이에서 번지고 있다. 투서에는 대한축구협회(축구협회) 심판 고위 임원 A의 비리가 담겨 있다.'뉴데일리'가 이 투서를 단독 입수했다.작성자는 "카타르 월드컵을 뒤로하고 축구 팬으로, 또 축구계에 종사하는 1인으로서 일련의 벌어지고 있는 대한축구협회 심판실 A의 일탈 행위를 더는 지켜보기에는 대한민국 축구가 퇴보할 수 있다는 위기감에 용기를 내어 제보합니다. 또한 현재 심판계에서 진행되는 일련의 과정들이 계속된다면 조만간 내부적인 문제로 엄청난 파장이 일어날 거라고 우려가 됩니다"고 밝혔다.이어 "대한축구협회에 등록된 심판은 2000명이 넘습니다. 거대한 조직임에도 불구하고 투명성 없는 행정력과 상부 조직들의 일탈 행위로 많은 사람들이 운동장을 떠나고 있습니다. 이는 대한민국 축구를 퇴보시키는 것은 물론이고 특정인 키우기로, 거대한 조직 속에서 드러나지 않은 사건들이 이제 세상 밖으로 알려져야 합니다"고 호소했다.그리고 A의 '12가지' 비리 행위를 기록했다. 대부분이 A가 특정 지역 심판과 특정 여성 심판에게 특혜를 줬다는 내용이다.12가지 중 가장 충격적인 내용은 10번째 제보다. 2022년에 A가 '축구 대회 기간 중' 여성 심판 3명과 술자리를 가졌다는 폭로다. A는 남성이다.작성자는 "누구보다 모범이 되어야 할 A가 대회 기간 중 밤 늦게까지 여성 심판과 동행하여 술자리를 가졌고, 새벽에 만취 상태로 숙소에 귀가하는 것을 몇몇 심판이 목격했다. (술자리를 한) 여성 심판 한 명이 총책임자에게는 만찬이라고 보고 후 나머지 2명의 여성 심판들을 데리고 술자리를 가졌다"고 설명했다.이어 "공식적으로 만찬은 남녀 모든 심판들이 참석하여야 하는데, 남자 심판들은 숙소에, 여성 심판 3인만 만찬을 가졌다. 심판이 대회 기간 중 음주를 할 경우 즉각적인 철수 및 징계 처벌을 받아왔으나, 처벌해야 할 A가 동석하며 밤 늦게까지 음주를 하고 다음 날 배정에 관여하여 오후 타임에 대기심과 부심으로 배정하라고 음주 중 총책에게 지시했다"고 덧붙였다.'뉴데일리' 취재 결과 이 내용은 사실이었다. 2022년 한 대회에서, A와 여성 심판 3명은 대회 도중 술자리를 가졌다. 그리고 A와 여성 심판 3인에 대한 어떤 징계도 없었다.심판계 관계자는 "대회 기간 중 심판이 술을 마시는 건 절대 안 되는 일이다. 무조건 징계다. 음주가 발각되면 바로 귀가 조치 해야 하고, 추후 몇 개월 출장 정지 등 징계를 받는다. 음주를 하고도 징계를 받지 않은 건 특혜다"고 피력했다. -
- ▲ 축구협회 심판 고위 임원은 대회 중 여성 심판들과 술자리를 가졌다는 것을 시인했다.ⓒ뉴데일리
A는 잘못을 시인했다.A는 "첫 번째, 술 먹은 건 잘못이다. 대회 중에는 남성 심판이든, 여성 심판이든 술을 먹는 것이 허용되지 않는다"고 말했다.그렇지만 소문이 와전됐다고 강조했다.그는 "술자리를 설명하겠다. 술을 먹기 위해서 간 자리는 아니었다. 대회를 가면 대회 관련 축구 단체와 대회가 열리는 지역에서 심판에게 식사를 한 번씩 사준다. 이번에도 단체 회장이 여자 심판들 와서 고생하는데 고기 조금 사 먹여도 되냐고 해서 그렇게 했다. 식당에 가 보니 축구 단체 관계자들 20여 명이 한 테이블에 있었고, 심판 테이블은 다른 쪽에 있었다. 식사하는데 회장이 맥주 한잔해도 되냐고 물었다. 참 불편했다. 못한다고 해야 했는데, 내가 (여성 심판들에게) 마실 줄 알면 한잔하라고 말했다. 그래서 마시게 된 거다"고 밝혔다.이어 A는 "나는 어느 정도 있다가 나왔다. 나중에 보니 내가 여성 심판들과 (따로) 술을 먹었다고 돼버린 거다. 내가 잘못했다. 공교롭게 내 처신이 그렇게 돼버렸다. 이유가 어쨌든, 여성 심판들과 동석에 있는 자리가 돼버렸다. 내가 잘못한 거다"며 사과했다.징계는 왜 없었을까.A는 "술을 많이 먹은 게 아니다. 