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대 안전자산 중 금값만 나홀로 고공행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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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고율 상호관세 정책이 촉발한 글로벌 불확실성이 금융시장을 덮치면서, 안전자산 수요가 '금'으로 몰리고 있다. 국제 금값은 11일(현지시간) 장중 온스당 3220달러를 넘어서며 사상 최고가를 또다시 갈아치웠다.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이날 금 현물 가격은 한때 온스당 3220.08달러까지 치솟으며 사상 최고가를 기록했다. 3거래일 연속 상승세를 이어간 금값은 한국시간 오후 4시 기준 전장보다 0.63% 오른 3196.39달러에 거래되고 있다.

    금은 올해 들어서만 21% 넘게 급등했고, 미중 간 관세전쟁 전면전으로 금융시장 불안이 가중된 이번 주에만 5% 가까이 올랐다. 트럼프 대통령이 중국산 제품에 총 145%의 관세를 부과한 데 이어, 중국도 84%의 보복관세로 맞서면서 양국 간 갈등이 최고조에 이르렀다.

    전문가들은 금값 상승의 배경으로 △미국 경기 침체 우려 △달러화 약세 △미 국채 등 달러자산 매도 확대 △연준의 기준금리 인하 기대 △각국 중앙은행의 금 매입 △지정학적 긴장 △금 ETF 자금 유입 등을 꼽는다. 캐피털닷컴의 카일 로다 애널리스트는 "금값이 향후 온스당 3500달러까지 갈 수 있지만 단기간 내 도달하긴 어려울 것"이라고 전망했다.

    금값이 고공행진을 이어가는 가운데, 금과 함께 대표적인 안전자산으로 꼽혔던 달러와 미국 국채는 이번 위기 국면에서 전혀 주목받지 못하고 있다.

    달러는 힘을 잃고 있다. 이날 달러인덱스는 장중 99.7까지 하락하며 2023년 7월 이후 처음으로 100선 아래로 밀렸다. 한국시간 오후 4시 기준 달러인덱스는 전일보다 0.34포인트 내린 100.524를 기록 중이다.

    미국 국채 시장도 요동치고 있다. 이날 오전 미 10년물 국채 금리는 4.421%를 기록하며 다시 상승세로 돌아섰다. 국채 금리는 가격과 반대로 움직인다. 이는 국채 가격이 급락했음을 의미하고, 국채에 대한 수요가 줄었다는 신호다. 트럼프 대통령이 중국을 제외한 국가들에 대해 상호관세를 90일 유예하겠다고 발표했지만, 시장의 불안감은 쉽게 가라앉지 않는 모양새다. 

    달러, 국채, 주식이 동시에 하락하는 이례적 상황 속에서 금이 유일한 피난처 역할을 하고 있는 셈이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과거 S&P500 지수가 급락할 때마다 달러는 강세였지만, 이번에는 그 전통적인 흐름이 깨지고 있다"며 "글로벌 투자자들의 시선이 미국에서 멀어지고 있고, 달러가 기축통화라는 지위도 더는 당연하게 여겨지지 않는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