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전쟁 전후 북한군 등 적대세력에 의해 157명 희생된 사건신원 확인된 유해, 사망 당시 어린 딸 둔 1921년생 김모씨고인 딸 "얼굴도 몰랐던 父 찾았으니 여한 없어"박선영 위원장 "2기 진실화해위에서 진실규명 뜻 깊어"
  • ▲ 진실화해를위한과거사정리위원회가 2024년 하반기 전남 영광군 홍농읍 진덕리에서 유해를 발굴하고 있다. ⓒ진실화해를위한과거사정리위원회 제공
    ▲ 진실화해를위한과거사정리위원회가 2024년 하반기 전남 영광군 홍농읍 진덕리에서 유해를 발굴하고 있다. ⓒ진실화해를위한과거사정리위원회 제공
    진실·화해를위한과거사정리위원회(진실화해위)가 한국전쟁 시기 전남 영광에서 적대 세력에 의해 희생된 민간인 유해를 유전자 검사한 결과 1구의 신원을 확인했다. 진실화해위가 적대세력에 의한 희생자 신원을 확인한 건 이번이 처음이다.

    진실화해위는 19일 전남 영광에서 적대세력에 의해 희생된 유해 14구에 대한 유전자 감식 결과 유해 1구의 신원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 ▲ 전남 영광군 홍농읍 발굴 유해와 유품 사진 ⓒ진실화해를위한과거사정리위원회 제공
    ▲ 전남 영광군 홍농읍 발굴 유해와 유품 사진 ⓒ진실화해를위한과거사정리위원회 제공
    ◆'전남 영광 적대세력 희생자' 1구 신원 확인 … 고인 딸 "父 찾아 여한 없어"

    '전남 영광 적대세력 희생사건'은 1949년부터 한국전쟁이 발발한 1950년까지 전남 영광군에서 북한군 등 적대세력에 의해 민간인 157명이 희생된 사건이다.

    이번에 신원이 확인된 유해는 사망 당시 어린 딸을 둔 아버지였던 1921년생 김모씨다. 당시 29세였던 김씨는 가족 중에 경찰이 있다는 이유로 좌익에 의해 산골짜기에서 죽창에 찔려 희생됐다.

    당시 희생자들은 군인·경찰·교사·공무원과 그 가족이었다. 이중 김씨는 홍농읍 진덕리 하삼마을에 살던 일가족 19명의 일원이었다.

    유해는 당시 3살이었던 김씨의 딸 김모(78)씨와 유전자 정보 비교분석 결과 99.99% 일치해 부녀 관계로 신원이 파악됐다.

    고인의 딸 김씨는 "아버지를 찾아 여한이 없다"며 "경찰 가족이라는 이유로 가족 19명이 모두 몰살당하자 마을 사람들이 (유해 발견 장소인) 이곳에 묻어주셨다"고 밝혔다.

    박선영 진실화해위 위원장은 "이번 신원이 확인된 유해는 적대세력에 의한 희생자로는 첫 사례"라며 "해당 사건이 2기 진실화해위에서 진실규명 결정이 되어 더욱 의미가 있다"고 말했다.

    이어 박 위원장은 "진실화해위원회는 올해도 유전자 감식을 진행함으로써 희생 사건과 무관하게 많은 분들이 간절히 기다리는 가족을 찾을 수 있도록 온 힘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앞서 진실화해위는 지난해 7월 말부터 10월 초까지 전남 영광군 홍농읍 진덕리 산 일대에서 14구의 유해를 수습한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