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수 터져도 진료 불가 통보"응급실 뺑뺑이 문제 여전""소방, 병원 선정권 부여돼야"
  • ▲ 119 구급대원. ⓒ연합뉴스
    ▲ 119 구급대원. ⓒ연합뉴스
    경기 안산에서 양수가 터져 출산이 임박한 임신부가 병원 40여 곳에서 이송을 거부당한 뒤 구급차 안에서 출산한 사실이 뒤늦게 알려졌다.

    18일 한국구급소방공무원노동조합 등에 따르면 지난 10일 0시 42분께 안산시 단원구 선부동에서 20대 임산부 A(34주차)씨의 양수가 터졌다는 신고가 119에 접수됐다.

    신고를 받고 출동한 구급대원들은 A씨 상태를 보고 위급 상황이라고 판단해 곧바로 서울과 경기, 충남 지역 산부인과와 종합병원들에 연락을 했다.

    하지만 해당 병원에서 진료가 어렵다는 답변이 돌아왔다. 병원들은 심야 산과 진료는 불가하다거나 산보를 돌볼 인력이 없다는 등의 이유를 댄 것으로 확인됐다.

    구급대원들은 1시간 동안 약 40군데 병원에 연락하며 애를 태워야 했다. 그러다 오전 1시 48분께 119 상황실을 통해 서울시 중랑구 소재 서울의료원에서 수용이 가능하다는 연락을 받았다. 

    구급대원들은 곧장 서울로 향했지만 산통을 호소하던 A씨 상태는 점점 나빠졌다. 

    결국 구급대원들은 응급분만을 진행했다. A씨는 신고 1시간 30분 만인 오전 2시 11분께 구급차 안에서 남자아이를 출산했다.

    가까스로 위기를 넘긴 A씨와 신생아는 서울의료원에 수용돼 후속 조치를 받았고 현재 산모와 아이 모두 건강한 상태인 것으로 전해졌다.

    김길중 한국구급소방공무원노조 위원장은 "병원을 찾다가 산모 상태가 급해져 응급분만을 하게 됐다"며 "응급환자의 병원 선정권을 소방으로 넘기는 식의 제도 개선이 이뤄져야 위급 환자들의 골든타임을 지킬 수 있다"고 했다.

    한편 지난 16일 인천국제공항에서 쓰러진 임신부가 2시간 넘게 받아주는 병원을 찾다가 구급차 안에서 출산하는 상황이 벌어진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