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부·국가평생교육진흥원 공동 주최, 전국 문해학교 학습자 300여 명 관람생애 첫 뮤지컬 본 할머니들 따뜻한 후기 이어져
  • ▲ 뮤지컬 '오지게 재밌는 가시나들' 공연 사진.ⓒ라이브
    ▲ 뮤지컬 '오지게 재밌는 가시나들' 공연 사진.ⓒ라이브
    한글을 배우는 할머니들의 실화를 무대에 옮긴 뮤지컬 '오지게 재밌는 가시나들'에 실제 문해학교 학생들이 다녀갔다.

    지난 2월 19일 오후 7시 30분 열린 초청 공연에는 전국 문해학교 학생들과 선생님, 문해교육 기관 관계자 총 300여 명이 참석했다. 이번 행사는 교육부와 국가평생교육진흥원이 마련한 자리다.

    문해교육이란 글을 읽고 쓰는 능력이 부족해 일상생활에 어려움을 겪는 성인들이 글을 배우고 자신감을 회복할 수 있도록 돕는 교육 프로그램이다. 교육부 산하 공공기관인 국가평생교육진흥원이 전국 기초자치단체 및 비영리 민간단체와 협력해 성인 문해교육을 지원하며, 매년 시화전을 개최하고 있다. 

    극장을 찾은 문해학교 학생들은 자신과 닮은 무대 위 인물들에게 깊이 몰입해 맞장구를 치고, 웃고, 때로는 눈시울을 붉혔다. 받아쓰기 장면에서 배우들이 "팔십 년 가까이 김치 담그고 자식에 손주까지 다 키우고 오만 것 다 한 이 손인데, 연필만 잡으면 받아쓰기만 하면 와 발발발 떨리노?"라고 노래하자 여기저기서 "맞아 맞아" 하는 공감의 탄성이 흘러나왔다.
  • ▲ 응원봉 싱어롱 커튼콜 현장.ⓒ라이브
    ▲ 응원봉 싱어롱 커튼콜 현장.ⓒ라이브
    매일 아침 빨래터에서 동생 교복 빨래하면서 "내도 그 교복이 입고 싶은 기라"고 말하는 장면에서는 객석에 앉은 할머니들이 고개를 끄덕이며 눈물을 훔치기도 했다. 극 중 할머니들이 자신이 쓴 시로 시 낭송 대회에 나가는 장면에서 열띤 반응을 보였다. 다큐멘터리 PD 석구가 "우리 전국 시 낭송 대회 나가요!"라고 외치는 순간 객석에서 박수가 쏟아졌다.

    제작사 라이브는 환영의 뜻을 담아 문해학교 단체 관람객을 위한 이벤트를 준비했다. 공연 전에는 극 중 등장하는 믹스커피와 옛날 알사탕 등이 담긴 추억의 간식을 증정했다. 문해학교에서 쉬는 시간마다 함께 마시던 믹스커피와 어린 시절 즐겨 먹던 알사탕은 학생들에게 향수를 불러일으켰다.

    본 공연이 끝난 뒤에는 스페셜 커튼콜이 진행됐다. 관객이 하이라이트 장면을 사진과 영상으로 간직할 수 있도록 글자를 배워서 좋은 이유를 열거하는 노래 '글자를 배우니'를 재연했다. 이어 응원봉을 흔들며 대표곡 '우리는 가시나'를 따라 부르는 싱어롱 커튼콜을 펼쳤다.

    극장을 찾은 할머니 학생 대다수는 난생처음으로 뮤지컬을 접했다. 공연을 관람한 한 학생은 "이 나이 먹고 공부하는 게 처음에는 창피했는데 지금은 너무 행복하다. 학교에 다니니까 이렇게 뮤지컬도 보고 처음 해보는 일이 많아 즐겁다"고 전했다. 
  • ▲ 문해학교 학습자들이 공연 관람 후 남긴 엽서.ⓒ라이브
    ▲ 문해학교 학습자들이 공연 관람 후 남긴 엽서.ⓒ라이브
    공연을 관람한 문해학교 학생들은 "참 재미있어요. 감동했어", "어쩌면 우리 마음을 그렇게 잘 안대요. 고맙고 행복합니다. 사랑해요!", "태어나서 처음 구경 왔어요", "나는 평생 처음 뮤지컬" 등 직접 쓴 글씨로 소감을 남기기도 했다.

    '오지게 재밌는 가시나들'은 다큐멘터리 영화 '칠곡 가시나들'과 에세이 도서 '오지게 재밌게 나이듦'을 원작으로 한다. 가난과 성차별 때문에 학교에 다니지 못한 할머니들이 인생 팔십줄에 한글을 배우고 시를 쓰면서 오랫동안 피하고 숨겨왔던 자신의 상처를 마주하고 화해하는 과정을 그린다.

    배우 구옥분·김아영·박채원·허순미·강하나·이예지·강정우·김지철·하은주 등이 출연하며, 오는 27일까지 국립극장 하늘극장에서 공연된다.