내가 (술을 먹으라고) 말했고, 몇 잔 그렇게 먹었다. (징계를) 받으면 내가 받아야지, 내가 잘못한 거다. 술을 많이 먹고, 적게 먹고는 이유가 되지 않겠지만, 내가 잘못한 거다. 내가 거기서 '안 됩니다'라고 해야 했는데, 참 자리라는 게. 그다음부터 반성을 많이 했다. 내 잘못이다. 내가 지시를 한 책임이 있다. 내일 시합이 있으면 그 친구들도 안 먹었으면 더 좋았다. 그들이 마셨으니 내 탓이다"고 말했다.다음 날 경기 배정에 관여했다는 주장에 대해서는 강하게 부인했다.A는 "배정 관련은 모르겠다. 그런 일을 가지고 배정을 바꾸는, 그런 일은 하지 않는다. 배정까지 바꾸면서 술을 먹으라고 하는 건 잘못된 일이다. 그렇게까지 생각해 보지도 않았다"고 강조했다. -
- ▲ 투서 작성자는 한국 축구 발전을 위해 심판실을 제대로 잡아달라고 호소했다.ⓒ뉴데일리
특정 여성 심판에게 특혜를 줬다는 의혹도 해명했다.A는 "월드컵과 같은 대회에 한국 여성 심판을 보내기 위해 고민을 했다. 축구협회는 10년 넘게 영엘리트 심판코스를 해왔다. 영엘리트 6기까지 40여 명에 대해 집중 훈련, 교육을 시켰다. 이 중 여성이 3명~4명 포함됐다. 급진적으로 여성 심판을 육성해야 한다는 의지로 이들을 경기에 투입했다. 단기적으로 이렇게 하고, 3년 차가 되면 유연화하려고 했다. 그런데 여기에서 떨어져 나간 친구들이 나에게 볼멘소리를 했다. 이런 식의 운영에 대해 굉장한 몰매를 맞았다. 큰 틀을 보고 했는데, 소수 인원을 추리다 보니 특정 심판에게 배정이 많이 가는 결과가 났다"고 설명했다.특정 지역 심판 특혜에 대한 해명도 했다.A는 "K리그 심판 풀을 바꾸고 싶었다. 경기를 잘못한 심판도 3경기 쉬고 또 나왔다. 구단도 관중도 한국프로축구연맹도 축구협회도 피로도가 컸다. 내가 K리그2 경기장으로 직접 가서 심판들을 평가했다. 괜찮은 친구들을 K리그1으로 올렸다. 약해진 K리그2는 아카데미 그룹을 집중적으로 육성해서 올리면 됐다. 이 구도가 자리를 잡으면 심판 승강 구도의 리스크를 줄일 수 있다고 느꼈다"고 밝혔다.이어 그는 "내가 서울에서 오래 살고 있는데도 특정 지역이라는 발목잡기가 있다. 많은 배정을 받았다고 하는 이들이 대부분 특정 지역 출신이라고 한다. 잘하는 심판이 그곳에 가 있는 것이다. 정말 괴로웠다. 잘하는 심판이 특정 지역 출신이라는 이유만으로 국제심판이 되지 못한 경우도 있었다. 특정 지역, 특정 지역하는데 정말 힘들었다. 나는 전체적인 그림을 봤다. 특정 지역으로 인해 내가 발목이 잡히고 있지만, 내가 한 일에 대해서는 최선이었다고 생각을 한다"며 문제가 없다고 토로했다.마지막으로 투서가 돌고 있는 것에 대해 A는 "내용은 대충 알고 있다. 과거 내가 한 번 이걸 고소하겠다고 했다. 심판들이 일을 하다 보면 배정이 많은 심판이 있고, 그렇지 못한 심판이 있다. 내가 제일 안타까운 것은 우리가 우리를 폄하하는 일들이 있다는 점이다. 현역 때도 이게 가장 어려웠다. 가장 속상한 것은 우리 심판들끼리 우리를 갈기갈기 찢어서 우리 퀄리티를 떨어뜨리는 것이다. 마음이 아프다"고 털어놨다.하지만 A씨의 해명과 생각은 투서 작성자가 밝힌 내용과는 사뭇 다르다.투서 작성자는 마지막에 "위 사건 외에 더 많은 사건이 있습니다. 모든 사건을 글로 나열하기에는 부족합니다. 국민들이 가장 좋아하는 스포츠인 대한민국 축구를 바로 세우려면 조직부터 바로 세워야 합니다. 윗선의 각종 비리가 춤을 추고, 특정인들만의 조직으로 세팅된 대한축구협회 조직, 그중에서도 2000명이 넘는 조직을 거느리고 있는 심판실은 각종 사건·사고로 이미 황폐된 지 오래됐습니다. 이번 기회에 제대로 잡아주시길 간절한 마음을 담아 제보합니다"라고 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